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沈載亨(顧問) -
이쯤에서 끝을 내는가 했는데 아직도 갈 길이 남은 듯 이젠 한 전 청장이 태풍권 중심에 서 있다. 민주당에 ‘한상률 게이트 및 안원구 국세청 국장 구속 진상 조사단‘이라는 것이 가동되어 국세청을 압박하고 있다.
무슨 기관에서나 있을 법 한 ‘대화 녹취록’이라는 것이 등장하는가 하면 3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소재들이 국세청 상층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죽이나 억울했으면 녹취할 생각까지 했겠나 하는 동정심도 들지만, 작정하고 녹취기 들이대면서 여기저기 전화질을 한 행태는 공직자이기 이전에 시정잡배만도 못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최소한의 양식마저 못 갖춘 인물임을 여실히 보여 준다.
‘그림 바람’에 추락하는 세정 위상
납세권(納稅圈)은 이것이 국세청 조직의 구조적 병폐라고 지례 짐작하고 있을게다. 국세행정의 신뢰 운운은 이미 사치스런 용어가 되고 있다.
이 ‘녹취록’이라는 물건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가 또다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 바람에 세칭 ‘도곡동 땅‘ 얘기가 재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사건이 유야무야되면 범야권이 연대해 특별검사제 도입과 국정조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에 국세청 조직은 연일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수년간을 윗사람들의 치졸한 처신으로 애꿎은 하부조직이 벙어리 냉가슴 앓아오고 있다.
어디다 대고 속 시원히 하소연할 곳도 없는 그들이다. 현재의 국세청 수장도 정통 ‘국세 맨’이 아닌 과객(過客)에 불과하니 마땅한 ‘정신적 지주’마저 없는 신세다. 이런 와중에 미국에 가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끝도 없는 진실 왜곡"이라며 부인했다.
세정가, “후배들 추태 신물 난다”
지난달 뉴욕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그는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에게 3억원을 요구하면서 국세청 차장 자리를 약속했다는 등의 의혹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적당한 시기가 되면 조목조목 해명도 하고 반박도 하고 필요하다면 그림로비설을 포함해 내 인격과 국세청의 명예를 손상한 데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실이 거짓을 이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현재로서는 귀국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 전 청장은 그동안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기자회견을 자청한 배경에 대해 “주변에서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모든 걸 인정하는 셈이 되지 않느냐고 걱정을 많이 해서 오늘 자리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작금의 ‘국세청 스캔들’을 바라보는 세정가의 시각은 한마디로 냉소적이다.
2년 전 전임 청장들이 줄 구속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국세청의 사기를 염려했던 그들인데 “이젠 후배들 추태에 신물이 난다”며 고개를 돌리고 있다.
세월이 약이라고 언젠간 잊어지겠지만 국세행정 신뢰 회복의 불씨마저 꺼질세라 그것을 걱정하고 있다.
한상률 전 청장, 뒷짐만 질 건가
한상률 전 청장은 필요하다면 귀국할 수도 있다고 의중을 밝혔다. 단 여론에 떠밀려 들어오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사회 여론은 한사람 특정인의 문제로 국한되지를 않고 있다.
다름 아닌 한 전 청장이 한평생 몸을 던져 일 했던 국세청의 위상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다.
2만여 현직 국세공무원은 물론 국세행정 발전에 일생을 바친 수많은 국세동우들의 가슴에도 퍼런 멍이 들고 있다. 이제 한 전 청장도 먼 하늘아래서 자기만의 결백을 주장하며 세월뒤에 숨어만 있을 일이 아니다.
추락하는 국세청 권위와 주저앉는 신뢰세정 앞에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결자해지의 각오로 나설 것인가. 수많은 전·현직 공무원들이 그의 결단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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