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불평등 문제를 다룬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주제를 다룬 논문과 보고서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피케티는 책에서 20여개국의 300년에 걸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역사적으로 자본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이 돈을 버는 속도를 언제나 뛰어넘어 왔으며 이로 인해 소득불평등이 심화했다고 썼다.
23일 재정학회의 '재정학연구'에서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유형별 소득이 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통해 자본소득이 증가할 때 소득불평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전국 일반가구의 소득, 소비, 세금 등을 설문 조사한 조세재정연구원의 '재정패널' 2009∼2011년 자료를 토대로 가구의 소득을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자본소득, 공적이전소득, 기타소득 등 5가지로 구분하고, 불평등지수는 변이제곱계수를 분해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노동소득을 소득불평등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해온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노동소득이 증가하더라도 소득분배를 악화시킬 가능성은 작았다. 사업소득은 소득 증가분과 비교했을 때 불평등지수의 변화가 작아 증가하더라도 소득분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반면 이자나 배당소득, 임대소득 등 자본소득은 증가 시 소득분배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소득 증가분 대비 변이제곱계수(불평등지수) 변화는 약 0.17∼0.19%에 이르는데, 이는 0.1% 이하인 노동소득이나 사업소득보다 매우 높다.
같은 규모의 소득이 증가한다면 일해서 버는 노동소득이나 사업소득보다 자본이 벌어다 주는 자본소득이 소득분배에 악영향을 준다는 의미인데, 이 결론은 피케티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구소장은 최근 국세청의 통합소득 100분위 자료를 활용해 2007∼2012년 기간의 소득분배와 실효세율 추이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도에 비해 2012년도의 소득분배 상태가 더 악화했다. 전반적으로는 연말정산 근로소득보다 종합소득과 통합소득에서의 소득격차가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07∼2012년 평균을 기준으로 보면 연말정산 근로소득의 경우 최상위 100명의 소득은 중간값의 452배로 나타난 반면에 통합소득의 최상위 100명이 버는 소득은 중간값의 무려 1512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상위 소득자의 경우 근로소득 이외에 이자·배당 등의 금융소득과 임대소득을 포함한 사업소득 등의 비중이 더 높았다. 경기 회복기에 이 소득은 많이 늘어나 소득격차를 확대하는 주 요인이 됐다고 김 소장은 지적했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피케티가 고안한 소득집중도 추정 방식을 한국에 적용해 2012년 기준으로 한국 상위 10%의 소득 비중이 45%에 달한다는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