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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稅로] 주류산업 규제를 보는 시각
[가로稅로] 주류산업 규제를 보는 시각
  • 日刊 NTN
  • 승인 2014.04.1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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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영 본지 주필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양분해 시장을 지배해 온 국내 맥주시장에 ‘롯데 맥주’가 출시되면서 주류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번 롯데맥주 출현을 시장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과점으로 운영되는 시장에 새로 면허가 부여돼 제품이 출시되면 상당한 술렁거림이 일지만 이번은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미 롯데맥주 출현이 예고됐던 데다 롯데가 그동안 수입맥주 분야에서 영업을 해왔던 점을 꼽고 있다. 또 국내 주류시장이 예전처럼 규제의 과보호를 완벽에 가깝게 받고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이정도 충격에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아직도 ‘규제의 온상’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지만 사실 현재의 주류산업에 대한 규제는 상당부분 풀려 있는 상황이다. 일부 분야에서는 오히려 규제가 너무 풀려 부작용이 나타날 정도다.

당장 주류 제조분야만 하더라도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분위기는 아니다. 하우스 맥주는 이미 많이 풀렸고, 비록 ‘말’이 많았지만 이번 롯데맥주 출시에서 보듯 좁은 국내시장을 두고 이제 마음만 먹으면, 의지와 능력만 있다면 주류업계에 진출해 ‘사업’을 벌이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입 자체에 대한 제한은 물론 전국을 거미줄처럼 나눠 놓고 온갖 구실을 붙여 공급구역과 영업구역을 제한하고, 주류업계가 마치 성역인 것처럼 ‘노크’조차 어렵게 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진 것이 오늘의 주류업계 상황이다. 
 

 Ⅱ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는 곧 암 덩어리’라는 강한 표현으로 규제철폐를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기류를 타고 곧, 아니 당연히 주류산업에 강풍이 몰아칠 예정이다. 정부가 주류산업 규제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범부처 차원의 규제개혁 기조에 따라 주류산업 전반에 관한 불합리한 규제를 다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주도의 규제개혁을 통해 주류제조업 및 종합주류도매업의 면허 기준 완화와 전통주 통신판매 허용이 이뤄졌다. 또 2개뿐이던 주류 병마개 제조사는 현재 7개로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세법 개정을 통해 하우스 맥주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도 했다.

규제완화 내지 철폐 정책이 거론될 때마다 가장 ‘만만한’ 분야가 주류산업이다. 그동안 주류산업은 대표적 규제사업으로 정부의 과보호를 받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다.
 
실제로 우리나라 주류산업은 일본식 주세법을 근간으로 주세정책을 시행해 왔고(뒤에 상당부분 개정됐음), 일제 강점기와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을 거치면서 원료에서부터 알콜도수는 물론 구체적인 제조·유통방법까지 모두 면허로 강하게 묶어 시행해 왔다.

특히 주류산업의 전반을 주세법에 근거해 국세청이 관장하면서 주류산업은 국민들의 시선에 폐쇄적인 산업으로 인식돼 왔고, 과거 밀주단속 시절의 ‘살벌한 추억’이 국민들 뇌리에 각인돼 있는 상황에서 ‘대표적 규제업종’이라는 인식은 시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현재의 주류산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거의 내용과는 엄청 달라져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국세청이 주류산업 전부를 관장하던 시대는 완전히 지나갔고, 주류산업 규제의 핵심인 안전관리 업무는 식약청으로 이관됐다. 여기에다 전통주 육성과 진흥, 원료 등에 대한 업무는 국세청의 손을 떠나 이미 농식품부가 담당하고 있다. 국세청은 단지 주세법에 근거해 면허관리를 하는 수준으로 주무부서로서의 힘을 상당부분 잃은 상황이다. 지금은 주류산업을 3개 부처가 관장하면서 규제완화 부작용과 함께 중복규제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주류산업에 대한 규제완화는 그동안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측과 규제를 붙들려는 국세청간 치열할 정도로 공방을 벌여온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논리를 보강하느라 엄청난 노력과 공을 들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규제명분은 항목별로 철저하게 분석해 포장돼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여론과 지방자치단체의 주장에 밀려 전통주 면허가 ‘자율화’ 수준으로 풀어졌고, 판매에 대한 규제도 선진국에 비해 너무 풀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더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미 ‘술 권하는 사회’로 한참 진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술 문제만 나오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선명한 주장’으로 인식되는 현실이다.

문제는 주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결정된 다음 규제를 논해야 하는데 술에 대한 인식이 상황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규제를 논하다 보니 원칙이 무너지고, 현실이 무시되는 것이다.

불필요한 규제는 폐지하면 긍정적 효과와 함께 경쟁력이 높아지지만 필요한 규제를 잘못 풀면 부정적 효과를 넘어 다시 담기 어려운 상처로 남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술에 대한 규제완화가 더 싸게, 더 편하게, 더 쉽게 국민들이 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라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세계 각국이 술을 정부 면허제로 운영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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