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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납세자의 날에 납세자를 생각한다
[국세 칼럼] 납세자의 날에 납세자를 생각한다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승인 2023.03.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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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일은 제57주년 납세자의 날이었다. 올해도 국가재정수입을 총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납세자의 날 기념식이 거행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직접 참석한 이 날 행사에는 모범납세자 등 훈·포장 수상자와 가족,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영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국세·관세청 공무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글로벌 복합 위기로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성실하게 납세 의무를 이행하는 분들께 직접 감사를 전하기 위해 기념식에 참석했다”면서, “조세 제도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겠다”라고 강조하고 “국가재정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무리한 과세로 힘들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1970년 이후 53년 만에 처음이었다. 

‘납세자의 날’은 국민의 성실납세에 대한 감사와 함께 건전한 납세의식을 높이기 위해 국세청 개청 1주년인 1967년 3월 3일을 ‘세금의 날’로 선포한 것에서 출발했다. 이후 1973년 세금의 날과 ‘관세의 날’을 통합해 ‘조세의 날’로 바꾸었다가 2000년부터 다시 ‘납세자의 날’로 부르고 있다. 국가재정이 취약했던 시절인 ‘세금의 날’ 기념식 때는 대통령이 참석해 직접 모범납세자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세의 날’로 규모가 확대 통합된 뒤로는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기에 이번 대통령 참석을 두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국세 수입 규모는 국세청이 발족한 1966년 700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96조원으로 무려 5600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625전쟁의 참화 등으로 미국의 원조에 의존하다가 오늘날과 같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국가재정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세금의 날에는 정부 포상을 비롯한 각종 서훈을 수여하며,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수상자에게는 세무조사 유예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매년 납세자의 날이 되면 세금이 경제 성장과 성숙한 국가 사회 발전에 제대로 이바지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조세와 준조세의 부담은 추세적으로 늘어 선진국 모델에 접근하고 있는데, 걷힌 세금은 효율적으로 잘 쓰이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는 납세자도 많고, 행정 편의적 증세가 반복되면서 조세법률주의 원칙이 훼손되는 경우는 없는지 진지하게 살펴보게 된다.

 

□ 공평 과세를 위한 과세당국의 노력은 지속돼야
국세청 개청 57주년, 이제 장년의 나이다. 사람으로 치면 인생의 쓴맛 단맛 다 겪어본 ‘프로’의 나이인 만큼 그에 비견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세청은 그동안 나름대로 공평 과세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날로 진화하는 소득탈루 행태를 쫓아가기 바쁜 것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꾸준한 과세기반 구축과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신종 세원 누락을 찾아내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공평 과세를 위한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다. 
또 우리 헌법 제38조 ‘납세 의무’ 규정대로 소득이 있는 국민은 누구나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헌법 규정과는 달리 구체적 납세 의무를 규정하는 세법에는 비과세감면 등 과세특례가 너무 많다. 선거철이 되면 세금 불만을 달래기 위해 세금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세법이 개정되곤 한다. 
이렇게 임기응변식, 땜질식으로 세법은 누더기가 되어 소득세 과세 미달자는 40%를 넘어서고 있다. 소득세 한 푼 안 내는 국민이 열 명 중에 네 명이 넘는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권의 지나친 표 계산 때문에 과세미달 하한선을 올린데 기인한다. 

 

□ 납세절차는 쉽고 편리하며 최소비용이어야
세법의 개정과 관련해서 살펴보자. 경제여건의 변화 때문에 매년 세법개정은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때에 개정절차를 마무리해야 납세자는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 예로 지난해 8월,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세법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한 적이 있었다. 국회는 종합부동산세 완화 안을 두고 국세청이 납세자 혼란을 막기 위해 제시했던 입법 데드라인(지난해 8월20일)을 넘기고도 늑장을 부렸다. 

