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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천재지변이냐, 화재냐?
[세정칼럼]천재지변이냐, 화재냐?
  • 日刊 NTN
  • 승인 2013.11.2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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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웅 본지 논설위원.
요즈음은 해외여행이 제주도 여행보다 저렴한 세상이 되었다. 제주도에 며칠 머무를 경비로 동남아 여행을 가면 훨씬 넉넉한 휴가를 즐길 수 있기에 신혼여행의 메카였던 제주도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해야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외면되어 가는 제주도 관광을 장려하다 보니 제주공항에서는 내국인에게도 면세점을 개방하고 면세 혜택을 주기에 이르렀는데 최근 미디어에서는 해외여행자 면세금액 문제를 집중보도하였다.

해외 여행자의 휴대품 면세기준이 무려 25년째 1인당 400달러로 묶여 있다는 거였다. 원성이 커질 법도 한 것이 효도관광도 다녀오고, 신혼여행도 다녀 오다 보면 눈에 밟히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기념품이라도 하나씩 사다 줄라치면 알량한 면세한도를 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4,548달러(1988)에서 22,489달러(2012)로 무려 5배 성장하고, 소비자 물가지수는 3.7배가 뛰었는데도 면세금액은 요지부동이다 보니 25년전 아기가 성인이 되었는데 기획재정부는 올곧게 유아복을 입히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떠할까. 이웃 중국조차 5000위안(약 820달러)이고, 일본은 20만 엔(약 2,050달러)이니 우리나라가 어느 수준이면 될지는 각자의 직관으로만도 결론이 나온다.

2010년 세관에서 48만 명을 검사했는데 그 중 73%가 면세기준을 초과하였다고 한다.  한 해 5천만 명이 해외 여행을 나가는 시대인데 이 법을 고수하면 약 4천만 명의 여행자가 관세법 위반자가 되는 셈이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그 간 “개선 방향이 옳아도 국민 정서와 맞지 않으면 추진하기 힘들다”며 난색 일관이었단다. 통계가 웅변하는데도 국민정서를 정반대로 해석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키지 못할 법규를 강요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런 보도를 접한 납세자들 중엔 25년된 400불 규정보다 더 심한 세금규정이 있다고 한숨을 짓는다. ‘조사연기 요건’ 조항 때문이다. 기업하는 분들은 조사연기가 ‘천재지변이나 화재’가 나야 가능하다는데 놀랐다고 한다.
요즈음 기업은 생존하기 위하여 세계와 경쟁하며 촌각을 다투므로 임직원들에게는 늘 수주 출장, 해외 상담 등 중요한 일정들이 빼곡하게 잡혀 있는 게 일상인데, 일방적으로 세무조사를 받으라는 통지를 하고는 무려 3~6개월의 긴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현행 제도는 난감하기가 그지 없다는 거다.

전사적인 구조 조정, 새로운 전산 시스템 도입, 공정위나 관세청 조사 등 시급한 기업 사정으로 세무조사를 짧게는 2~3 주, 길게는 두어 달 연기하여 달라고 간청하면 과세당국은 세법전을 펼쳐 보이며 이렇게 묻는다고 한다. “천재지변이 일어났나요? 아니면 경영자가 중병인가요?”

눈을 의심해보지만 국세기본법에는 실제로 세무조사 연기요건이 그리 되어있더라는 거다. 현행 법령이 이러하다 보니 과세관청은 조사연기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도와줄 길이 없다는 말만 한다는 것이다.
기업인들의 말에 따르면 요즈음 경제단체나 기업 간담회에 참석하시는 정부 당국자나 과세당국의 높으신 분들이 한결 같이 빼놓지 않는 키워드가 있는데 ‘창조경제’와 ‘세정지원’이 그 것이란다.

당국자들은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사니 창조경제를 구현하자, 기업의 어려움을 이해하니 세정지원을 최대한 아끼지 않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기업인들은 늘 하는 덕담 정도로만 이해한다고 한다.
매년 수백억씩 세금으로 납세보국하는 기업들에게 ‘천재지변이냐, 화재냐’ 라는 시대착오적인 질문만 반복하면서 정작 해당조항을 현실에 맞게 고칠 생각은 하지 않으니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다변화하는 기업환경하에서 급박한 사정들이 많다 보니 세무조사 통지기간이 짧다고 느끼는 기업들이 태반이 넘으니 기업의 경제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며 조사할 수 있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과세관청 외부의 시각이다.

그러나 과세관청 속내를 아는 전직들의 견해로는 통지기간 확대나 세무조사 연기가 조사팀 운영상 매우 번거로운 일이라서 관공서가 자발적으로 그 요건을 완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조사연기요건을 현실에 맞게 고친다든지, 조사통지기간을 4주 이상 충분히 준다든지 하는 일들이야말로 예산이 들지 않으면서 기업이 원만하게 사업을 하도록 도와주는 기업친화적인 지원책이 될 터인데 이런 손쉬운 일마저 외면하면서 정작 무엇으로 세정지원을 하겠다는 것인지 묻는 납세자들에게 어떤 대답이 되돌아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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