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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의 기상과 예술의 혼을 느끼다"
"충무공의 기상과 예술의 혼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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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0.1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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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TCA회원 통영 방문기]김복중(세무법인 천일대표)
   
 
 
날은 흐렸다. 여러번 가는 내 고향 통영이지만, 갈 때마다 가슴은 벅찼고 이번에는 무언가 색다른 묘미를 느낄 것 같은 설레임에 잠 못 이루었다. 이번 여행은 작년부터 외국여행을 자주 할 기회가 있었지만 국내 여행은 한 번도 없었다는 AOTCA 한국친선연맹 회원들의 건의와 구종태 회장님의 결정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애국심을 고취하고 우리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기 위해서는 이순신 장군의 얼이 깃든 통영이 최적지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일행은 의논 끝에 오후일정은 통영 문화 유적지 관광에 포커스를 맞추고 내일 날씨가 좋으면 한산도 제승당과 거제 외도를 관광키로 했다.
우리가 통영에서 제일 처음 들른 곳은 충렬사. 충렬사는 충무공의 신위를 모시는 사당으로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승전한 후 명나라 신종 황제가 보내온 ‘명조하사팔품’이 진열되어 있는 곳이다. 구종태 회장이 방문록에 서명한 후 향을 피우자 나머지 회원들은 옷깃을 여미고 민족의 영웅 앞에 머리를 숙였다.

다음으로는 세병관을 둘러볼 차례. 세병관은 서울 경회루, 여수 진남관과 더불어 한국의 3대 단일 목조 건물 중의 하나로 조선 수군들이 병기를 세척하고 점검하던 곳이다.

우리는 세병관 마루에 걸터앉아, 세병관만이 지니고 있는 문화적, 역사적 가치에 대해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었다. 이어 일제 강점기에 마땅히 공부할 장소가 없어 시인으로서는 유치환, 김상옥, 김춘수 선생, 음악가로는 윤이상 선생, 뿐만 아니라 소설가 박경리 선생도 유년시절 이곳에서 공부했다 하니 새삼 세병관이 달리 보였다.

세병관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서둘러 박경리 선생 기념관으로 향했다. 미륵도 해안 일주도로를 달리면서 안개 때문에 회원들에게 한려수도의 비경을 보여드릴 수 없어 아쉬웠다.

박경리 선생의 기념관에 도착할 무렵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회원들이 「토지」, 「표류도」, 「김약국의 딸들」 등 작품에 심취해 있는 사이, 나와 양유용 부회장을 비롯한 5명은 왕복 15분 거리에 있는 박경리 선생의 묘소를 참배했다. 묘소 주변은 갖가지 꽃나무 등으로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지저귀는 새소리는 박경리 선생이 멀리 서울에서 온 우리를 알아보고 반겨주는 것 같았다.

통영 시내로 들어와 전혁림 미술관으로 향했다. ‘빛의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전혁림씨는 한국의 전통적 색채를 사용함으로써 많은 미술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안타깝게도 한 달 전 서울 인사동에서의 전시회를 마지막으로 타계했다.

이날의 마지막 코스인 윤이상 기념공원. 스피커를 통해 은은하게 들려오는 윤이상 선생의 음악이 내리는 비와 묘한 하모니를 이루었고, 우리 모두는 윤이상 선생의 음악세계로 흠뻑 젖어들었다.

윤이상 선생의 전시물 관람을 마지막으로 일정을 모두 마치고 통영에서 제일 유명하다고 하는 횟집으로 향했다. 저녁식사는 여행자 자율식사로 통영 근해에서 잡히는 신선한 자연산 어종의 특별식이었다. 오후의 알찬 여행덕분인지 회원들은 큰일을 해낸 듯 뿌듯해하며 서로 정담을 나누었고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

다음날 아침 예정대로 우리들은 한려수도의 보석 같은 섬들과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통영항, 그리고 이순신 장군의 구국의 혼이 서린 한산대첩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를 탔다.

안개 때문에 시야가 흐려서인지 케이블카를 타고 온 회원들은 산 정상 쪽으로 이동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우리가 케이블카 휴게소에서 쉬고 있는 사이 유람선 관리 사무소로부터 한산도 가는 배가 출항한다는 연락이 왔다.

얼마나 기다렸던 소식인가! 회원들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는 듯 산등성이에 짙게 깔려있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한려해상의 섬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둘러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한산도 가는 유람선 선착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단체손님인 우리 일행이 유람선에 타자 더 이상 다른 손님을 태우지 않고 출발해 주었다.

배가 통영항을 벗어나 한산해협으로 접어들자 유람선의 선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메가폰을 들고 여기저기 섬을 가리키며 학익진과 한산대첩을 설명한다.

두억리 선착장에 내려 한산문으로 들어서니 바닷길을 따라 송림이 길게 이어진다. 계단을 올라 충무문을 지나면서 경내에 들어섰다. 우선 오른쪽에 있는 수루에 올라 툇마루에 앉는다. 충무공이 자주 올라 적의 동태를 살폈을 일종의 망루, 갑자기 충무공이 나라를 걱정하며 지었다는 시가 생각났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던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閑山島月明夜
上戍樓撫大刀
深愁時何處
一聲羌笛更添愁

바닷물이 들어오는 협곡을 사이에 두고 활을 쏘았던 한산정을 뒤로 하고 이순신 장군의 영을 모신 충무사에 들러 일행은 참배를 했다. 세월은 흘러 4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장군의 숨결이 여기 충무사에 서려있다. 봉안된 영정을 바라보니 존엄한 눈빛과 태산같은 기상이 넘쳐 흐른다. 제승당을 나서는 회원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고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뭉클함으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듯 했다.

배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구름 사이로 해가 얼굴을 내밀었고 쪽빛 물결 너머로 거북등대와 한산대첩비가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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