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큰 기대와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결국 ‘여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낙마하고 말았다.
대다수 언론들은 안 후보자가 ‘5개월 16억원’이라는 과도한 전관예우 논란에 이어 자신의 아들 등 가족들에게로 비난과 의혹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심적인 부담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어차피 ‘총리직 못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안 후보자의 진짜(?) 사퇴 이유와 사전에 청와대와의 교감(?)이 있었는지 등을 굳이 파헤치는 것은 어쩌면 ‘부관참시’와 같은 몹쓸 언론의 직업병일 수도 있어 이쯤에서 덮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더욱이 국민들로선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때 청문회제도가 도입된 이후 5명의 총리 후보가 낙마하고 숱한 장관 후보자들이 국회 문턱에서 발목잡혀 넘어지는 꼴(?)을 익히 봐왔던 터라 그다지 후보사퇴가 낯설지도 않고 별로 충격적이지도 않은 일상의 풍경쯤으로 치부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안 후보의 화려한 등장과 씁쓸한 퇴장을 바라보면서 뭔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 개운찮은 뒷맛(?)을 감출 수가 없다. 어쩌면 이 땅에서 재상 후보란 굶주린 들개들에게 먹잇감으로 던져진 뒤 처참하게 물고 뜯기우다 마침내 만신창이가 돼 비극적(?) 최후를 맞게된다는 ‘신상털기’ 각본은 이제 식상하기까지 하다.
온갖 정략적 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야바위판에서 수십억이 든 돈가방을 들었다 놨다, 쥐락펴락 하다가 결국은 맥없이 거꾸러진 어느 의리없는 집단간의 무혈난투극(?)을 보는 듯한 착각도 든다.
어제의 적에게 신임을 얻어 ‘깜짝 총리’ 후보로 발탁됐다가 옛친구에게 매몰차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황망히 무대 위를 떠나야 하는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한 비애감마저 솔직히 들기도 한다.
위기에 빠진 국정의 해결사로 ‘官피아 개혁’을 외치며 폼나게 등장했다가 정작 자신이 ‘法피아 두목’이었다는 출생의 비밀(?)을 뒤늦게 깨닫고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미련없이 떠나는 막장드라마같은 반전의 묘미도 쏠쏠하다.
아니면 ‘청렴과 대쪽 이미지’로 출세줄 잡았다가 하릴없이 ‘돈’과 ‘명예’까지 동시에 움켜쥐려고 욕심부리다가 마침내 나락 끝으로 떨어지는 삼류영화속 ‘탐욕(?)의 말로'도 잔상처럼 떠오른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해도 이번 '안대희 쇼'의 최대 압권은 가증스런 ‘탈춤’(가면극) 한마당이다. 세무조사감독위원장이라는 무시무시한 탈을 쓰고는 천연덕스럽게 대기업의 조세소송을 떠맡고, 자신이 보유한 재산에 부과되는 양도세와 소득세를 피해가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가하면 자신의 자녀들에게 증여한 돈에 대해선 정작 한푼의 세금도 낼 줄 몰랐던 그의 후안무치함은 오랫동안 세정가에 ‘안대희의 모순’으로 회자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