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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미 FTA의 득과 실
[특별기고] 한미 FTA의 득과 실
  • jcy
  • 승인 2006.06.0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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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 인도의 추격…미국시장 포기할 수 없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 (dshan@mofe.go.kr)


   
 
  ▲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한미 FTA는 정부가 수년간 손익계산을 하며 준비해 왔다”고 전제하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고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한 부총리는 재경부 홈페이지에 특별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자본을 가진 미국의 협력 없이 동북아 허브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제하면서 “우리만의 강점과 인프라를 국제수준의 개방된 시스템과 접목시킬 때 진정한 허브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부총리는 또 “한·미 FTA는 내일을 위한 선택이며, 제2의 장기 성장전략”이라고 전제하고 “정부는 지킬 것은 지키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당당한 자세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부총리는 또 “한·미 FTA가 체결되지 않더라도 개방의 폭과 깊이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으며 개방은 시간의 문제”고 전제한 뒤 “이왕 개방할 것이라면, 한·미 FTA를 통해 세계최대시장을 경쟁국보다 먼저 선점하는 것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한덕수 부총리 특별기고문 전문)

개인이나 기업, 정부 모두 어떤 선택을 하기에 앞서 득과 실을 따진다. 그것이 한·미 FTA처럼 국가 장래를 위해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 수년간 손익계산을 하며 이 일을 준비해왔고, 다른 나라와의 FTA를 진행하면서도 늘 미국 등 거대경제권과의 FTA를 염두에 두고 추진해 왔다.

그러나 심사숙고의 과정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타이밍이다. 신중함도 중요하지만, 때를 놓쳐버린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근대화와 개혁의 시기를 놓쳐 겪어야만했던 실수를 결코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풍랑이 두려워 항해를 포기한 사람은 대양의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없다. 더구나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의 그 뿌듯함은 결코 느낄 수 없을 것이다.

한·미 FTA는 분명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기대되는 이득이 크지만 구조조정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가 내부적으로 오랜 기간 고민하며 내린 결론은 한·미 FTA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고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개방은 시간문제, 타이밍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개방이 되면 이런 저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미 FTA가 체결되지 않더라도 개방과 세계화라는 이 거대한 세계사적 흐름은 되돌릴 수가 없다. 잠시만 눈을 들어 주변을 둘러보자. DDA 협상이 타결되면 중국의 저가 공산품과 농산물 수입은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지금도 유럽과 일본에서 만들어진 최고급 승용차의 수입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이미 유수 외국 로펌의 법률서비스를 받고 있다.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세계적인 금융기관 중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지 않은 금융기관은 거의 없다. 의료 서비스를 개방하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 중국, 동남아의 유수 병원으로 휴양차 떠나는 환자들을 막을 방법이 있는가?

더 좋은 교육여건을 찾아 미국으로, 호주로, 싱가포르로 떠나는 우리 아이들을 언제까지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아야 하나. 개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선택이 있다면 그것은 적극적으로 개방을 이용할 것인가 아니면 수동적으로 개방에 휩쓸려 갈 것인가 하는 방법에 관한 것일 뿐이다.

FTA는 21세기 생존전략

이미 세계는 FTA라는 국가 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온갖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세계 무역에서 FTA와 같은 지역무역협정(RTA; Regional Trade Agreements)을 체결한 국가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교역비중이 절반에 이르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더 빨라지고 있다.

2006년 3월 현재까지 WTO에 통보된 지역무역협정의 수만도 193개, 그 중 70%에 가까운 133개가 WTO 출범 이후인 90년대 후반에 체결됐다. FTA가 개방과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외국인 직접투자를 늘린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지역주의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각국의 경쟁력이 판가름 나는 소위 최대 ‘테스트 마켓(Test Market)’이다. 미국시장에서 우리 상품과 서비스를 제 값 받고 팔아야 진정한 강국이 된다.

특히, 이러한 FTA의 확산은 국가의 크기나 발전단계에 관계없이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중국과 일본도 FTA 체결에 적극 나서고 있고, ASEAN은 물론 중남미 국가들도 역내 무역자유화 뿐 아니라 역외 국가와의 FTA 체결에도 발 벗고 나섰다.

유럽연합은 이미 경제통합의 단계를 넘어 정치적 통합을 지향하면서 지역주의 추세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동부 유럽의 체제 전환 국가들까지 품에 안아 회원국 수를 15개국에서 25개국으로 늘렸고, 다른 국가나 지역과의 FTA 체결에도 적극적이다. 싱가포르, 칠레 등 세계 경제 환경 변화에 민감한 국가들은 이미 FTA 허브를 자처하며 앞서나가고 있다.

이처럼 다른 나라들은 FTA를 통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고 앞 다퉈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만 소극적 자세에 머물러 있다면 점점 뒤로 쳐질 수밖에 없다. 특히 대외교역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이러한 개방과 지역주의 추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국가 간 경쟁에서 도태될 우려가 크다.

자동차 부품 수출액, 멕시코가 한국의 12.6배

FTA 미체결 국가로서 받아야만 하는 불이익은 이미 오늘 우리 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인 미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부품 수출을 비교해 보자. 미국에 수출되는 우리 자동차 부품에 부과되는 관세는 2.5%이다. 그러나 NAFTA 회원국인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부품은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된다. 2.5%가 작아보일지 모르지만, 지난 2003년 멕시코의 자동차 부품 수출실적은 195억 달러다. 15억 달러를 겨우 넘긴 한국의 수출액에 비하면 무려 12.6배에 달하는 규모다.

