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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사그라진 영광의 흔적 '옛군산세관'
[탐방]사그라진 영광의 흔적 '옛군산세관'
  • 日刊 NTN
  • 승인 2013.12.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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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관세전시실 사용… '105년 관세행정이 한눈에'

옛군산세관은 우리나라에서 단 세 곳만 남은 근대건축물 중 하나다. 미곡반출 무역항이었던 군산에 지어진 옛군산세관은 군산항을 통해 드나들던 물품에 대해 세금을 거두던 세관이 있던 곳이다. 군산항을 개방한 조선은 광무 3년(1899) 인천세관 관할로 군산세관을 설치했으며, 1906년에는 인천세관 군산지사를 설립했다.

1993년까지 실제 세관청사로 사용했을 만큼 보존상태도 훌륭한 옛군산세관은 서울역사, 한국은행본점과 함께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의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일제 수탈의 근거지였던 군산항의 사그라진 영광의 흔적으로 전북 군산시 장미동에 자리한 옛군산세관을 본지 취재팀이 찾아가 보았다.   /편집자 주

               ▲ 옛군산세관의 전경

「이렇게 애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 온 물이, 마침내 황해 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에 얼려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大處) 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중략)…미두장은 군산의 심장이요, 전주통(全州通)이니 본정통(本町通)이니 하는 폭 넓은 길들은 대동맥이다.」

▲ 현재는 호남관세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옛군산세관 내부.
그 유명한 채만식 작가의 역작 ‘탁류’의 한 구절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 ‘초봉’이라는 여인을 중심으로 1920~1930년대 열악한 도시 밑바닥 삶을 영위하다 점차 몰락해가거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다양한 계층의 인간 군상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의 무대는 바로 전라북도 군산이다. 군산은 일제 강점기 인근 김제, 만경평야에서 나온 쌀을 일본으로 강제 수탈해가는 미곡 반출 항구도시였다. 그 중에서도 중심이었던 장미동(藏米同)은 ‘쌀을 저장하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일제 강점기의 미곡 반출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본래 호남벌의 중심을 이루는 김제, 만경, 군산, 옥구의 들판은 우리 땅에서 가장 비옥하고, 풍요로운 들판의 상징이었다. 그 중에서도 서쪽에 자리한 군산은 금강의 물줄기가 황해와 접하는 경계에 자리한다. 때문에 군산항은 평화 시에는 무역항으로서 번영의 도시였고, 외적의 침입 시에는 전쟁터가 됐던 질곡 많은 역사의 도시다.

또 군산항은 고려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호남지역의 세곡(=세금)을 저장하고 운반하던 물류유통의 중심지였다. 고려시대에는 진성창, 조선시대에는 현재의 근대문화박물관 인근에 군산창이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군산은 근대 개화기를 지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일본상인들의 거점지로서 일제 수탈의 현장이 됐다.

대한제국은 1899년 5월 1일 군상항의 개항과 더불어 해안 일대에 외국인의 통상 거주지인 조계지가 일본에 독점되지 않도록 각국의 공동 조계지로 정했지만, 개항 이후 군산이 일본에 종속되면서 일본의 독점 또한 피해가지 못했다.

▲ 옛군산세관건물 내부에 전시된 가짜상품
군산에는 이런 왜곡된 근대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흔적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장미동에 지어진 옛세관건물은 70여평 규모로 1908년 독일인이 설계했으며 낮은 화강암 기반 위에 붉은 벽돌을 쌓아 유럽양식으로 지어졌다. 사용된 적벽돌은 모두 벨기에 수입산이다. 1905년 기울어가던 대한제국의 자금 8만 6천원이 투입된 옛군산세관은 제1차 군산항 축항공사기간(1905~1920년) 중인 1908년(순종 2년) 6월에 만들어졌다. 서양식 단층 건물로 건평은 약 69평이다. 1994년 옛군산세관은 전라북도 지정문화제 제87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1908년부터 1993년까지 약 85년간 실제 세관청사로 사용되다 바로 옆에 현대식 건물을 지어 군산세관이 이사하면서 현재는 호남관세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근대문화유산 중 보존이 가장 잘 된 곳 중 하나로 꼽히며, 지금은 해설사가 상주하면서 군산의 근대역사를 설명해준다.

홀을 중심으로 각 방은 대칭으로 배열돼 있고 건물 한쪽으로 긴 복도가 있다. 
옛군산세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항만에서 검색된 유명 브랜드 가짜 상품들이 전시된 ‘가짜 상품 전시실’이 가장 먼저 보인다. 아디다스, 샤넬, 구찌 등 명품 브랜드를 모방한 일명 ‘짝퉁’ 제품들이 전시 돼 있다. 또 과거 관세행정을 엿볼 수 있는 과세행정 자료집도 눈으로 직접 확인이 가능하다. 1993년까지 집무실로 사용했던 세관장의 업무실도 그대로 복원 돼 있다. 역대 세관장의 사진과 이력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과거에 사용했던 세관기도 살펴볼 수 있다.
옛군산세관 옆에 위치한 근대역사박물관을 찾으면, 과거 고려와 조선시대에 백성들에게 거두어들인 세금을 도성으로 운반하는 운송선인 조운선을 복원된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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