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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 문화 바꾸기
[稅政칼럼] 문화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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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02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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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鎭雄 本紙 論說委員 -
   
 
 
[서민스럽기] ‘보통 사람’을 내세운 노태우 대통령은 장군 출신이 아니라 국민들이 뽑은 직선 대통령으로서의 서민성을 보이고 싶었던지 해외 순방시 서류가방 하나를 몸소 들고 성남공항에 나타나서 진짜배기 보통사람들의 눈에는 왠지 어설퍼 보였던 기억이 있다.

그 보다 한 단계 더 잘 어울리는 서민성은 박정희 대통령의 막걸리 사랑을 들 수 있다. 논둑에 앉아 수염이 성성한 촌로에게 막걸리 주전자를 기울이는 사진은 드라마틱하게 서민성을 표출하는데, 옥에 티라면 5.16 때 시청 앞에 쓰고 나타났던 ‘공포’(?)의 색안경을 세상 물정 어두운 촌로 앞에서도 여전히 벗질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요즈음 서민주의는 동대문과 남대문시장에서 자주 연출된다. 위세당당한 정치인들이 재래시장에 나타나서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게 있다. 순대다. 젓가락이 있어도 마다 하고 손가락으로 덥석 집어 먹는 순간을 신문사는 그 날의 특종으로 뽑아주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타파] 새로 부임한 장관이 간부 회의를 하면서 비서가 돌리는 차를 마시지 않고, 회의실 한쪽에 차와 찻잔을 두고 각자가 타다 마시자고 하여 부처 내에 ‘신선(?)한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어느 회사는 외국계 고객을 많이 가지고 있고, 외국계 직원들이 많아서인지 회의실 모습이 마치 휴게실 정경과 같이 자유롭다. 먼저 온 사람은 직책에 무관하게 앉고 싶은 자리에 않는다.

차는 회의실 구석에 준비되어 있는 포트에서 직접 따라 마신다. 물론 사장도 예외가 없다. 회의에 늦게 도착한 사장은 테이블 모서리에 남은 옹색한 자리에 앉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발언의 순서는 업무 담당자가 제일 먼저이다. 물론 Paperless meeting을 지향한다.

말이 서류보다 적시적이고 시간을 절약하기 때문이다. 높으신 분일수록 마지막에 발언 순서가 주어진다. 실무자의 세밀한 분석과 토론을 모두 지켜 본 뒤이다. 이 회사는 그 업계에서 부동의 1위이다.

[비행기 추락 원인] 그렇다면 동양사회의 특징인 권위주의와 위계질서의 숭상은 생산성이나 조직성과에 어떤 영향을 줄까?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1997년. Guam에서 첨단 장비로 무장된 여객기가 산을 들이 받고 추락한 사고가 있었다.

블랙박스를 수거하여 추락 직전까지의 조종실내에서 오고 간 대화를 분석하였다. 주목할 점은 항공기전문가뿐만이 아니라 심리학자들과 언어학자들이 동원되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추락의 원인은 기계 결함이 아니라 한국의 수직적 권위문화에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작년 말 출간된 말콤 글래드웰의 ‘Outliers’가 그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조종실 내에서 한국의 기장은 왕이나 다름없었다. 겁 없이(?) 기장의 운항 기술에 토를 다는 부기장이나 승무원은 거센 감원 바람 속에서 해고로 이어지는 위험에 처하였다. 비행 중 상호 협력 및 조언으로 운항되도록 설계된 복잡다단한 비행기가 기장의 권위로만 운영되는 것은 차치하고, 부기장과 항법기관사들이 기장에게 밥도 해 먹이고 선물 공세도 하여야 목숨을 부지하였다고 폭로하고 있다. 델타 보고서는 한술 더 떠 비행기 내에서 기장이 부기장을 폭행하는 사건까지 기록하고 있다. 서구인들로서는 기절초풍할 일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니라도 통상 엄격한 상하관계를 제대로 돌아가는 신호로 이해하고 사는 많은 한국인들에게는 이런 사실이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권력수용적 유교문화는 수백 년 장유유서에 기반을 두다 보니 매우 자연스러운 뿐만 아니라 조종사들이 대부분 군인 출신들이어서 군사문화까지 얹어지다 보니 민주적으로 협업하여야 할 조종실 문화가 어떠하였는지는 상상하기가 과히 어렵지 않다.

