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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부모 가슴에 못질하는 '효성家의 혈투'
[데스크칼럼]부모 가슴에 못질하는 '효성家의 혈투'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4.07.11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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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편집국 부국장

 최근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일가의 ‘형제간 다툼’은 마치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주제로 한 TV속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씁쓰레함을 감출 수 없다.

재계에서 ‘형제의 난’을 일으켰던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그 끝이 좋지 않았다. 두산의 박용오 전회장은 형제들을 대상으로 싸움을 벌였다가 그룹에서 퇴출되고, 본인도 불행하게 인생을 마감했다. 삼성가 이맹희씨도 동생에게 공연히 소송을 벌였다가 괜시리 망신만 당했다. 그의 아들도 지금 큰 시련을 겪고있을 뿐아니라 국민들의 시선도 싸늘하기만하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 조현준 사장과 동생 조현상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그룹 계열사의 배임 횡령 혐의를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고발한 것은 여느 재벌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산 분쟁이나 경영권 다툼과는 그 본질부터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고발건은 지난해 현문씨가 이들 계열사를 대상으로 회계장부 열람소송을 위한 가처분신청을 했다가 대부분 패소하고, 일부 승소하면서 마무리된 것을 다시금 들춰낸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조현문씨가 그룹경영을 장기간 해왔다는 점에서 그가 떠난 시점이후만의 장부를 볼 것을 판결했다.

 이번에 형과 동생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소송전을 벌인 것은 뭔가 작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내부에선 둘째아들의 느닷없는 소송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조현문씨가 근 10여년을 계열사 경영에 참여했고, 지난해 초 변호사에 전념하기위해 그룹을 떠나면서 그룹이 잘되길 바란다는 이메일까지 임직원들에게 보냈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선 둘째에 대해서 리더십과 경영능력이 문제였다고 보고 있다. 정상적인 마케팅활동등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등 ‘비정상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조회장도 그런 둘째에 대해 점점 기대를 접었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원래 조석래 회장과 송광자여사는 서울대와 미국 하버드대학 로스쿨을 마치고 변호사 자격을 따온 둘째아들 조현문씨에 대해서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그 누구보다 애지중지하며 키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룹경영에도 일찌감치 참여시켜 부사장까지 맡게 했으며, 주식도 첫째 현준씨, 둘째 현문씨 ,셋째 현상씨 등 3형제에게 7%대로 골고루 증여하면서 열성적으로 경영수업도 시켰다.

 그렇게 도란도란 자식농사를 잘키웠다고 자부했던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에게 가혹한 ‘운명의 여신’이 찾아온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관계였던 조 회장 가문은 가히 ‘정적’(?)이라 할 수 있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그야말로 풍비박산의 ‘위기’에 처하게 된 것.

 국세청은 지난 5월 효성그룹에 대한 대대적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한데 이어 작년 10월에는 국세청 사상 최대규모인 3651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부과했다.

 설상가상으로 검찰에서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직후 효성종합상사(옛 효성물산)의 부실을 10여년이상 분식회계했다면서 조석래회장에 대해 배임 횡령 탈세혐의로 기소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중에 있다.

 조석래 회장은 지난 수십년간 재계리더로서 사업보국의 경영이념으로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전경련 부회장을 거쳐 이명박정부 시절 전경련회장을 맡아 재계와 정부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했다. 규제완화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매진했다.

한일경제인협회장과 한미재계회의회장을 맡아 독도문제와 위안부문제로 한일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노무현정부시절 반미노선으로 한미관계가 삐걱거릴 때마다 막후에서 조율을 해서 양국관계를 정상화시키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선친 조홍제회장으로부터 효성을 물려받은 후 정도경영과 돌다리도 두드릴 정도의 내실경영을 해온 덕분에 2000년대들어 세계최대의 타이어코드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등 그룹을 세계최고수준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런 조회장에게 느닷없는 탈세와 배임 횡령 등의 국세청 조사와 검찰 수사, 그리고 재판의 굴레는 그동안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며 살아온 그에게는 감당하기에 너무도 벅찬 무게의 환란이자 고통이었다.

 이런 곤고함을 당하는 중에 조회장은 담낭암에다 전립선암까지 발견돼 80세의 노구를 이끌고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면서 매주 법정에 출석해 심리를 받은 뒤 파김치가 돼 집으로 돌아오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석래 회장은 지난해 꼬일대로 꼬인 가족관계를 나름대로 풀어보고자 둘째아들 조현문 전 부사장의 집을 세차례나 직접 방문했으나 ‘문전박대’를 당하고 한숨을 쉬면서 그냥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심지어 현문씨는 서울대병원에서 암투병중인 아버지 조 회장을 단 한번도 병문안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있다.

 앞서 현문씨는 부친에게 물려받은 효성주식 7.1%를 조 회장과 사전에 상의도 없이 전량 매각함으로써 자칫 경영권 방어에 상당한 위험이 가해질 수도 있어서 조회장과 형제들을 당혹케했다는 후문이다.

 재계 일각에선 현문씨가 이번에 또다시 소송을 제기한 저의에 대해 경영능력 부족으로 그룹경영에서 배제된 것에 앙심을 품고 형제들을 괴롭히려는 용심(?)으로 해석하고 있다.

 물론 현문씨측은 경영에 참여할 때 그룹의 문제점에 대해 부친과 형제들에게 쓴소리를 했고,그런 충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문씨는 과연 지금 효성그룹과 부친 조회장, 그리고 형제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먼저 둘러보고 소송을 벌였어야 했다는 것이 세간의 지배적인 기류다.

 집안이 어려울 땐 갈등을 접고, 화합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더구나 지금 부친이 심각한 암투병에다 힘겨운 법정소송까지 진행중인 상황에서 형제간에 서로 물고뜯는 ‘분란’을 일으키는 불효와 패륜만은 저지르지 말아야 하는게 자식된 최소한의 도리다.

 국내외 경영환경이 지극히 어렵고 글로벌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중차대한 시기에 수만명의 그룹내 종사자들의 생계를 자칫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법정싸움’만은 자제하는 게 한때나마 CEO였던 오너패밀리의 기본적 자세다.

 그룹에서 나갈 때 보유주식 매각 등으로 수천억원이라는 큰 돈도 거머쥐었고, 하버드대학 로스쿨 출신으로 변호사로서의 앞길도 창창하다는 말을 듣는 그가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고 그룹식구들 등에 칼을 꽂는 듯한 작태는 이제라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자신도 나중에 '탐욕'으로 낳은 자식들한테 또다시  '골육상잔'을 대물림하는 비극만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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