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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 만시지탄,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대책
[국세칼럼] 만시지탄,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대책
  •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22.12.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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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복지부’)는 지난 8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통해 필수의료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청회를 준비하면서 복지부는 건강보험과 관련된 그간의 정책평가를 통해, 광범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의료 접근성을 제고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반면에 과잉진료 등을 유발해서 건강보험 재정건전성 유지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음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자기공명영상(MRI)과 초음파 검사에 대한 진료비가 2018년 1,891억원에서 2021년 1조 8,476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건강보험 재정지출이 급증함에 따라 건강보험료 부담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자격도용이나 외국인의 무임승차 등 재정누수에 대한 관리대책이 미흡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사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오바마 케어’를 추진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극찬했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의 부정수급이나 과잉진료 등의 문제로 재정이 누수되면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던 터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그동안 보험금의 부정수급이나 과잉진료 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보험재정을 견실하게 하기보다는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통해 무임승차 논란이 있던 일부에 대해 추가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해 형평성을 제고하면서 보험재정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엉뚱한 곳으로 새는 건강보험료를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중소기업 직장인 등에게만 부담을 지운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었는데, 이런 맥락에서 이번에 복지부가 발표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건강보험 지출효율화 방안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 할 것이다.

복지부가 밝힌 향후 보건의료정책 중점 추진방향을 살펴보면, 앞으로 정부는 국민들이 적정하게 이용하고 있는 건강보험 혜택은 유지하면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정효율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세부적으로는 먼저 일률적인 급여화로 인해 뇌·뇌혈관 MRI 등 일부 항목을 중심으로 의학적 필요가 불명확한 검사가 시행되는 등 과잉 의료이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남용이 의심되는 항목은 급여기준을 명확하게 개선하고, 당초 급여화 예정이던 근골격계 초음파·자기공명영상(MRI)은 의료적 필요도와 이용량 등을 분석해 필수항목을 중심으로 제한적 급여화를 추진한다고 한다. 

또한, 건강보험 자격제도와 기준을 공정하게 정비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외국인 피부양자가 입국 직후 고액진료를 받거나 타인의 건강보험자격을 도용해 진료 받는 건강보험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장기 해외체류 중인 국외 영주권자가 해외 이주신고를 하지 않고 곧바로 건강보험 제도를 이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외국인 피부양자와 장기간 해외체류 중인 영주권자가 지역가입자로 입국한 경우 6개월이 경과한 시점부터 건강보험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외래진료 시 환자의 자격확인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아 자격도용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앞으로는 요양기관의 건강보험 자격확인 의무화를 추진하며, 자격도용 적발 시에는 부당이득 환수액을 현행 1배에서 5배로 대폭 증액하겠다고 한다. 그 밖에도 과다 의료이용·공급으로 인한 의료남용에 대해서는 과다 외래의료 이용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기존에 운영되던 4개의 신고센터를 ‘재정 지킴이 신고센터’로 통합·개편하면서 신고활성화를 위한 포상금 지급제도도 적극 홍보해서 신고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주지하듯이 우리나라에서 건강보험의 전신인 의료보험제도가 실시된 것은 1977년부터인데, 제도도입 초기에는 직원수가 일정 수 이상인 대기업과 공업단지 등 일부 지역만을 시행대상으로 하다 보니 시행 첫해에는 의료보험 적용대상자가 314만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 후 가입대상을 점차 확대하다가 1989년에 이르러 적용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함으로써 전국민이 의료보장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른 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2017년 7월부터 시행됐는데, 이 정책은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높여 국민들의 의료비부담을 낮추기 위한 국민 의료비부담 완화정책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케어’를 통해 미용이나 성형과 같이 생명과 직접 관계없는 의료행위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환자의 부담이 큰 특진이나 상급병실, 간병 등의 3대 비급여도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으로 했다. 

이런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인해 국민들에 대한 의료혜택이 늘어난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만, 반면에 복지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지출추이’ 자료에서도 볼 수 있듯이 보험재정 지출이 2015년 48조 2000억원에서 2017년에는 57조 3000억원으로 증가했고, 2019년에는 70조 9000억원으로, 그리고 2021년에는 77조 7000억원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건강보험의 지출이 증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의 보장범위를 과도하게 넓힌 ‘문재인 케어’의 영향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 이전에는 흑자 기조였던 건강보험재정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적자를 기록했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병원 방문이 줄면서 2021년과 2022년에는 흑자로 돌아선 건강보험이 내년부터 다시 ‘적자의 늪’에 빠지고 그 적자 폭이 해마다 커져 걷잡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2060년이면 건강보험 적자가 388조 1000억원으로 정부의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국민건강보험법(‘건강보험법’) 제1조에서는 건강보험법의 목적을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해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건강보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모든 국민들이 의료비에 대한 부담없이 양질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다른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좋은 복지제도임에 틀림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건강보험제도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건전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12월 초 기준으로 건강보험재정의 누적 준비금이 20조 2000억원이 남아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지만, 보험료 수입의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는데 비해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정책과 고령화로 인해 지출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이 자금 또한 수년 내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국민들이 보험료를 더 내거나 정부가 국고로 건강보험을 지원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에 대한 개혁조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이 시급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복지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대책들을 보면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던 문제들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누구나 알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이제야 제대로 대응하겠다고 하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차질없이 조치들을 시행해서 건강보험의 누수를 최소화하고 준조세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현) 세무회계 조이 대표세무사
• 현)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법무서비스지원단 전문위원
• 현)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우회 회장
• 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 국립세무대학 내국세학과 졸업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 호주 시드니대학교 로스쿨 졸업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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