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출연한(?) 임원 “울며 겨자 먹는 기분”…‘지방회 독립’ 목소리 본격 표출
올해도 여전히 한국세무사회 산하 7개 지방세무사회의 ‘회원워크숍 및 체력단련 행사’ 식순에 ‘후원금 전달식’이 오르고 후원금을 낸 임원과 회원들이 일일이 소개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일부 지방회는 아예 ‘후원자 명단’ 현수막을 행사장 벽면에 내걸어 "볼썽사납다"는 지적과 함께, “꼬박꼬박 낸 회비는 어디가고 행사를 이 모양으로 치르느냐”는 비아냥거림이 지방회 행사장 이곳 저곳에서 나온다.
따라서 예산과 권한이 과도하게 본회에 집중되는 한국세무사회 조직을 개편, 예산이 효율적으로 배정되고 지역 특성에 맞는 회원서비스가 이뤄지도록 ‘지방세무사회 독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6~27일 강원 고성에서 열린 서울지방세무사회 회원 워크숍에서도 어김없이 내빈 축사에 이어 ‘후원금 전달식’이 거행됐다.
화면에 후원자 명단이 비쳐지고 사회자가 “이종탁 서울회장 1천만원, 서울회 부회장·상임이사·위원장 일동 440만원, 지역세무사회장 일동 1540만원”이라고 소개하자 일부 회원들은 환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명예직인 지방회장은 매년 1천만원씩을, 임원들도 회직자란 명분 때문에 거금의 행사후원금을 내야하는 모순적 구조에 ‘씁쓸한’ 표정을 짓는 회원들도 많았다. 서울지방회 회원워크숍의 경우 김상철, 임채룡, 김완일, 임채수 전 회장 등 모두가 재임 기간에 매년 1천만원씩 후원금을 내왔다.
한국세무사회장과 일부 지방세무사회장은 물론 세무사석박사회장, 여성세무사회장 등 임의단체장도 금일봉을 후원했다는 멘트가 이어졌다.
회원워크숍은 지방회 행사 중 정기총회 다음으로 규모가 크고 예산소요도 많은 대표적 행사다.
그런데 예산만으론 턱없이 부족해 매년 회장과 회직자들이 이처럼 ‘고혈’을 짜내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회직자로서 회원 봉사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기는커녕 ‘괴로운’ 행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사비를 출연한 서울지방회의 한 임원은 “울며 겨자 먹는 기분이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는데 어쩌겠냐”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 서울회 회원워크숍은 예산 5480만원에 회장 등 회직자들이 갹출한 찬조금 3000여만 원이 보태져 치러졌다. 1만6천 전체 회원 44.3%인 7400여 서울 회원이 그에 버금가는 많은 회비를 내고도 회직자와 지역회장들의 ‘사적 출혈’로 행사가 치러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런 풍경은 비슷한 시기 경주에서 열린 인천지방세무사회 ‘추계회원세미나 및 체력단련대회’에서도 펼쳐졌다.
인천회는 이번 세미나를 예산 1264만원에다 회원들의 참석비, 세무사회장, 김명진 인천회장과 부회장, 지역회장, 지방회장, 외부 유관업체 등의 후원금 2600여만 원을 보태 진행했다. 10월에 예정된 중부지방세무사회 회원세미나 등 나머지 지방회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회직자와 회원들의 찬조비 출연 없이는 행사 개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예산책정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해 구재이 회장 집행부 출범이후 지방회 활성화 방침으로 인사 및 교육권을 넘기는 것과 함께 예산도 행사비의 50~60% 수준으로 증액했지만 여전히 부족해 워크숍의 파행적 진행은 계속되고 있다.
구재이 집행부 이전에는 회원워크숍 예산이 행사비의 30~4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지방회 예산을 적게 배정한데다, 특정 세무사회장 재임 시에는 지방회별로 본회 후원금을 편파 지원하는 등 ‘지방회장 길들이기’로 악용하기까지 했다.
이런 본회 중심의 예산 배정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워크숍 현장에서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지역회장 후원금 모금을 주도했다는 한 지역회장은 서울회 워크숍에서 “전체 회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지방회에서 예산이 부족해 회직자들이 사비를 출연해 행사를 치르는 것은 문제”라며 “구재이 회장께서 예산 좀 팍팍 지원해달라”고 에둘러 예산배정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워크숍 행사장에서는 지방회 독립의 목소리를 높이는 회원들도 다수 보였다.
한 회원은 “공식행사 비용의 상당 부분을 회직자 후원금에 의존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 조직 운영이고,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지역에 맞는 특화된 회원서비스 확대와 세무사 조직의 선진화 차원에서 이제 ‘지방회 독립’을 본격 추진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