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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고속도로 휴게소 잡화점 ‘하이숍’을 아시나요?
[탐방]고속도로 휴게소 잡화점 ‘하이숍’을 아시나요?
  • 日刊 NTN
  • 승인 2014.02.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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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온상지대 노점상들 철거대신 생계보장형 ‘하이숍’으로 변신

‘하이숍’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주차 구역을 불법 점유하고 있던 노점상들을 철거하는 대신 이들의 생계보장을 위해 한국도로공사와 휴게소 운영자 측이 제공한 잡화매장이다.

30여년 동안 고속도로 주차장을 무단 점용하면서, 불법 영업을 통해 온갖 탈세를 일삼던 노점상이 ‘하이숍’으로 바뀌면서, 숨은 세원 확보가 가능해졌고, 이들이 점용하던 공간은 여성·장애인 주차 공간으로 거듭났다. 정부의 성공한 정책 중 하나인 고속도로 휴게소 잡화 매점인 ‘하이숍’의 운영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본지 취재팀이 서울·경기권 인근 고속도로 휴게소의 ‘하이숍’을 찾아가 보았다. 지하경제 양성화의 모범 사례로 꼽을 수 있는 ‘하이숍’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싣는다.  /편집자 주

지하경제 양성화 성공 첫 케이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속도로 휴게소를 지나다 보면, 화장실 앞 가판대에서는 소음에 가까운 속칭 ‘뽕짝’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카세트테이프, CD, 손수건 등 잡다한 물건을 판매하는 불법 노점상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등장한 불법 노점상의 역사는 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량을 이용한 이동식 불법 노점상이 출몰해 고속도로 주차장 일부를 점용해 영업을 해나가기 시작하다 급기야 1990년도에 들어서는 휴게소 건물 전면 주차장을 불법 점유하기 시작했다. 문제가 커지자 고속도로 휴게소 입점 업주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관계당국도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무법자 30년 ‘갱생일지’
2001년도에는 고속도로휴게소협회와 고엽제전우회가 단속용역을 맺고 전면 철거를 시도했지만, 이들 영업자들의 강력저항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노점상 영업자들은 주로 해병대 전우회 협회, 상이군경 협회, 장애인 협회 등 휴게소 노점사업을 선점하고 있던 단체들로써 구축해 놓은 보이지 않는 이권 또한 견고했다. 

이러한 사정으로 도로공사는 2001년 이후 물리적 충돌 등의 우려로 불법노점상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중단한 뒤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솜방망이’ 처분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이들 불법 노점상의 폐해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졌다.

이들은 휴게소 주차장에서 가장 목 좋은 곳을 차지하고는 ‘막무가내’식 영업을 통해 휴게소 이용자들에게 큰 피해를 끼쳤고, 저작권을 위반한 불법 복제물 등 저질 물품들을 판매했다. 또 이들이 불법 영업을 통해 얻은 이익은 그 액수를 파악하기 힘든 세원 누수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201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한나라당 김태원 의원에 따르면 이들 노점상들은 1개소 당 최대 1억 5000여만의 연매출을 올렸고, 한 사람이 3∼4개의 노점을 운영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 중 연매출 80억원 이상의 32개 휴게소에서 불법 영업을 하던 노점상은 9000만원~1억 5000만원의 연매출을 낸 것으로 분석됐다.

도로공사는 이런 불법 노점상 근절을 위해 2010년 9월∼11월까지 연구용역을 통해 관련법규 개정, 경찰 등 공권력과의 공조, 대국민 홍보 등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해결방안을 도출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와중에 2010년 12월 서울외곽선 부천고가 화재사고가 터지고 공공시설 내 불법점용의 문제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고속도로 휴게소 불법 점용 노점상에 대한 본격적인 대수술에 나선 것이 ‘하이숍(high-shop)’설치였다.

당시 도로공사는 불법 노점상 강제 철거와 부분 양성화 사이에서 고민하다 강제집행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고 향후 불법 노점상 재진입 방지 효과를 고려해 불법 노점상들에게 전직의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노점상과 도로공사의 4차례 협의 끝에 2011년 4월 불법 노점을 자진철거 하는 대신 휴게소에 ‘잡화코너’를 설치한다는 큰 원칙에 합의하고 그 해 8월 말 집행에 나선 것이다.

