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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칼럼] 정치권은 ‘윤심’ 타령, 세무사회는 ‘정심(鄭心)’ 줄서기
[이대희 칼럼] 정치권은 ‘윤심’ 타령, 세무사회는 ‘정심(鄭心)’ 줄서기
  • 이대희 기자
  • 승인 2023.02.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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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제시 없고 ‘편가르기’ 움직임만…‘최악 선거규정’ 개정 말조차 안 나와

#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집권 여당의 지도부를 뽑는 선거에서 ‘민생’은 없고 ‘윤심’만 난무한다. ‘친윤’이니 ‘비윤’이니 하며 ‘윤심 공방’을 하더니, 대통령실과 ‘윤핵관’을 필두로 한 친윤계가 ‘비윤’ 유력후보들에 집단 린치를 가해 주저앉혔다.

여론조사 1위 후보의 낙마를 겨냥해 선거를 2개월여 앞둔 지난해 말 ‘7 대 3’(당원 70%, 국민 여론조사 30%) 규정을 ‘당원 100%’로 바꾸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무리수도 강행했다.

“반윤 우두머리” “분열 조장 정치인” 등 원색적 단어에다 “공산주의자” 등 철지난 색깔론까지 난무했다. 급기야 한 비윤 후보가 ‘윤-안 연대’를 거론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도를 넘은 무례의 극치” “국정 운영 방해꾼이자 적”이라며 당무 개입도 서슴지 않았다.

비윤 측도 가만있지 않았다. “조폭들이나 하는 짓거리” “유·나·안 집단린치” “간신배 윤핵관 퇴진” 등의 살벌한 용어로 맞받았다.

당원들의 ‘경고’인지, 지난 10일 발표된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의 예비경선(컷오프)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친윤 현역 의원들의 대거 탈락과 비윤 후보 약진으로 나타났다. ‘친윤’ 진영을 맨붕에 빠뜨렸다. 집권당의 전당대회가 아수라장으로 펼쳐지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 여파에 따른 무역적자, 난방비 폭탄에다 청년·취약계층의 삶을 송두리째 허물어뜨린 ‘전세사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민생 목소리는 없다.

이런 몰염치와 정치 혐오를 부르는 이전투구의 이면에는 국회의원 생사여탈권인 ‘공천권’이 걸려 있기 때문. 공천제도의 혁신 없이 이런 패거리 정치는 계속될 수밖에 없고, 국민의 분노 수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패거리’ 선거행태, 정치권 못잖아

# 오는 6월 세무사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는 한국세무사회도 정치권의 이런 ‘패거리’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0여년 세무사회 선거 행태를 되짚어보면 오히려 정치권을 ‘선도’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대표를 뽑는 중요한 사안인데도 그간 대다수 세무사들은 방관자였다. 기득권 세력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국민의힘 전대에서와 같이 선거 목전에 선거규정을 뜯어고치기 일쑤고, 자신들이 불리하면 심지어 선거기간 중에도 수시로 규정을 바꿨다.

후보자의 집행부 비판은 ‘비방’이라는 이유로 허용되지 않았다. 유권자인 세무사 회원조차 SNS 등을 통한 특정후보 공개 지지가 금지됐다. 선거운동의 기본인 인터뷰와 정책토론회도 못한다. 회원의 입을 닫고 귀를 막은 채 선거를 치른 것이다.

어기면 윤리위원회에 회부되고 세무사업을 하지 못하는 징계로도 이어진다. 징계 ‘협박’에 겁먹은 후보자와 세무사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법을 다루는 1만5000 전문자격사 단체에서 헌법과 공직선거법에서 권리로 부여하는 표현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아주 이상한 선거를 해 왔던 것이다.

