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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세청을 걱정하는 사람들
[칼럼] 국세청을 걱정하는 사람들
  • 日刊 NTN
  • 승인 2013.10.3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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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정창영(본지 주필)

 

▲ 정창영 본지주필
‘국걱모’, 국세청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모임. 물론 실존하는 모임이나 단체는 아니다.

세수부족에다 최근 국세청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되는 요즘 국세청과 국세행정의 맥을 잘 아는 사람들 중에는 긍정적 의미에서 ‘국세청 걱정’을 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경기부진에 따른 세수부족이 이미 기정사실화된 현실에서 그 부족의 폭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인 상황이 됐고, 이 과정에서 ‘무리한 세무조사’, ‘과잉 징세활동’, ‘잇단 세무비리’의 오해(?)마저 단골로 받고 있는 것이 국세청이 처한 오늘의 모습이다.

‘국걱모’ 회원은 전직 국세공무원이 대부분이다. 국세청이 평생 몸담았던 ‘친정’인데다 돌아가는 상황이나 일이 아직도 자신의 손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세무사로 활동하고 있고 어떤 형태로든 국세행정과 맞물리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다.

한때 ‘국걱모’는 세무대리인들이 자신의 업무를 유리하게 풀어가기 위해 지극히 주관적 시각에서 불평과 불만이 담긴 ‘세정가 여론’을 형성한다는 따가운 시선도 받았지만 시대가 달라진 요즘은 마음에서 느끼는 ‘순수한 걱정’이 주류를 이루는 분위기다.

이들 중에는 TV에서 국세청 뉴스만 나와도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전직 청·차장의 낯 뜨거웠던 비위 뉴스가 보도될 때는 깊은 한숨과 함께 “어쩌다가 이지경…”을 되뇌이며 대낮부터 통음을 한 이들도 많다. 물론 사감(私感)은 없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국걱모’가 걱정했던 대부분 내용이 이슈로 등장했다.

세수가 부족하다고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강화해 납세기업들이 과도하게 위축되고, 결국 경기가 더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국세청 1급 4자리를 모두 대구·경북 출신이 독식한데다 전국 6개 지방국세청장 중 5개 지방청장이 이 지역 출신인 현실을 들어 ‘전무후무한 지독한 편중인사에다 최악의 인사’라는 질타도 이어졌다.

연이어 터진 조사국 주변의 세무비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고 해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 역시 지난해와 달라진 것 없이 그냥 맨 몸으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른바 국세청 3사(조사, 감사, 인사)가 올해도 여지없이 지적의 대상이 됐다.

물론 국감에서 지적받는 내용이 단지 오늘의 문제만은 아니고, 오래전부터 내려온 난제인데다 보는 시각에 따라 사안이 다양하게 달라지는 속성은 있지만 이유를 떠나 개선돼야 할 문제인 것만은 확실하다.

세무조사 문제만 해도 그렇다. ‘국걱모’ 사람들은 국세청 답변 내용을 100% 인정한다. 세수가 어렵다고 세무조사로 쥐어짜는 식의 행정은 국세청이 절대 하지 않는다고 오히려 강변하고 있다.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라는 후렴까지 붙인다.

그러면서도 현 국세청 세무조사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관리자들이 세무조사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다는 따끔한 일침도 놓는다.

일반적인 루틴 과세행정과 달리 세무조사는 특성이 아주 강해 결제라인에서 관리자가 세무조사 실무에 밝지 못하면 말끔한 조사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실력이 따르지 못하니 핵심을 꿰뚫지 못하고, 불안한 마음에 엉뚱한 지시가 강조돼 조사요원도, 납세기업도 피곤한 현상이 이어지고 무리한 조사로 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실제로 최근 조사 받은 기업들 중에는 추징규모보다 조사분위기나 요구자료, 소명기회 부족 등을 불편내용으로 꼽고 있다.

외양상 확연히 드러난 전무후무한 독식인사도 ‘사정’은 이해가 가지만 ‘인사는 줄선 순서만이 아니잖아요?’를 대입하면 문제가 있다. 다음 국세청장은 외부에서 임명되지 않으면 무조건 TK가 차지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정설이 됐다. 운용의 묘가 아쉬운 대목이다.

조사반이 통째로 비리에 연루되는가 하면 전무후무한 전직 국세청장·차장의 단독 드리블 비리사건은 결국 법정에서 눈물로 얼룩져 세정가에 그림자로 남고 있다. 세정불신을 몰고 온 낮 뜨거운 광경이자 ‘국걱모’ 회원들의 가슴을 조이는 걱정의 이유다.

‘국걱모’의 조언에 대해 대부분 국세청 간부들은 외양상 표정변화가 없지만 내심 ‘간섭’의 느낌으로 받는 경향이 짙다. 마치 아버지나 형님이 빛바랜 과거형 훈계를 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느낌도 있다. 실제로 그런 요인이 없는 것도 아니다. 변화가 빠른 요즘 과거 기준과 잣대로 현실을 재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요즘 ‘국걱모’의 시각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새길 필요는 있다. 단지 자신이 수임한 사건이 홀대받은 감정에 몰입해 ‘입’을 대는 것이 아니다.

퇴임 후 넉넉한 시간에 좋은 머리로 SNS에 통달한 ‘노장’도 역시 ‘국걱모’ 회원 중에는 다수다. 이들의 시각은 다양한 객관적 정보습득으로 영점 조준이 잘 맞춰진 특성도 있다. 특히 자기주장만 하다가는 다양화 시대에 철저히 외면당한다는 사실을 직간접 경험으로 체득도 했다.

‘국걱모’ 주장이 다 옳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국세청이 딛고 있는 현실이 고단한 만큼 국세청을 잘 아는 이들의 고민어린 조언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숙고해서 말하고, 경청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걱모’의 진심은 세월이 변했다는 사실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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