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6共 지원받아 성장한 기업 아냐…회사 명예·구성원 자부심 회복할것"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17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한 '치명적인 오류'는 SK㈜의 모태가 된 대한텔레콤(현 SK C&C)의 주식 가치 산정에 관한 부분이다.
재산 분할 판단에 기초가 되는 숫자에 결함이 있어 최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하고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는 오류로 이어진 만큼 대법원에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 "자수성가형 아닌 승계상속형"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지에 근거해 최태원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 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최종현 선대회장의 사망 시점인 1998년을 기준으로 회사 성장의 기여를 따졌는데, 이는 이번 재산 분할의 핵심 재산이자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 부부공동재산인지와 분할 비율이 적정한지를 따지는 핵심 요소다.
이 변호사는 "1998년 이전 시기는 최종현 선대회장에 의해 성장했으므로 노 관장의 기여가 있을 수 없는 기간이고, 이후의 시기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 활동으로 성장한 시기이므로 이 시기에는 노 관장의 내조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구분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최종현 선대회장은 장남인 최태원 회장에게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1994년 약 2억8천만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이 돈으로 같은 해 11월 당시 누적적자 수십억원 이상인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격은 이후 2007년 3월(1:20), 2009년 4월(1:2.5) 등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며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천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하지만 두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천원이라는 것이 최 회장 측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1994년부터 1998년 선대회장 별세까지, 별세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회사 성장에 대한 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최 회장의 기여도가 더 큰 것으로 전제하고 최 회장에 내조한 노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하며 1조3천8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산 분할을 판결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에 근거가 된 계산 오류를 바로잡는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 최 회장 측의 설명이다.
주식 가액을 주당 100원이 아니라 1천원이라고 보면 당초 재판부가 12.5배로 계산한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125배로 10배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로 10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실상 '100배' 왜곡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변호사는 "(SK C&C는) 최 선대회장 생존 시기에 다른 IT 기업에 비해 엄청난 성장을 한 반면, 선대회장 사망 이후에는 다른 IT 기업들의 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재판부가 이 오류에 기반해 최 회장과 선대회장의 기여도를 반대로 판단했기 때문에 단순히 숫자를 고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분할 비율이 달라지면 항소심 파기 사유가 된다는 것도 대법원의 법리"라며 "재판 결론을 당장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3조원에 가까운 SK㈜ 주식이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도가 큰 재산이 돼서 고유 재산이라고 보면 1심 판결처럼 (분할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판결의 비율 부분을 유지하더라도 최 선대회장의 기여도 부분을 빼고 계산해야 되니 금액은 줄어들 것"이라며 "만약 SK㈜ 주식이 빠지게 되면 금액은 훨씬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 측의 주장처럼 1998년 주식 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닌 1천원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판결문을 수정했다. 최 회장의 기여분도 355배에서 35.6배로 수정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계산 오류가 재산분할 범위와 비율 판단의 근거가 된 만큼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라며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6공의 유무형 지원 성장 기업' 바로잡고 싶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이 유입돼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는 취지의 항소심 판결에 대한 강한 반박도 이어졌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이번 항소심 결과로 SK그룹이 6공 비자금과 비호 아래 성장한 것이라는 정의가 내려져 버렸다"며 "SK에는 15만명에 가까운 구성원과 많은 고객, 투자자가 있는데 진실을 소명하는 것이 SK 회사 차원의 숙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회사 차원에서 규명이 필요한 사안으로 ▲ 300억원의 정확한 전달 방식과 사용처 ▲ 기존에 밝혀지지 않은 비자금의 별도 존재 여부 ▲ SK에 제시했다는 100억원 약속 어음의 구체적 처리 결과 ▲ 현직 대통령 시기에 특혜로 거론됐던 내용과 사실 유무 등을 꼽았다.
이 위원장은 "300억원의 노태우 정부 비자금이 SK에 들어왔다고 하지만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왔는지 규명이 필요하다"며 "아무런 세부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300억원 비자금이 들어왔다만 팩트로 치부되고 있다. 그렇게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1995년 비자금 조사 당시 300억원에 관한 내용이 전혀 거론되지 않은 점도 근거로 들었다.
'6공 특혜'에 대해서는 "SK의 6공 특혜가 무엇이냐고 구체적으로 얘기해보라고 하면 아마 많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특혜 내용 또한 상당히 구체적으로 적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6공 특혜설'은 해묵은 가짜뉴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역사에서 5공, 6공을 지난 이후에 그 정부의 일원이었던 것이 그다음 정부에 뒷배가 되고 큰 힘이 됐던 적은 없다"며 "6공 정부 대통령 사돈이라는 힘이 그다음 정부로 전달되기 어려운 게 우리 사회가 아니었나라는 데에 공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이 같은 배경이 SK에는 '마이너스'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통신장비 제조업체의 정식 서비스 진출을 법으로 막아 SK가 한국이동통신을 쉽게 인수할 수 있도록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이 위원장은 "당시 체신부(정보통신부)가 법을 발의하고 제안할 때 많은 토론이 있었다"며 "만약 대통령의 강한 지원 의사가 있었다면 힘이 약한 부서(체신부)에 그것을 하라고 하고 힘이 센 부서에 그것을 막으라는 상반된 지시를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6공화국 기간(1987∼1992년) 10대 기업의 매출 성장률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재계 5위였던 SK의 성장률은 1.8배로, 10대 그룹 중 9위에 그쳤다. 대우가 6공 기간 매출 성장률이 4.3배로 뛰어 가장 높았고, 기아(3.9배), 롯데(2.7배), 현대(2.5배), 쌍용(2.4배) 등의 순으로 매출이 성장했다.
이 위원장은 "SK는 6공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기업이 아니고, 오히려 6공과의 관계가 이후 오랜 기간 회사 이미지와 사업 추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이번 판결은 입증된 바 없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회사의 역사와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 이를 반드시 바로잡아 회사의 명예를 살리고 구성원의 자부심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