2005년 멕시코와 일본은 EPA(경제연계협정)라는 이름의 FTA를 발효시켰고, 일본산 자동차의 무관세 쿼터는 3만 대에서 5만 대로 확대됐다. 이제 몇 년 뒤면 일본산 자동차는 수량제한 없이 무관세로 수출된다. 하지만 우리 자동차는 멕시코 시장에서 50%의 관세를 계속 물어야 한다. 결국 1억 인구를 가진 멕시코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은 FTA밖에 없다.

우리 정부가 FTA가 21세기 생존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칠레, 싱가포르, EFTA에 이어 ASEAN 9개국, 멕시코, 캐나다, 인도 등과 동시에 협상을 벌이며 노력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상품의 미국 시장점유율 하락 추세

혹자는 FTA가 우리 경제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일본도 있고, 중국도 있고, ASEAN도 있는 데 왜 하필 미국과의 FTA를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그것도 무역촉진권한(TPA)의 시한이라는 남의 나라 일정에 맞춰 쫓기듯 시작한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묻는다.

왜 미국이고, 왜 지금일 수밖에 없는가. 무엇보다 미국은 금액규모로 1조 700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일본, 중국, 아세안을 모두 합해도 미국의 수입시장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나라가 미국이고 세계 최고의 신기술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가 또한 미국이다. 미국은 각국의 경쟁력이 판가름 나는 소위 최대 ‘테스트 마켓(Test Market)’이다. 미국시장에서 우리 상품과 서비스를 제 값 받고 팔아야 진정한 강국이 된다. 우리는 미국시장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미국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인도 등 신흥 대국과의 격차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단적인 예로 우리 상품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95년 3.3%에서 작년에는 2.6%까지 떨어졌다. 수출증가율 감소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중국과 인도는 2004년에 비해 미국에 대한 수출을 각각 23.8%, 20.9% 늘렸다. 일본도 6%이상 수출을 늘렸고 대만은 현상유지(0.6%)라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5.2%가 감소했다.

미국 협력 없이 동북아 허브 구축 어렵다

우리가 미국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미국상품이 아니다. 우리가 관세를 1%만 낮춰도 우리는 미국시장에서 그만큼 경쟁국보다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한·미 FTA는 이런 하락추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세계 최고의 원천기술 보유국의 노하우를 얻어낼 호기이다.

더구나 한·미 FTA는 미국 입장에서 동북아 시장의 진출 거점을 한국으로 하고 싶다는 강력한 의사표명이다. 이는 동북아 허브를 지향하는 우리의 목표와도 부합한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자본을 가진 미국의 협력 없이 동북아 허브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만의 강점과 인프라를 국제수준의 개방된 시스템과 접목시킬 때 진정한 허브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혹자는 한·미 FTA를 두고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 만료시점에 쫓겨 막차를 탄 협상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보다 뒤늦게 미국과 FTA를 추진키로 한 말레이시아도, 다자협상인 DDA 협상도 TPA 시한과 맞물려 있다. 오히려 TPA의 마지막단계에서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TPA제도가 다시 도입될 때까지 우리는 우월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한국은 20세기 무역 자유화의 최대 수혜자”

수많은 경제학자와 전문가들이 20세기 무역 자유화의 최대 수혜자는 한국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하곤 한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60년대 이후 적극적인 수출지향형 발전전략을 채택하여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우리나라 뿐 만이 아니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추구한 개도국과 폐쇄적인 정책을 추구한 개도국간의 성장률 격차가 다섯 배를 넘는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우리는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통해 발전을 이룬 사례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실용주의 경제개방정책을 채택한 중국은 최근 9%대의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통일이후 “도이모이”라는 실용적 개혁·개방정책을 채택한 베트남도 현재 동남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목받는 나라로 급부상하고 있다. 90년대 초까지 높은 무역장벽을 쌓고 수입대체정책을 채택하면서 저성장에 머물렀던 인도도 맘모한 싱 총리의 개방정책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정보산업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물론 개방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미 FTA가 만병통치약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한·미 FTA의 효과는 어떻게 활용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미 FTA로 피해를 보는 계층이 분명히 있을 수 있고, 경쟁에서 낙오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정부는 협상에 기울이는 노력 못지않게 한·미 FTA의 분야별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그 이상의 힘을 쏟을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성장은 과거와 달리 단순한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수준을 높이는 동반성장이다. 분배 없는 성장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성장 없는 분배 역시 지속가능하지 않다. 정부는 한·미 FTA를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동시에 소외계층을 돕고 사회안전망을 보다 촘촘히 짜내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국익 위해 세계최대시장 선점해야

얼마 전 발표된 우리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인 1.08명에 불과했다. 2050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령국가가 된다고 한다. 이러한 저출산·고령화로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2040년에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려온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경제·사회 시스템 전반을 혁신하고 산업 전 부문의 경쟁력을 제고 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고 또 시급한 과제다.

미국은 세계의 경영, 기술, 트렌드, 표준을 선도하는 국가다. 미국과의 경쟁, 미국과의 협력은 곧 세계와의 경쟁, 세계와의 협력에서 앞서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과 달리 한·미 간 산업구조는 산업 간 분업수준이 높고 보완성이 강하다. 세계 최고수준의 선진 제도를 갖추고 있는 미국과의 FTA는 우리 내부적인 혁신 노력과 어우러져 국내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고 우리 산업구조를 고도화 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때문에 한·미 FTA는 내일을 위한 선택이며, 제2의 장기 성장전략이다. 정부는 지킬 것은 지키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당당한 자세로 협상에 임할 것이다.

한·미 FTA가 체결되지 않더라도 개방의 폭과 깊이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개방은 시간의 문제다. 이왕 개방할 것이라면, 한·미 FTA를 통해 세계최대시장을 경쟁국보다 먼저 선점하는 것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 근거 없는 비판, 무조건적이고 이념적인 반대, 감정적인 태도는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방의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 어떻게 해야 우리 후손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인지를 다 함께 고민하고 중지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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