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 제외 사유, 소멸시효 완성(89.7%)·세금 납부(4.8%)·사망(4.4%) 순
안도걸 의원 “세수확보 노력 소홀....세수결손 부담 지자체에 전가”
국세청은 '국세징수법'에 따라 체납 국세가 2억원 이상이고 체납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난 고액-상습체납자의 성명(상호), 주소, 체납액 등을 국세청 누리집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명단공개를 통해 자발적인 세금 납부를 유도하고, 성실납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목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제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세금 납부를 통해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서 제외된 체납자는 1948명으로 전체의 4.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의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 제도의 실효성이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5년(2019~2023년)간 세금 납부, 사망, 소멸시효 등을 이유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서 제외된 인원은 4만718명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세금 부과 시효 만료로 인해 명단공개 대상에서 해제된 체납자가 3만6530명으로 전체의 89.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납부로 인해 명단에서 제외된 경우가 4.8%, 사망이 4.4%, 감액경정이 1.1%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금 납부로 명단에서 제외된 경우는 체납자의 사망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서 제외된 인원은 2019년 3803명에서 2023년 8264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해 명단에서 제외된 인원은 2974명에서 7172명으로 2.4배 이상 늘어난 반면, 납부를 통해 명단에서 제외된 인원은 336명에서 599명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행법에 따르면, 과세당국은 최장 10년(5억원 미만은 5년)의 소멸시효가 지나면 징세 권한을 상실한다. 이로 인해 고액·상습체납자들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오랜 기간 버티면 명단에서 제외되고, 세금 납부의무가 면제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소멸시효 완성으로 더이상 징수할 수 없게 된 세금은 지난 5년간 총 8조5343억원에 달한다. 매년 평균 약 1조7000억원의 세금에 대한 징세 권한이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 소멸시효가 완성으로 사라진 세금은 2조4251억원으로, 전년(1조9263억원) 대비 25.9% 증가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납세고지, 독촉, 압류 등을 통해 국세징수권 소멸시효를 연장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징수권을 포기한 사례가 많다.
정부가 징수해야 할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하면, 지난해와 같이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할 경우 더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세수결손이 발생하면 정부는 국세체납분 환수, 부정탈루 소득 과세강화 등 세수확보를 위한 비상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노력 없이 20조원에 가까운 교부세를 삭감해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겼고, 그로 인해 재정이 취약한 지방경제가 더 타격을 입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안도걸 의원은 “정부가 정당하게 징수해야 하는 세금를 제대로 걷질 못해 지난해 세수결손 위기 상황에서 지자체의 부담을 키웠다”며 “소멸시효 제도를 악의적으로 이용해 세금 납부의무를 면제받는 고액 체납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징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