추락 당시 조종실내 대화를 분석한 결과 육안 착륙의 위험성을 감지한 부기장과 기관사는 기상 레이더를 사용하자고 직접적인 화법으로 기장에게 제안하지 못하고 ‘암시’(이 것이 치명적 결과를 낳은 ‘의사소통 결함’으로 지적됨)만 하는데 그쳤고, 평소에도 자신만만했던 기장은 이를 무시하고 산 중턱을 활주로로 오인하여 폭우 속 심야에 육안 착륙을 시도하다 무려 229명이 사망하는 대형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권력 추종도] 직장내 인간관계를 연구한 심리학자 호프스테드는 그의 논저 ‘Culture’s Consequences’에서 ‘권력 간격 지수’를 만들어 직장내 권력추종 성향을 재본 결과 1위가 브라질, 2위가 한국, 3위가 모로코, 4위가 멕시코, 5위가 필리핀이었다고 발표하였다.

반면에 낮은 추종지수는 15위 미국, 16위 아일랜드 등 서구 국가로 나왔다. 그런데 말콤 글래드웰에 따르면 국가간 권력간격지수가 묘하게도 그 나라의 비행기 추락율과 상응하더라는 이야기를 한다. 권력 간격 지수가 높은 나라에서는 의사소통이 비민주적이고 계급에 복종적이며, 사회가 계급으로 지배되는 나라여서 불법이나 비합리적인 것들이 제지되기 어려운 환경을 구성하게 되는 반면, 권력 간격 지수가 낮은 나라 사람들은 드러내놓고 하는 권력행사를 부끄러워하고, 가능하면 낮은 자세로 행사하려 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기술하고 있다.

권력자들은 가능하면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장과 직원간에도 서로 이름을 부르도록 하니 기장과 부기장도 스스럼 없이 이름을 부르는 문화가 된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수상은 전차를 타고 출퇴근하고, 화란 수상은 서민들의 캠핑장에서 함께 여름 휴가를 보낸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지방 자치단체장 중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지만...

[조직문화의 개선] Guam 참사를 겪은 그 항공사는 1988년에서 1998년 사이에 비행기 추락사고율이 세계항공사 평균의 무려 17배였다고 한다. 결국 1999년 델타항공사와 에어 프랑스사는 승객 연결을 중단하기에 이르고 주한미군 당국은 미군들의 탑승을 금하였다. 대통령조차 항공사를 바꾸어 이용하게 되었다.

이에 사고 항공사는 2000년에 들어서면서 델타항공사로부터 데이비드 그린버그를 영입하여 새로운 운항 시도를 하면서 기적이 일어났다. 2006년에는 비행 안정성 회복으로 휘닉스상까지 수상하면서 안전한 항공사로 변모하였기 때문이다. 그린버그는 먼저 조종실내 민주화를 시도하였다.

그래야 협업이 되고,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조종실내에서는 항공언어이자 평등언어인 영어만 쓰게 하였다. 계급분화적인 한국어를 못쓰게 한 것이다. 외국전문기관을 불러 기장과 부기장 기관사들에게 평등한 관계설정 교육을 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글래드웰이 미처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국인들은 이런 성공사례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히딩크가 이끈 한국축구가 그것이다.

히딩크는 그라운드에서나 식당에서나 고참과 신참의 불필요한 위계와 권력관계를 없애려 노력했다. 히딩크 역시 한국인의 문화적 특질 중 부정적인 요소는 권력 간격이 크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대성공이었다. 이는 글래드웰의 생각과 대차가 없어 보인다. 히딩크 팀에서 배운 홍명보 감독 역시 최근에 큰 기대를 하지 않던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고 좋은 기록을 내었다. 팀 운영에 있어 문화적 접근 방법의 개선이 성공을 가져온 것이다. 결국 조직의 성공은 조직문화의 개선에 있다는 결론을 우리는 목도한다.

[성공하는 사람] 아웃라이어(Outlier)는 원래 통계용어이다. 일반 측정값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예외적 값을 말한다.

자연 통계분석에서 아웃라이어는 제외한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이런 아웃라이어들이 사회를 변모시키고 세상을 바꾸어간다. 그러려면 리더부터 달라져야 한다. 조직체질을 바꾸는 CEO, 비틀즈나 빌 게이츠, 모차르트, 체스마스터, 김연아, 타이거 우즈, 박세리, 신지애 등은 모두 아웃라이어이다.

저자도 인정하듯이 이 책은 공공정책을 집행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한다. 한국 항공사와 한국 축구의 실패와 성공 스토리가 모든 조직은 물론 조세행정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어 보인다. 소슬해지는 가을 밤에 좋은 책 한 권 읽는 재미는 생각보다 쏠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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