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8:11 (금)
“탁월한 양조기술 내친김에 전통 간장·된장 개발”
“탁월한 양조기술 내친김에 전통 간장·된장 개발”
  • 33
  • 승인 2009.11.05 1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대담]우곡양조종합연구소(주) 설립 배상면 회장

전통양조 계승은 숙명… 사재 털어 연구소 문 열어

우수한 우리민족 장류양조 실종 더 이상 방치 안돼
‘백세주’와 ‘산사춘’으로 우리나라 전통주 개발의 큰 산맥을 이룬 우곡 배상면 회장이 사재를 털어 양조종합연구소를 냈다.

사람들은 벌써부터 배회장의 새로운 행보에 관심을 쏟고 있다. 약주를 중심으로 한 전통주 개발에 주력하면서 국민의 사랑을 받았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 회장이 이번에는 아주 ‘홀가분한 심경’으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일생의 사업이었던 ‘전통양조연구’에 모든 것을 거는 발걸음을 떼고 있어 어떤 ‘작품’이 터질지 벌써부터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버즘나무 낙엽이 선을 그으며 떨어지는 지난 주말, 늦가을 오후. 양재동 사무실을 나와 가벼운 산책길을 나선 배상면 회장과 만나 새로 열어갈 그의 양조 세계를 들어봤다. 이야기는 길어져 산책을 마친 뒤 차 한잔을 놓고 이어졌다.

-양조 종합연구소를 새로 내셨습니다.

“전통술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양조업과 기술이 너무 뒤떨어져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걸어 온 길의 완성단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양조라고 하면 술을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 생활과 더 가까이 있는 간장·된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추장·김치 역시 마찬가지지요.

지금 우리나라 간장과 된장은 아주 연구가 많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전통양조학 측면에서는 개선할 점이 너무 많습니다. 이 것은 사명감을 갖고 반드시 살려내고 되찾아내야 하는 저의 과제이자 숙명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우곡양조종합연구소를 냈습니다.”

-그러면 우곡양조종합연구소(주)에서는 장류(醬)를 연구합니까.

“말 그대로 양조와 관련된 종합적인 연구를 하는 곳입니다. 지금까지 운영해 오다 지난달 말 정리한 연구소가 주류연구소였다면 이달 새로 출범한 ‘우곡양조종합연구소’는 간장·된장 등 식품과 관련된 양조분야를 망라하는 연구소입니다.
흔히 우리 음식의 세계화를 강조합니다만 우리 음식의 핵심인 간장·된장이 정작 우리 음식의 세계화를 가로막는 작용을 하고 있다면 이는 큰 문제 아닙니까?
우리 전통술이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기 때문에 새 연구소에서 전통술을 비롯한 종합적인 주류연구는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회장님께서 국내 장류 식품시장 진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까.

“아직 정확히 그렇게 표현하기는 이릅니다. 다만 사라져가는 우리민족 생활식품이자 생명식품인 전통 간장·된장을 철저하게 연구해 우리국민 생활 속으로 되찾아 오는 연구를 우선 하는 것입니다.
공업화는 그 다음 일이고... 일단은 누군가 이 일을 해야 합니다. 이런 일은 정부차원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우리 연구소가 기술력을 갖고 있는만큼 먼저 연구에 착수해 나가는 것입니다.”

-전통술 연구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신 회장님께서 굳이 간장·된장 연구에 이처럼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유는.

“우리의 양조기술이 주변국에 뒤떨어져도 너무 뒤떨어졌습니다. 양조 종주국이자 천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일본이나 중국의 양조기술 수준에 훨씬 못미치는 상황이 됐는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그동안 이 분야에 투자없이 현실에 안주하면서 과학화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해온 것이 절대적 원인이지요. 그러다보니 공업화는 일본식을 뒤따라 가고 있고, 이제는 중국에도 크게 떨어지는 형편이 됐어요.
실제로 중국의 양조기술은 이미 일본을 따라 잡고 있습니다. 우리만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뒤쳐져 가고 있습니다.”

-우곡양조종합연구소는 어떻게 여셨고, 어떻게 운영하실 계획이신지.

“일단 사재를 털어 제 일생의 마지막 사업으로 진행할 작정입니다. 국순당 주식을 전량 처분한 재원으로 연구소를 냈고, 우리 아이들이 우리 전통 간장과 된장을 맛있게 찾도록 하는 세상을 만들어야지요. 양재동 우곡빌딩 5·6층, 지하실에 현대식 연구설비를 갖추고 연구에 미칠 수 있는 우수인력 10여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입니다.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집중적인 지원을 해 우리 자연에서 우리민족에 유익한 기가 막힌 균과 효모를 찾아 이것으로 전통 간장·된장을 만들 것입니다.
연구소 운영은 철저하게 연구능력과 실력을 우선으로 하고 연구원들이 사명감과 목적의식을 갖고 연구에 전념하도록 지원하면서 정신적 소명의식도 강조할 예정입니다. 제 개인의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연구인생을 살아 온 저로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로 이미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 자리했던 일입니다.”

-새 연구소에서는 우리 전통술 연구도 크게 보강될 예정인데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무엇입니까.

“연구 개발에는 끝이 없습니다만 우리 술이 처한 가장 큰 장벽은 술의 재료에 있습니다. 과거처럼 술의 원료에 대해 정부가 직접 나서 규제하는 것은 줄었다고 하지만 이제 현실적으로 우리 땅에서 ‘좋은 원료’가 생산되지 않습니다. 생산수율 위주의 농정이 강조되면서 질 좋은 원료를 생산하는 체계가 실종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발이 아무리 잘 되도 질 좋은 우리 전통주 생산이 어렵습니다.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일본의 양조기술이 앞서가는 것은 이 같은 바탕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가 강했던 양조기술이 기술개발이 더디고, 원재료마저 떨어져 뒤처지기 있는 현실입니다. 반드시 바로 잡아져야 합니다.”

우곡양조종합연구소 배상면회장은 일에 대한 열정이 지금도 청년과 같다. 업계 뿐 아니라 그를 아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아하는 평(評)이다. 그는 전통주 연구하고, 양조기술 견인하는 연구소 일 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걱정도 많다. 지금 부지런히 연구해서 한 단계 발전된 것을 찾아 개발하지 않으면 ‘앞날’이 없다는 신념을 자신의 업을 이어가는 자녀들에게 ‘너무’ 강조한다. 이런 말을 할 때는 아직도 목소리에 힘이 넘쳐난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약주 시장에 손수 개발한 ‘백세주’와 ‘산사춘’을 심어 일군 배상면 회장이다.

이제 시장과 고객은 변화를 원하고 있고, 이 요구에 부응하는 반짝이는 ‘작품’이 그의 연구소에서 탄생할지 조용히 숨죽이며 기다릴 때가 됐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배회장은 “처음 얘기하는 거야. 사람들이 궁금해 하기도 하고...”라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계절 탓이리라. 그 사이로 늦가을 오후 햇살이 선명하게 빠져 나갔고, 그의 맑은 피부가 살짝 빛나고 있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