당시 부담 완화 안에 영향을 받는 납세자는 최대 50만 명에 이르는데도 국회는 11월 고지서 발송 전까지 법안 통과를 뭉그적거렸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을 처리시한을 넘겨서 수정 통과시킴으로써 세법개정안을 기다리는 납세자들을 혼란스럽게 하였다. 국회에서 세법이 개정돼도 후속 시행령과 시행규칙 마련이 순차적으로 늦어짐으로써 실제로 법 적용을 받는 납세자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시행령 개정이 늦어져 기업들이 제대로 된 법 개정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또한, 지나친 납세협력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원천징수 의무는 우리 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협력 의무라 할 것이다. 이는 정부를 대신해 징수의무를 협력하는 것인데도 정부의 보답은 미미한 수준이다. 덩달아 최근에는 원천징수와 관련되는 서류의 제출(예를 들면 지급명세서 등)기한을 ‘1년 또는 반기’에서 ‘매월’ 제출토록 요구함으로써 영세 납세자로서는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 새로운 세목 도입 담론의 한없는 ‘가벼움’ 
최근 횡재세와 독신세 신설에 대한 논란이 화제가 됐다. 횡재세가 처음 돌출된 것은 정유사들이 과다한 수익을 내면서였다. 정유사의 과다한 수익은 세계적인 유가 흐름이 반영된 결과이다. 석유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국내소비보다 오히려 정유를 통한 재수출이 수익의 절대라고 전한다. 따라서 정유사의 수익은 국제원유가의 변동과 환율 및 운송비 등 여러 요인이 맞아떨어진 기현상이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 모든 여건을 무시하고 오로지 ‘기대 이상의 수익’에만 초점을 맞춰놓고 횡재세를 제시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검토나 국제환경의 흐름을 냉철하게 분석하여 이러한 특별케이스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안 수립을 촉구하는 것이 맨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따라서 기업의 최대가치가 이익창출인 만큼 해당 기업들을 죄인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독신세 또한 그렇다. 인구절벽이 실감 날 정도로 인구감소가 확연한 것은 사실이다.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인구증가율은 꾸준히 감소해 5년 전부터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결혼과 출산을 독려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모두 공감한다. 

미혼자에게 세금을 거두어 출산장려 목적으로 사용하는 특수목적세로 세목 신설의 당위성을 확보할 만하다. 하지만 독신세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가벼이 대할 사안도 아니다. 독신세 신설에 앞서 그동안의 인구정책, 교육정책, 경제정책, 사회문화정책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좀 더 무겁게 다가올 인구절벽에 대비하는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과거의 정책들을 냉철히 분석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대안을 찾는 지름길이다.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투기를 잡을 목적으로 세법령을 총동원해 보도의 전가처럼 사용하다가 겪은 후유증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 내가 낸 세금 어떻게 쓰이는지 납세자는 알고 싶다
우리 사회는 가진 자의 노력에 대한 평가보다 사회적 책임을 더 강조한다. 그래서 납세를 의무로만 여기고 과세도 징벌적으로 하려는 경향이다. 솔직히 납세자도 탈세나 절세를 고민하지 자기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가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납세는 의무인 동시에 권리이다. 납세자는 세금이 바르게 쓰이길 주장할 권리가 있다. 이제는 납세자의 권리도 존중받고, 성실한 세금 납부자의 주장과 지적, 요구가 국정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납세 의무를 다한 국민은 각종 세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 권리가 있는 것이다.

세금이 늘어나면 국가의 힘은 비대해지고 시장개입의 유혹은 커진다. 따라서 세금은 잘 써야 한다. 고소득자의 납세 의무 못지않게 정부의 선량한 세금 관리의무가 중요하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으로 200조 원 이상을 썼지만, 출산율은 0.82명으로 세계 최저가 되었다. 그만큼 정부는 효율성을 자세히 따져야 할 일이다. 어떻게 하면 적재적소에 세금을 잘 쓸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납세자 관점에서 효율성을 판단”하는 것이라 본다. 

납세 의무와 함께 납세자의 권리가 존중되기 위해서 정부는 성실한 세금 납부자에게 늘 세 가지를 말해야 한다. ‘많이 부과해서 미안합니다. 제대로 내줘서 고맙습니다. 사업을 잘 키워 꾸준히 내주십시오’라고. 그런 맥락에서 이번 납세자의 날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고무적이다. 아울러 국세 7000억원 탑 수상자를 비롯해 성실납세로 표창을 받은 568명에게 전체 납세자의 이름으로 박수를 보낸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 경영학박사 
• 수필가   
•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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