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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稅로] 횡설수설
[가로稅로] 횡설수설
  • 日刊 NTN
  • 승인 2014.04.2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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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영 본지 주필

“원칙을 지키면 죽는다는 걸, 원칙을 깨는 세상은 알지만 그걸 모르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이렇게 희생된다” 최근 한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진도 앞바다 세월호 침몰 참사를 보면서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고 있다. 철마다 합동분향소가 설치되는 나라. 주인인 국민은 지금 너무 어이가 없어 성난 표정조차 짓지 못하고 있다.

못다 핀 어린학생 수 백명을 차가운 배에 갇혀 바다에 침몰시켜 놓고도 그 숫자가 몇인지 오락가락 하고, 사고 현장에 배치된 정부부처 간 엇박자는 기본이고, 구체적인 업무라인조차 형성하지 못해 사고 초기 그 중요한 시간을 설렁설렁 보냈다. 

국민들이 정말 화가 나는 것은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나가서야 ‘책임’ 이야기가 나왔다는 점이다. 정부가 책임이 무엇인지, 공무원들이 책임진다는 자세가 무엇인지 국민들은 정말 알 수가 없다.

합동분향소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친숙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국가가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안전’과 ‘보호’조차 받지 못하면서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지금은 워낙 가슴 먹먹한 상황이 눈앞에서 참혹하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민심이 분노를 억누르고 있지만 정말로 위기다.
 

‘21세기 자본론’의 저자 토마 피케티(파리 경제대학 교수)는 오늘의 자본주의 모순을 시정하는 해법은 노동자들의 혁명 아닌 세금이라고 주장한다.

오늘의 자본주의에서 가장 큰 문제점인 소득 불평등은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질 좋은 교육을 받은 사회지도층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 엘리트층을 만들고 아예 정치권력까지 장악해버리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핵심적 요인이 된다.

‘그들만의 리그’가 경제는 물론 정치까지 장악해 법을 만들고, 세법까지 개정해 가면서 불평등을 심화시켜 결국 민주주의가 위험하게 된다는 것이 토마 피케티 교수의 진단이다.

이에 대해 현재의 체제를 그대로 두면 소득 불평등 개선은 요원하게 되고, 오히려 불평등은 더 심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더불어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그 해법으로 세금을 꼽았다.

토마 피케티는 개개인의 순수 자산에 대해 누진세를 적용하자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불로소득으로 부를 늘려가는 걸 막자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고 20세기 유럽도 이 점에서는 실패했다고 그는 진단한다. 이는 유럽의 민주주의 시스템은 소득 불평등이 늘어나는 데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도 조세제도를 개혁해 소득 불평등 정도와 세율을 연동시키자고 제안한 바 있다. 소득 불평등도가 높아지면 소득이 높은 이들에 대한 한계세율을 높이자는 것이 실러 교수의 주장이다.

이렇듯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이 시대를 이끌어 가고 있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합리적으로 보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으로 한결같이 ‘세금’을 꼽고 있다. 소득이 높은 계층에 대해 세금을 더 물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것도 ‘그들만의 리그’에 참여하는 계층에 세금을 더 물리는 방안을 최고의 방법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이 이론은 단지 이론을 넘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쉽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도 많이 공감하고 있다. 세금이 단지 내적운용 의미 말고 현실적으로 이런 흐름을 갖고 있다.

직접적인 비유는 아니지만 가진 계층이 갖고 있는 가치의 속성 중에는 ‘안전’과 ‘보호’가 기본이자 최우선임은 물론이다.


폐지 줍는 노인이 말을 걸어온다. 세월호 이야기다. IMF 이전까지 번듯한 중소기업을 운영했다는 노인은 ‘이게 나라냐? 이런 나라에 세금을 내야하나? 피 같은 세금 내서 저런 공무원들 월급 줘야 하나?’로 요약되는 말을 차분하게 이어갔다.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된 안전불감증 문제에서 빚어진 것을 단지 사고가 났다고 해서 정부와 공무원을 극단적으로만 몰아가는 것도 문제 아니냐’는 반문에 대해 그는 “그것 하라고 공무원 뽑고 세금내서 월급 주는 것 아니냐?”고 대답했다.

확실히 세금에 대한 민도는 무척 높아졌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조세의 개념인 ‘국가가 반대급부 없이 강제로 징수하는…’ 식의 정의는 적어도 이 시대에는 개정돼야 한다. ‘안전’과 ‘보호’를 책임지지 못하는 정부에 세금을 낼 의무가 있는가? 라는 반문마저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다른 생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심경이 습관적으로 세금에 미치자 이런 저런 상념이 스쳐 지나간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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