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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국세공무원] 반포세무서 장운길 서장
[퇴임 국세공무원] 반포세무서 장운길 서장
  • 日刊 NTN
  • 승인 2014.06.2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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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끝없는 세정여로’, 새로운 출발선에 서다

 
책상 너머 줄지어 있는 표창이 국세청 아이디어 맨으로 불려 온 그의 일면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바쁜 와중에도 매년 아이디어를 낼 정도로 즐거웠던 순간들이었다. 6월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마감하지만 “국세공무원이 아닌 또 다른 시각에서 세정에 보탬이 되겠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38년 공무원의 길을 마감하는 장운길 반포세무서 서장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과세관청·세무대리인 입장 달라도 세무행정 본질은 같아”
“후배들, 현재·과정 연연치 말고 창의에 도전” 당부

“시원섭섭하다. 하지만 만족한다.” 장운길 반포세무서장은 38년의 공직생활 마무리를 앞두고도 자신감에 번쩍였다.
장운길 서장은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논현역 5번 출구 논현빌딩 4층에 자리를 만들었다. 자기 이름의 마지막 한자인 길(吉)을 따서 만든 ‘세무그룹 길’이다.

서장 출신 국세공무원이 세무사를 준비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렇다고 쉽지도 않다. 과세관청에 있을 때는 갑의 입장이지만, 세무대리인이 되면 납세자와 더불어 을의 입장으로 뒤바뀐다. 납세자 요구에 고개를 숙여야 할 때도 있고 후배공무원들과 맞닥뜨리게 될 수도 있다.

“피할 수도 없고, 마주치고 가야 한다.” 그는 딱 잘라 말했다.

과세관청과 세무대리인 입장은 다르겠지만, 국민을 위하는 것이 세정이라면 둘은 세무행정이란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

세금은 국민을 위해 걷힌다. 국세공무원으로 징세에 열중하다 보면 ‘상대의 실수’는 좋은 빌미가 된다. 반면 세무대리인은 미리 세법, 규정 준수 방안을 챙겨 납세자가 몰라서 혹은 잘못된 관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억울한 실수를 줄이는 것을 과업으로 한다.

세무대리인은 과세관청과 납세자 사이에 서서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한다. 세정에 다시 봉사하고 싶다는 그는 자리가 바뀌었을 뿐 변함없는 국세인이다.

혼자가 아닌 세무대 출신 세무사와 법인 경력 세무사 등 3명도 함께 해 든든하다는 장운길 서장.

76년 1월 9급 공무원으로 시작했던 그는 ▲강릉세무서 조사과장 ▲이천세무서 조사과장 ▲수원세무서 징세과장 ▲국세청 국제조사3과 ▲국세청 감사담당관실 1계장 ▲속초세무서장 ▲강동세무서장 ▲남대문세무서장 ▲반포세무서장을 두루 거쳤다. 수도권 내 세무서장만 세 곳을 지냈다.

짚이는 게 있다면 끈질기게 파고들었던 성격 덕분에 한번 타기도 어렵다는 국무총리 표창, 대통령 표창을 줄지어 받았다. 그를 한 번이라도 접한 사람은 ‘식견이 보통이 아니다’는 의견에 쉬이 동감한다.

그랬던 그에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1999년~2000년 정부는 ‘제2세정’을 기치로 내걸고 변혁을 위해 무거운 몸을 부단히 흔들어 댔다. 조직개혁 핵심과제인 국세행정개혁기획에 당시 팀장급이었던 그가 투입됐다.
12시 너머 퇴근하고 새벽 출근이 예사였다. 집은 서울 송파였지만, 귀가는 언감생심 생각할 수도 없었다. 평일엔 계동에 임시로 마련한 월 30만원 셋방에 들어가 잠깐 눈을 붙이는 게 전부였다. 주말에나 겨우 가족을 볼 수 있었으니 주말출퇴근이나 다름이 없었다. 6개월간 그런 생활이 계속됐다.

“이런 말 하는 건 처음인데….” 단단한 인상의 그가 멋쩍게 웃으며 말을 주춤거렸다. 힘든 소리보다 도전으로 일관했던 그에게 보기 드문 표정이었다. 눈을 몇 번 껌뻑이더니 “그땐 정말 힘들었다”고 진솔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장운길 서장은 잠시도 머물러 있지 않았다. 국세문예콘테스트에 출제한 수기가 당선되면서 미국 서부켄터키대학에서 행정학 석사 과정행 티켓을 얻었다. 무엇보다 그리웠던 가족과 함께 떠날 수 있어 값진 순간이었다.

2년 하고도 반년 동안, 미국에서 접할 수 있었던 다양한 문화와 균형 잡힌 사고는 호기심 가득한 그에게 축복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행복한 순간이 어떻게 왔는지 생각해보니 그 중심엔 항상 도전이 있었다.” 그가 후배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당부다.

“요즘 공무원되기 힘들다. 그렇게 들어오게 되면 안도하다가 안주하게 되는데 그러면 발전이 없다. 내가 9급에서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처럼 현재 위치를 상관치 말고 항상 꿈과 희망을 가지고 매진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다. 혁신을 게을리 말고 항상 불합리한 것을 탐색하면 꿈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사십 여년 동안 주어진 소임을 마무리하고 오는 7월 8일 세무그룹 개업을 하면 8월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이다.

막내아들이 미국 보스턴에 유학 중이고 딸도 미국으로 시집간 상황이라 한 가족이 모두 만날 수 있는 적기가 8월이다. 현재 집에 와 있는 아들과 함께 미국에 도착하면 뉴저지에 있는 사돈댁과 딸을 만나볼 예정이다.

그간 공직생활로 바쁘다 보니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도 없었던 차에 그 동안 못 갔던 아들이 있는 보스턴, 딸이 있는 뉴저지를 거쳐 미국 풍경에 흠뻑 젖어 들도록 일정을 일부러 기획했다.
앞으로 장운길 서장의 새로운 세정여로에 박수를 보내본다.
/고승주 기자

▲청렴 및 복무기강 관련 직원 월례조회(5월) 중인 장운길 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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