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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 명예에 관하여...
[稅政칼럼] 명예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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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2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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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鎭雄 本紙 論說委員 -
   
 
 
[가문] 가문의 명예 때문에 일어나는 비극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고전이 있다. 그 줄거리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그리스 시대까지 소급되는 비극적 사랑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아서 브룩은 1562년에 그런 이탈리아 설화를 바탕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이라는 서사시를 발표하였고, 1582년 윌리엄 페인터는 ‘환희의 궁전’을 출간하면서 그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이 작품들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큰 줄기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카스트] 캐나다에 유학을 간 딸로부터 결혼을 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반가웠다. 그러나 알고 보니 사윗감이 양반집 자제가 아니다. 가난뱅이였다. 부모는 즉각 반대하였다. 사랑에 빠진 젊은이들은 시대를 초월하는 듯 그 딸도 굽히지 않았다. 말리던 어머니는 캐나다에 자객을 보냈다. ‘가문을 더럽히려는’ 딸을 죽여서 가문을 지키겠다고. 줄리엣이 죽듯이 결국 딸은 죽었다. 자객은 다름아닌 그 딸의 오빠로 밝혀졌다.

사회적 신분이나 가문이 사랑하는 딸의 사랑과 행복, 그리고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이었을까. 이는 얼마 전 인도에서 있었던 실화이다. 인도에서는 신분이 다른 카스트간 사랑이 금지되어 있고, 결혼지참금이 성행하여, 재물, 차별의식 등이 사회를 지배하다 보니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명예살인] 비단 인도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의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이처럼 가문이나 명예를 위한답시고 가족이나 이웃을 죽이는 일들이 허다한데 이를 ‘명예살인(Honor Killing)’이라고 미화하여 부른다고 한다.

살인자는 정의롭다 하여 가벼운 처벌로 끝나고, 피해자들은 관습을 어겼다 하여 중벌에 처하며, 재물로 보상을 하면 가해자는 아예 죄를 묻지도 않는다고 하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무슬림들이 사는 세상 곳곳에서 해마다 명예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 유엔인구기금(UNPF)이 파악한 명예살인 피해자가 매년 오천여 명에 이른다고 하니 묻혀진 피해자는 또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상반된 시각] 명예살인은 가문, 명예, 정의라는 미사여구로 포장되고 있지만 범죄행위일 뿐이다. 이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 추구를 막고 가문, 지참금과 재물로 결혼을 ‘거래’하려는 잘못된 가치관과 남성우월주의의 산물이다. 이런 관습은 국외자가 볼 때는 반인류적 ‘사회범죄’이다. 그러나 세상일이 늘 그러하듯이 무슬림들은 이런 지적에 반발한다. 타국의 문화와 관습을 좀 존중하라고.

[위선] 왕따에 시달리던 여학생이 견디다 못해 높은 건물에서 뛰어 내렸다. 어린 영혼 하나가 상처 속에 그렇게 갔다. 교장은 교사들을 모아 놓고 은폐지시를 내렸다. 왕따의 증거가 될 생전의 메모 등을 모두 없앴다. 죽은 학생은 문제아로 바뀌었다. 제자를 지켜야 줘야 할 교육자들이 학교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며 죽은 제자를 또 한번 울린 것이다.

알고 보니 학교의 명예라는 것도 교장 자신의 인사고과상 흠집과 좌천을 막는 것을 의미하였다. 우리 주변에 유난히도 조직 사랑을 부르짖는 이들의 뒤 안을 들여다 보면 이와 비슷한 일들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가판] 과거에는 신문에 가판이라는 것이 있었다. 정판이 나오기 전에 새벽에 미리 가판을 돌렸는데 일부 기업과 조직들은 자기 조직에 대한 나쁜 기사가 언제 날지 몰라 가판 관리를 하였다.

자기 조직에 나쁜 기사를 막는 것이 크나큰 일 중에 일이었다. 간부들은 언론기관에 줄을 대어 기사 막기에 바빴다. 그렇게 뛰는 모습이 수장에게는 보은하는 길이었다. 조직의 명예를 지키자는 멋진 명분하에 수장의 재신임과 영달을 도모해주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던 가판은 그 폐해 때문에 수명을 다하고 말았으니 감사한 일이다.

[닭과 달걀] 닭이 우선일까? 달걀이 우선일까? 순환고리형 질문이다. 더 나아가 국가가 우선일까 국민이 우선일까? 이에 관하여는 영어에 ‘정치적으로 옳은 (politically correct)이라는 말이 유명하다.

이는 1793년도 미국 대법원 판결문(Chisholm v. Georgia 소송)에서 최초로 사용된 ‘정치적으로 옳지 않은 (politically not correct)’이라는 말에서 기인한다. ‘미합중국을 위하여’가 건배사나 상용어로 자주 쓰이고 있는데 이는 ‘미합중국의 시민을 위하여’라는 표현이 정치적으로 잘못 사용되는 사례라고 판시하였다.

국민이 존중될 대상이지 국민을 위한 껍데기인 미합중국을 위해서는 아니 된다는 유명한 말이다. 무릇 정부는 국민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반대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조직의 명예 앞에 개인을 희생시킬 우려가 있다.

[시금석] 지난 6월 기자들에 둘러싸인 징세기관장 내정자가 기자들에게 “국세청은 권력기관이 아니며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세정기관이 돼야 한다”고 첫 발언을 하였다.

이어 “국세행정은 공평하고 투명해야 하고, 개인의 재산이나 소득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그만큼 도덕성이나 청렴성이 기본이 돼야 징세 저항이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세청이든 공정위든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관으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장의 세정운영철학의 근간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국민의 신뢰와 봉사부터 생각하는 운영철학은 조직편의주의와 거리를 두고 있다. 그 것은 분명 ‘정치적으로 옳은(politically correct)’ 판단이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나면서 국세청은 내부적으로 급속히 안정되어갔다. 그 철학에 내부나 외부에서 모두 신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해가 간다. 징세기관 수장이 남긴 올 해의 명언은 뭐니 뭐니 해도 ‘국세청장이 자꾸 신문에 나오면 국민이 불안해한다’는 말이었다. 이는 조직의 명예를 빙자하여 자신의 기사가 얼마나 보도될까 노심초사하는 다른 조직의 수장과는 근본적으로 차별화되는 시금석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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