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주장의 발단은 최근 몇 년 사이 예민한 국정 현안에 빠짐없이 세정이 개입해 궁극적으로 국세행정이 갖는 부담이 너무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세행정이 국정의 핵심기능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최근 가장 예민하게 꼬인 국정현안에 무차별적으로 세정이 개입하고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일례로 현재 국세행정이 중요한 국정에 핵심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는 분야는 부동산 정책을 비롯해 양극화 해소, 자영업자 과세 정상화를 통한 세부담 불균형 시정, 국부(國富)이전 검증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에다 아직 구체적 시행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많은 품이 드는 근로소득보전세제(EITC) 사전준비까지 떠안고 있는 상황이어서 세정 조직은 발이 무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가 핵심 정책을 추진하면서 소요되는 재원을 대부분 ‘세금’으로 충당키로 하고 있지만 세수 여건이 워낙 어려워 국세행정으로서는 자칫 무리한 행정운영의 소지마저 항상 안고 있다.
이러한 세정피로 현상의 원인은 세제분야에서부터 찾아진다. 세제입안 과정에서 행정을 염두에 둔 밑그림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데다 정부 차원의 정책목적에 매달려 무리가 따르는 제도를 그대로 입안하는 예도 허다하다.
이는 곧바로 세정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결국 마지막 단계에서 집행하는 국세행정으로서는 무리하게 운용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소위 ‘솜방망이 종부세’를 집행하면서도 국세행정은 곤욕을 치렀다. 당시 이주성 청장이 일선 현장을 직접 챙겨가며 독려를 계속했는데도 태생적 한계가 있는 제도로 인해 욕은 국세청이 먹었다.
그러나 종부세는 국정 핵심사안의 연장선에서 지난해 오히려 대폭 강화됐고 올해 전쟁에 가까운 신고를 치러야 한다. 실제로 이주성 청장도 사퇴 당일까지 이 문제에 대해 상당한 걱정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심각한 세수여건에서 분투하고 있는 일선 세정 현장은 현금영수증 실적도 올려야 하고 EITC 준비에도 동원돼야 하고 한마디로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국세행정이 ‘고유업무’의 영역을 벗어나 ‘범 고유업무’에 오히려 매달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세무조사 현장으로 시선을 옮기면 현실을 읽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강화된 세무조사로 인해 조사요원들은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부동산에서 대기업 조사로 ‘올인’에 ‘올인’을 거듭해 오고 있다. ‘철커덕 철커덕’ 세율 올리고, 조사강화 하고, 자연 ‘세금폭탄’의 오명이 씻어지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결과를 수치로 내야 하는 국세행정이 받는 피로도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6.27 이주성 청장 사퇴파동은 갖가지 갈등설 속에서 해석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갈등의 원인은 ‘너무 앞에 배치돼 있는 국세행정의 현주소’에서 찾아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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