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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국세공무원] 국세청 ‘Brain 4인방’
[퇴임 국세공무원] 국세청 ‘Brain 4인방’
  • 日刊 NTN
  • 승인 2014.06.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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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돈회 국세공무원교육원 과장·김영진 수원세무서장
광주청 김기호 조사2국장·김재찬 세원분석국장

 

▲구돈회 국세공무원교육원 과장
▲김영진 수원세무서장
가장 많고, 가장 복잡하고, 가장 어려운 세법을 가장 쉽고, 간단하게 이해시키는 국세청 내 ‘목탁 소리’와 같은 인물이 있다.
국세공무원교육원의 구돈회 교수과장이다. 1976년 국세청에 들어와 38년 국세청 인생 마감을 며칠 앞에 둔 구 과장. 그가 국세청 대변인실에서 업무를 볼 땐 국세청에 처음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정설처럼 도는 말이 있었다. 기자들도 세법과 국세청이라는 조직이 낯설기는 매한가지. 그럴 때마다 선배 기자들은 “구돈회 과장을 찾아라!”고 조언했다. 구 과장이 설명해주는 그대로 쓰면, 기사의 제목이 나온다는 것.

지난 38년 동안 그가 2만여 명이 종사하는 큰 국세청이라는 조직의 고임돌로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내 본다. 또, 국세업무를 매뉴얼화 하는데 공로한 김영진 수원세무서장과 광주청 김기호 조사2국장·김재찬 세원분석국장의 이야기도 실어본다. /편집자 주

‘공직자와 선비 사이에서…’구돈회 과장,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운 건, 국세청 식구들이 나눠 준 情”

푸른 신록이 한창이던 6월 어느 날 경기도 수원에 자리한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기자를 맞이하는 구 과장은 달관한 듯, 통찰력을 가진 눈빛을 보냈다.

38년의 세월동안 국세청을 잠시 떠났던 시절이 단 한번 있었다. 2012년 2월부터 휴직에 들어간 구 과장. 그 이유를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우리시대 50대 가장들이 그렇듯, 당나귀처럼 등에 진 봇짐을 묵묵히 감내하고 살아온 지난 세월, 정작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한 것. 단단한 바위와도 같은 구 과장은 뇌출혈로 쓰러져, 큰 수술을 이겨내고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

그 기간 구 과장은 딸 때문에 살았고, 국세청 직원들 때문에 일어설 수 있었다고 한다.

구 과장의 딸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는 대학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고 있다. 딸이 직접 아버지인 구 과장의 치료와 회복 과정을 지휘했고, 김덕중 청장 이하 그를 아는 국세청 식구들이 물심양면으로 챙겨줬다고 회고한다. 병상에 있던 그를 일어서게 한 힘도 국세청 직원들이 나눠준 정 때문이었다고.

구 과장은 “김 청장이 병상에 누워있을 때 몇 번이고 찾아와, ‘빨리 일어나서, 출근하라’고 애정 어린 격려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 과장은 “국세청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큰 복은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인연으로 만났다는 것”이라며 “내가 국세청에 안 들어 왔으면, 이런 사람들을 어디서 만났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국세공무원으로 산다는 것은 언뜻 보기엔 안정적이고 최소한 ‘밥 굶을 일 없는’ 최상의 직업 같지만, 그 안에는 그 만한 애로가 따른다.

업무적으로 알게 되는 납세자에 대한 정보에 대한 철저한 비밀유지 의무로, 절제는 체화되어야 하고, 말을 삼가야 한다는 것.

구 과장은 “퇴근 후 가정에서 집사람이나 아이들과 대화를 나눈다거나, 친구들을 만나 술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이란 걸 누리고 살아 보지 못했다”며 “혹시라도 무의식중에,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이 나올까봐 늘 조심해야 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가정에서도 말을 삼가다 보니, 점점 할 말이 없어지게 된다. 외로움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고, 또 철저히 외로워져야 했다.

그러다 보니 그는 철저하게 원리원칙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었고, 기본에 충실해야 했다.
늘 공부하는 자세가 그를 공직자와 선비 그 사이 어디쯤에 서게 했다.

‘버티라’는 말의 무게는 ‘인내’ 그 이상…

서청주 소득세과, 서울청 조사2국 1과장, 국세청 납보1계장, 국세청 징세1계장, 보령세무서장, 중부청 조사1국3과장, 중부청 조사1국1과장, 국세청 징세과장, 국세청 소비세과장, 국세청 세원정보과장, 납세자보호관 심사2담당관 외에도 그는 세무대학이 폐지되기 전 교수로 재직했다. 그의 국세청 명함의 마지막도 국세공무원교육원의 교수과장이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도 다른 교수가 집필한 책을 들고 그를 찾았다. 

