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최태원 160배·최종현 125배…재산분할 비율 영향 없어"
최태원측 "2019년 혼인 파탄…기여도 2024년까지 재산정 이유 궁금"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결과를 놓고 최 회장 측과 항소심 재판부가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천808억원을 지급하라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 근거가 핵심 쟁점이다. 재판부는 재산분할 비율을 65(최태원 회장)대 35(노소영 관장)로 정했다.
최 회장 측은 재판부가 재산분할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치명적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재판부는 일부 오류를 인정해 판결문 일부를 수정하면서도 재산분할 비율 등에 영향이 없다고 맞섰다.
양측이 17일과 18일 이틀간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 회장 측이 상고하기로 함에 따라 대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 공방 1라운드…최태원측 "치명적 오류" vs 재판부 "1.3조 분할 유지"
최태원 회장 측이 선공을 폈다.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전날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지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 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고 밝혔다.
재산분할 판단의 핵심인 대한텔레콤(현 SK C&C)의 가치를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주당 8원,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천650원으로 본 재판부의 계산이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즉 재산분할을 위한 주식 가치 산정에 적용된 1998년 5월 대한텔레콤 주가는 두 차례의 액면분할 고려 시 재판부가 계산한 주당 100원이 아닌 1천원이라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주식 가치 상승과 관련한 최 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도가 달라진다.
재판부는 주식 가치 상승 기여도를 최 선대회장 12.5배, 최 회장 355배로 봤는데, 새로운 계산 적용 시 최 선대회장 125배, 최 회장 35.6배로 보는 게 맞다는 것이다.
이점이 바로 최 회장 측이 주장하는 '100배의 왜곡 발생'이다.
이처럼 주식 가치, 기여도 등에서의 '왜곡'을 수정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게 최 회장 측의 입장이다.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되자 재판부는 곧바로 판결문 일부를 수정했다. 1998년 5월 대한텔레콤의 주가를 주당 100원에서 1천원으로 수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오류가 고쳐졌다고 해서 판결 결과까지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주문까지 수정하지는 않았다.
◇ 공방 2라운드…재판부 "기준시점 2024년 vs 최태원측 "2019년 파탄"
최 회장 측과 재판부는 18일에도 논리 다툼을 이어갔다. 이날 포문은 재판부가 열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가사2부는 이날 '17일자 판결경정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설명자료를 내고 전날 수정 부분에 대해 '중간단계의 사실관계에 관해 발생한 계산 오류'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재산분할 비율 등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최종적인 재산분할 기준 시점을 '올해 4월 16일 기준 SK 주가 16만원'이라고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전날 쟁점이 됐던 기여도 부분을 다시 계산해 내놓았다.
최 선대회장 125배, 최 회장 160배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2009년 11월 (대한텔레콤 주가) 3만5천650원은 중간 단계의 가치로 최종적인 비교 대상이나 기준 가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최 회장 변호인단은 입장 자료를 통해 "(재판부는) 이번 설명자료에서 최 회장의 기여 기간을 2024년 4월까지 26년간으로 늘리면서 160배 증가한 것으로 기술했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이러한 논리를 견지하려면 판결문을 2024년까지 비교 기간을 늘리도록 추가 경정을 할 것인지 궁금하며,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실질적 혼인 관계가 2019년에 파탄났다고 밝혔는데, 2024년까지 기간을 연장해 최 회장의 기여도를 재산정한 점은 납득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 회장 측은 또 재판부의 설명대로 기여도가 바뀌었는데, 재산분할 판결을 유지한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당초 재판부가 기여도 '12.5대 355'를 기초로 1조3천808억원의 재산분할 지급액을 결정했는데, 이번에 '125대 160'으로 기여도를 수정했다면 어떤 형태로든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최 회장 측과 재판부의 논쟁은 대법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최 회장은 전날 설명 자리에 직접 참석해 "재산 분할에 관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저는 이번에 상고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오는 21일까지 상고장을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