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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세무사’ 이상목 "구름타고 하늘 난다"
‘시인 세무사’ 이상목 "구름타고 하늘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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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5.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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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 가득한 세무사 사무실

유연한 분위기…업무효울도 쑥쑥
   
 
 
금강산 눈 녹아흘러/ 두무머리 한강이더니/
인천공항 바닷물 돼/ 구름타고 하늘 난다/ <중략)

‘시인 세무사’ 이상목<사진>의 시 ‘물의 여행’이다. 간결하면서 단정된 시어로 분단의 아픔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출하고 있다.

26일 그를 만났다. 종합소득세 신고마감 날이 며칠남지 않아 사무실은 숨 돌릴 틈 없이 바쁘다. 책상위에는 납세자들의 신고서류가 가득하다. 한국국세신문과는 오랜 인연이 있다며 반긴다. 그의 세무사사무실은 시의 향기로 가득하다. 2007년 늦깍기 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1991년 이미 수필작가로 등단해 수필과 시 문학을 넘나들며 왕성한 문예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수필문학상’ 수필부문 대상을 수상한 그는 딱딱하고 경직된 세무사일을 하면서 시와 수필문학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심오한 아포리즘과 인간적 여유를 찾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일상의 모든 일을 사랑으로 포용하고 싶다는 그는 “경직된 세무사 일을 하면서 글을 쓰게 된 것은 아버지(소설가 이동우)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세공무원 경력이 없는 순수 ‘세무사고시 파’로 35년간(1975년 개업)의 장수세무사로 잘 알려져 있다.

연세대학 MBA과정을 거친 그는 경기, 명지, 중앙, 한양, 국민대학 강단에서 회계학, 세무학을 강의하는 등 전문자격사로서 열정적인 활동을 펼쳤다. 그는 또 초대 송파구의회 의원(1991년~1995년)으로 당선되어 활동하면서 ‘지방의정 연구회장’으로 추대되어 지방의정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세무사사무실 운영에 대해서는 33살에 개업, 35년이 된 고옥이지만 중간 중간 리모델링을 과감히 해 상위10%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밝게 웃는다. 개업세무사 8000여명 가운데 500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저서로는 <높은 세금 낮은 목소리> <살아 있는 세금>외 다수.

이상목 세무사의 대표 시와 수필1편을 소개한다.

수필

살만한 동네 - 이상목

「명품동네」

자네 형편이 허락된다면 어느 곳에 살겠는가? 살만한 동네는 어디인가?, 고향으로 가는 것은 어떤가? 친구의 이러한 질문에 나는 쉬 대답하지 못하였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가 끝나 갈 무렵에 발표된 그해 종합부동산세 과세내역을 보면 주택분종부세과세대상 23만7천가구 중 ① 서울이 15만 4,300가구 ② 경기 6만 4,000가구 ③ 대전 2,700가구 ④ 부산 2,300가구 ⑤ 대구시와 인천시는 각각 2,100가구 순이다.

각 지역별 최고가 아파트도 보여주고 있는데 ① 서울 강남구 도곡동 54억 5,000만원 ② 경기 성남 분당구 정자동 33억원 ③ 인천 연수구 송도동 11억 7,250만원 ④ 대구 수성구 만촌동 11억 2,500만원(이밖에 최고가 8억원이 넘는 주택소재도시는 부산, 창원, 울산, 대전, 천안)

시장원리에 따라 수요가 많아 집값이 높아지는 곳은 명품동네인가!

「푸른 숲 · 맑은 물」

가짜명품시계, 가짜명품가방 등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시대의 살만한 동네는 명품도시의 명품동네에 있는 명품아파트단지일까?

사는곳이 행복지수로 여겨지는 세상, 맞선때 “강남아파트 산다”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는 시대. 그러나 누구나 다 미다스의 손이 된다면 세상이 어찌될 것인가!
그 무분별한 쏠림과 무절제의 원인이 핍박과 착취의 유구한 역사에 대한 보상심리만은 아니리라.

도시의 편익을 누리면서도 ?푸른 숲 · 맑은 물?을 쉽게 벗 할 수 있는 교통 편리한곳이라면 살만한 동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택리지 · 맹모삼천」

지리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못하면 그 터전은 오래 살 곳이 못되며, 생리가 아무리 좋으나 지리가 나쁘면 역시 사람이 살 장소로는 알맞지 못하다. 지리와 생리가 다 좋다하더라도 인심이 고약하면 더불어 살만한 곳이 못된다. 도둑이라도 들끓는 고장이라면 그런 곳에서는 각박하여 오래 살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인색한 사람들이나 비루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면 역시 오래 살 곳이 못된다. 또한 부근에 아름다운 경계가 없어 성정을 도야할 수 없다면 그런 경관지가 있는 고장에 사는 것만 못하다.
이것이 조선조 영·정조시대 이중환의 ?택리지?가 말한 살만한 곳을 고를 때의 고려사항이었다.

맹모삼천보다 더한 맹렬한 이사다니기로, 과외공부로, 끝내 아들, 딸을 미국에 유학시키고 그곳에서 결혼까지시킨것을 자랑하는, 우리주변 성공한 사람(?)들의 뽑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내 경우 아이들은 보다 억압받지 않고 자유로와야했다.

「고향의 발견」

해외은퇴이민이 늘고 있으며, 여행사 조사자료에 의하면 은퇴후 살고 싶은 도시로 ① 시드니 ② 벤쿠버를 꼽는다는 기사가 쏟아지는 이때.

충청남도 산골이 고향인 어느 정년퇴직자가 자기아버지께서 고향에서 파주 선영까지를 어떻게 왕래하였는지 몸소 체험하기 위해 서울에서 안양, 평택, 아산을 거쳐 고향까지 걷는 실험을 하면서, 고향과의 끈끈한 연을 이어가고 있다는 방송을 듣고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면서 언제 그분을 만나 뵈었으면 했었다.

금강하류 농촌인 나의 고향엔 마을 숲이 있었고 수백년된?소나무ㆍ느티나무?가 있었으며 아버지와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거닐던 고샅이 정겨웠다. 마을사람들은 식구와 살림이 늘면 집을 늘리거나 새로 짓곤 했었다. 그 시골에서, 나는 시래기죽을 먹으면서도, 짚으로 만든 공으로 축구를 하는 마냥 씩씩한 맨발의 소년이었다.

북촌, 남촌, 서촌, 오룡동, 새뜸, 산직뜸으로 이루어진 그 큰 마을에는 6.25땐 황해도 피난민들과 서울친척들이 많이 내려와 같이 살았었다. 지금은 노인들이 많고 100여호 부락이 50호도 안 남아서, 훈김이 돌던 동네엔 바람이 차다.

애써 가꾼 꽃보다 버리고 짓밟은 잡초들이 우리에게 봄소식을 먼저 전하며, 그 잡초들은 아쉬운 백성의 굶주림을 달래주기도한다.

정년퇴직을하자 모포한장 달랑 말아들고 깨어있는 삶 찾아 고향집으로 간다는 친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詩 나의 도시 - 이상목

그 많던 배 다 어디갔나
강 포구는 젓갈 박물관 혼자 외로운데

다다미 걷고
자장집 터엉 비운 장터에
겨울이 깊어 함박눈 내려 쌓인다

눈 부릅 뜨자
작은 도시여

잔설 이고 쑥 돋듯
봄기운이
뱃길 새로 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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