세무대 교수시절 그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온 학생들이 아마 국세청이라는 조직이 뭔지도 몰랐을 텐데. 세금도 한번 안 내본 사람들을 상대로 세금과 체납, 징수 같은 걸 강의해야 했다”며 “그 때 가장 쉽게, 단순하게, 명확하게 알려주려고 신경 쓰다 보니, 가르치는 나부터가 공부를 많이 할 수 밖에 없었고 그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국세청 대변인실에서 근무할 때도 기자들의 ‘과외선생님’으로 통했다.

짧게, 핵심만 설명해줘, 그가 설명하는 대로만 쓰면 기사 제목과 리드 문구가 나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 비결을 묻자 그는 “그저 어떤 분야건, 어떤 일이건, 그 시간을 버티면 된다. 그 시간을 지내오면 자연적으로 쌓이고, 터득하고, 눈이 떠진다”고 말했다.

38년의 세월을 한 조직에서 인내한 그이기에 ‘버티라’는 말의 무게는 남달랐다.

아직 몸이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아, 거동에 불편을 겪었지만, 주어진 삶의 과제를 온전히 살아낸 그의 눈빛에는 예사롭지 않지만, 남은 생애를 조금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이 자리했다.

'국세업무 매뉴얼의 달인' 김영진 수원세무서장 퇴임

김영진 수원세무서장이 34년 공직생활을 마감한다. 김영진 서장은 후배들에게 “나눔과 섬김의 자세를 가지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항상 밝게 웃으면서 늘 즐거운 마음으로 근무하고, 앞으로 더욱더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국세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1956년 전라남도 영광생인 김영진 서장은 1980년 1월 9급세무직으로 춘천세무서에서 첫 공직을 시작했다.
이듬해인 1981년에 7급 공채시험에 다시 합격해 1982년부터 광화문세무서, 서울청 법인세과, 부천세무서, 중부청 징세조사국을 두루 거쳤다.

2000년 사무관으로 승진 후 강릉세무서 세원관리과장, 중부지방국세청 조사1국 및 조사3국 조사팀장,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를 지냈다. 2008년엔 서기관으로 승진하여 춘천세무서장, 국세공무원교육원 운영과장, 평택세무서장, 수원세무서장을 역임했다.

국세이론에 정통한 정론가로 국세공무원 교육원 교수 근무 당시 소득세법 실무 등 우수한 교재를 편찬했고, 국세공무원 운영과장 때 기존의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하는 등의 업적을 쌓았다. 또 중부청 조사국 시절 법인세 공제감면검토매뉴얼, 사전분석매뉴얼 등을 자체개발해 직원들에게 직접교육을 시키는 등 항상 후배 업무능력향상을 위해 많은 열정을 보였다.

김영진 서장은 공직 생활을 마감하고, 수원에서 세무사사무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군신유의(君臣有義)’, 광주청 김기호 조사2국장·김재찬 세원분석국장 퇴직

광주지방국세청에서 한결같이 좋은 모습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김기호 조사2국장이 공직생활을 마치게 됐다.

그는 “아쉬운 것은 없다. 때가 돼 퇴직하게 됐으며, 그간 임무에 충실히 이행해왔다”고 짤막하게 소감을 밝혔다. 다만 후배들에 대해 말할 때는 “생활을 하면서 직원끼리 상하를 막론하고 성실히 대해달라. 좋고 싫음에 따라 따로 친하게 지내는 것보다 부하는 그 역할이 있어 소중히 생각하고 상사는 불편없게 잘 모시는, 한결같은 자세가 필요하다”며 애틋함을 보였다.

퇴직 후 세무사 개업을 준비 중이라는 김기호 국장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고 물색 중이다. 자리가 잡히면 그 후에 가족과 한번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김기호 국장은 7급 공채로 시작해 ▲여수세무서 조사과장 ▲서광주세무서 부가가치세 과장 ▲광주청 전산관리과장 ▲광주청 조사2국조사관리과 ▲광주청 조사2국 조사관리과장 ▲광주청 감사관 ▲해남세무서장 등을 거쳤다.
한편 청내 김재찬 세원분석국장도 자리를 떠나게 됐다. 김재찬 국장은 9급으로 시작해 ▲광주청 감사계장 ▲순천세무서 조사과장 ▲광주청 납세자보호담당관 ▲광주청 감사관 ▲광주청 조사1국1과장 ▲광주청 조사1국 조사관리과장 ▲광주청 조사2국 1과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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