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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짐"이 너무 무겁다
국세청, "짐"이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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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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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 정창영 (NTN 편집국장)
   
 
 


국세행정의 행보가 너무 안타깝고 애처롭다. 그래도 ‘애국’(愛國)의 용어가 통용되는 곳이 국세청이고, 이것이 국세공무원들의 자부심이었는데 ‘제 몫을 찾아서’ 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실감나는 계절을 보내고 있는 곳이 요즘 국세청이다.
참여정부가 정권 종반전을 올인 수준으로 양극화 해소에 주력하면서 국세청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다. 단순한 경제문제를 넘어 일종의 사회학 개념까지 가미돼 접근된 오늘의 양극화 문제는 토론과 토의의 다양성을 유발하면서 궁극적으로 해법의 핵심은 국세행정으로 당연 이관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결론부터 접근하자면 국세청 이 이 ‘짐’을 지고 소화해 내기에는 당연히 무리가 있다.
양극화 해소의 구체적 실천과제로 등장한 것은 재원 마련이었고, 부동산투기 억제였고, 과세정상화였다. 기부문화 확산 등 비조세(非租稅) 분야도 있었지만 곁가지에 불과했다. 결국핵심과제의 대부분은 시간을 갖고 추진하는 유도정책이 아닌 조세를 무기로 단기간 내에 답을 내는 강공드라이브가 선택됐다.
참여정부는 양극화 해소에 ‘애정’을 쏟아 붇고 있어 당연히 답이 빨리 나오기를 갈망한다. 뭔가 눈앞에서 실적이 쏟아져야 하고, 상위 몇 퍼센트를 제외한 대부분 국민들에게 가슴 찡한 선물을 신속히 내밀어야 하기 때문에 자주 국세청에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조세의 기본적인 기능은 당연한 재정확보 외에 정책목적 기능도 추가되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을 논거는 없다.
그러나 해마다 추가 소요되는 천문학적 규모의 지속투입 재원마련도 그렇고, 부동산문제, 과세정상화 문제가 단지 국세청이 열심히 뛴다고 단기간 안에 해결되는 사안은 아니다.



양극화 해소라는 ‘철학적 명제’(?)의 실천핵심 대부분을 떠맡은 국세청의 노력을 조금 과장한다면 ‘눈물겹다’. 지난해 전체를 동원해 나선 부동산투기 조사행정은 든든했고 박수도 받았다. 세수부족이 확실한 상황에서 세정을 ‘적극행정’으로 전환, 세수도 채웠다. 감액 추경과 ‘쥐어짜기 식’ 세무조사 논란이 있었지만 당시 “이 경기(景氣)에서 세수를 채우고도 남긴 것은 기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선진국에서조차 ‘방법이 없다’로 통용되는 외국계 펀드의 소득에 대해서는 저돌적으로 돌진해 어찌됐든 선전했고, 국민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일화도 남겼다.
과세정상화 문제도 그렇다. 세무조사 행정의 오랜 관행인 정기조사 형식에 파격을 더해 일단 잡음없이 대상선정의 유연성을 확보했으며, 이를 토대로 대기업 상시조사체제 구축은 물론 근로소득자의 대칭개념인 자영사업자,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 사상 유례없는 세무조사 십자포화를 퍼 부으며 대응해 나가고 있다.
기업 세정도 예외는 아니다. 웬만한 기업들 사이에서는 “국세청의 ‘달라진 세무조사’를 받아보지 않은 기업은 명함도 못 내민다”는 말이 돌 정도다.
이제는 고소득 자영업자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국세당국의 세무조사를 받는 풍경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국민적 정서까지 확실한 동의를 얻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과거 과세 사각지대로 분류되던 구석진 곳에는 대낮처럼 밝은 서치라이트를 들이대며 양성화 시켜 나가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신용카드 세정은 이미 정착 단계에 왔고, 세계적인 관심 속에 현금영수증제도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세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총동원한 셈이다.



요즘 국세청 사람들은 쫓기듯 지쳐있다. 앞선 의욕과는 달리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는 말도 한다. 열정으로 일에 매달리지만 양극화는 좀처럼 답을 주지 않는다. 다 잡은 것 같던 부동산투기는 이제 ‘때리다가 지친다’는 표현이 나오는 수준이고, 곡(哭) 소리나게 자영업자 조사를 해도 과세정상화의 큰 그림과 양극화라는 태산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근근히 버텼지만 유가, 환율 등 경기 악재로 향후 세수는 말 그대로 안개 속이다.
여기에다 ‘큰 짐’으로 떠맡은 근로소득보전세제(EITC) 관련 업무에 이르면 긴 한숨을 쉬는 이들이 많다. 개인사업장 지급조서 제출 문제가 나오면 ‘업무 전폐하고...’가 전제되는 상황이니 중압감의 정도를 가늠케 한다.
이에 대해 세정가 일부에서는 “국세청이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다”는 점잖은 평도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국정의 꼬이고 꼬인 난제를 세정이 끌어안고 간다는데 있다. “즉답을 잘 내는 것으로 유명한 세정조직지만 정책목적에 투입할 때는 정말 신중하게 써야 한다”는 퇴직 국세청 고위간부의 말이 시사해 주는 바가 큰 그런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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