먹고 살기 바쁜 회원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업무의 변혁과 세무사를 살찌울 인물이 누구인가를 선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난 10여년을 기득권 세력의 실적 과대포장과 선심성 공약에 표를 던지고는 주인의 권한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번 세무사회장과 윤리위원장, 감사, 7개 지방회장을 뽑은 선거에서도 이런 기이한 장면들이 재연될 조짐이다. 선거 4개월을 앞두고 누구 하나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임원선거규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를 못내고 있다. 회원은 물론 세무사회장 출마 뜻을 비치고 있는 후보들조차 꿀 먹은 벙어리다. ‘최소한 공직선거법에 준하는 규정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외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선거규정 개선 움직임은 고사하고 이제껏 치러진 선거에서 그랬듯 ‘정심(鄭心)’ 줄서기만 여전하다. ‘정심’은 다름 아닌 ‘중임=연임’이라는 해괴한 유권해석으로 3선 회장까지 지낸 정구정 전 세무사회장을 일컫는다. 3선 이후 치러진 네 번(8년)의 선거에서 ‘정심’을 얻은 후보가 모두 세무사회장에 당선됐다. 달리 말하면 정 전 회장이 ‘내세운’ 후보가 세무사회장이 됐다. 세무사업계에서 ‘섭정’ ‘상왕’이란 얘기가 나도는 이유다.

후보는 없고 ‘정구정’만 있는 선거

그래선지 회원들 사이에서 “이번에는 아무개 세무사가 ‘정심(鄭心)’을 얻었다더라” “정 전 회장이 개입하면 ‘하나마나한 선거’가 되지 않겠냐” 등의 말이 나돌고 있다. 10여년 선거에서 경험치로 얻은 ‘학습효과’의 여파다. 광신 집단에서나 있을 법한 ‘집단 최면’ 현상이 조세전문가 단체인 한국세무사회 선거에서는 적용되고 또 먹힌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현재 세무사회장 출마를 직간접으로 표명한 후보들의 자세도 회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선거판에 후보는 없고 ‘정구정’만 있다. 회원 행사 인사말에서 자신의 회무실적을 자랑할 때엔 어김없이 ‘정구정 전 회장을 도와~’ ‘정구정 전 회장과 함께~’라고 시작한다. ‘큰 족적을 남긴 정구정 회장에 버금가는~’ ‘제2의 정구정 회장의 등장이~’등으로 정 전 회장을 치켜세운다. 자신의 소신보다는 ‘정심 팔이’가 먼저다.

20년 전 정구정 전 회장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는 참신했다. 재임 중 세무사제도의 기틀 마련에 헌신하면서 나름의 성과도 냈다. 그러나 많은 세월이 흘렀고, 세무대리 전산화와 세무플랫폼의 보편화 등 세무사를 둘러싼 환경은 그 때와 천양지차다. 당시의 리더십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가 휘몰아치고 있다. 더구나 네 차례의 기득권 고수를 위한 회장선거 개입으로 회원 분열의 골은 끝 모르게 깊어졌다.

‘시대정신’ 부합 인물 찾아야 패러다임 전환

이번 세무사회장 선거의 화두는 뭘까. ‘세대교체’와 ‘세무시장 플랫폼 전환 대응’을 꼽는 이들이 많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세대교체’는 나이뿐 아니라 시대 흐름에 맞는 식견, ‘시대정신’을 갖춘 인물로의 교체를 말함이다. 세무사 자격만으로 평생을 보장받던 구시대적 관행을 과감히 털어내고 도전적 시대정신으로 세무사업의 획기적 전환을 주도할 능력의 보유자를 회원들은 바라고 있다.

또 AI와 빅데이터에 기반한 전자세정은 더욱 보편화할 수밖에 없다. 신고대리 위주의 세무사 업무관행 변화는 필연적이다. 이를 파고든 세무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나 세무영역 곳곳을 헤집는 형국이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바이블’로 여기던 세무사법으로도 제어 불가능이다. 세무사들은 이런 변화에 대응할 역량을 갖춘 후보에 목말라한다.

세무사업계에 ‘위기’라는 소리가 부쩍 많다. 이번 선거에서 시대 흐름을 정확히 읽고, 세무업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능력과 용기를 지닌 세무사회장 후보는 누구일까? 세무사 미래를 담보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을 찾는 일은 다름아닌 유권자인 세무사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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