당시만 해도 정부와 도로공사에 쏟아지는 ‘공권력이 불법에 굴복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과 함께 이들에게 ‘특혜를 부여했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았다.

하이숍 설치를 위해 투입된 비용이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었음은 물론, 수십 년 동안 불법을 저질러 온 노점상 업주들에게 합법화의 이행으로 부여된 혜택이 일반인들에게는 납득하기 힘든 ‘법감정’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도로공사는 전국 164개 휴게소(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는 170개지만, 6곳은 잡화매장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에서 하이숍을 설치하기 위해 49억 2000만원을 투입했다. 개소당 2000만원씩 모두 32억 8000만원을 지원했고, 휴게소 관리업체는 인테리어 비용으로 각 1000만원씩 16억 4000만원을 투입했다.

불법 노점상의 잡화코너는 ‘하이숍’으로 이름을 붙이고 8㎡(2.5평)~13㎡(4평)규모로 만들어졌다.

이곳에 입점한 노점상은 기존 노점상 자진철거와 재진입 방지 조건으로 판매 물품의 납품권과 판매원 1명을 고용할 수 있는 혜택도 받았다.

지하경제 양성화, 성공사례 ‘하이숍’
우여곡절 끝에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을 불법점용하고 있던 노점상은 모두 철거되고, 휴게소 화장실 옆 한 켠에는 가건물 형식으로 된 잡화매장 ‘하이숍(high-shop)’이 운영된 지 약 3년, 정책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하이숍의 소유권은 도로공사가 가지고, 관리는 휴게소 운영업체가 맡고 있다.

한편, 하이숍 운영으로 그 동안 불법노점상이 점용해 오던 승용차 1150여대 규모의 주차공간(1만 3776㎡)은 장애인·여성 등을 위한 주차구역으로 환원됐다.

불법영업으로 세원이 누수되던 것은 정식 영업 등록을 마치고,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제품을 판매하면서 정확한 매출 파악이 가능해져 세원 확보가 가능해졌다. 그동안 현금 결제만 가능했던 것에서 카드 결제도 가능해진 것도 세원 확보에 한 몫 했다.

또 이들이 판매하는 물품의 품목 또한 다양해졌다. 불법 카세트테이프와 CD, 손수건 등 몇 가지 품목에 한정돼 있던 것이 등산용품, 의복, 양말, 차량용품 등으로까지 판매 물품이 확대됐다.

2011년 도로공사는 하이숍을 통해 연간 20~50억원의 부가가치세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하이숍이 운영된 지 만 3년이 지난 현재 이들 업체는 하이숍으로 등록된 게 아니라 일반 도·소매 업종에 포함돼 따로 정확한 통계 파악은 힘들지만, 사업이 합법화 되면서 부가세 등 확보되는 세원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뿐 아니라 하이숍으로 바뀌면서 경남지역의 하이숍 업주들은 지역나눔 행사를 실시해 ‘풀뿌리 문화’로 거듭나고 있으며, 강원도의 경우 하이숍 회원들이 협약을 통해 기금을 모아 복지대상자들에게 전달하는 사회 환원 운동을 태동시키고 있어 ‘음지’에서 ‘양지’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불법복제물의 거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난 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 해 8월까지 단속된 불법 복제물은 5만 791점으로 정품 가격 7억 8000만원어치에 달했다.

불법복제물은 2009년 1만 2889점에서 2011년 1만 6897점으로 증가했다가 2011년 하이숍이 들어서면서부터 6681건으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다만, 아직까지 하이숍에서 불법 복제물 거래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본지 취재팀이 지난 3일 하이숍을 방문했을 때도 불법복제 음반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2012년 2월 감사원이 선정한 합의를 통한 분쟁해결 모범사례로도 뽑힌 하이숍 정책은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일상처럼 방치돼 오던 불법의 합법화가 사회에 어떤 반향을 가져 오는 지 깨닫게 해주는 좋은 선례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현정·윤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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