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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부는 '명량' 바람…"난세에 영웅이 난다"
기업에 부는 '명량' 바람…"난세에 영웅이 난다"
  • 日刊 NTN
  • 승인 2014.08.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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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한화·전경련 등 단체관람 잇따라…사내미디어도 이순신 리더십 특집물

기업에도 '이순신 바람'이 거세게 불고있다.

경제규모 순위 하락, 선진국과 중국 사이에 낀 넛크래커 신세 등 우리나라 기업이 당면한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영화 '명량'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발휘한 것과 같은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명량'이 개봉 18일만에 역대 흥행순위 1위에 오른 가운데 기업 대표가 나서서 임직원들에게 '명량' 관람을 추천하는 등 이순신 철학 배우기가 업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13일 김창수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영화 '명량'을 관람하는 이벤트를 했다. 사내 게시판에 공지를 띄워 함께 갈 임직원 400여명을 모집했다.

㈜한화의 심경섭 사장과 임직원들은 14일 '명량'을 단체 관람했다.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배우고 무더위에 지친 임직원들을 격려하려는 취지다.

서준희 BC카드 사장은 12일 회사 임원, 실장, 여성 팀장 등 31명과 함께 단체 관람했다. 김덕수 KB국민카드 사장도 8일 '최고경영자와 함께하는 시네마 데이' 행사에서 임원과 부점장 등 총 49명과 함께 영화를 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30일 '문화의 날' 행사로 사무국 전직원 100여명이 여의도 인근 극장에서 '명량'을 단체 관람했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충은 백성을 향한다'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한 뒤 "임금만을 위하던 당시 사상과 달리 백성을 향한 마음이었기에 많은 백성과 장수들이 자기 일처럼 따르는 리더십이 생겼다"고 평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어느 조직, 어느 기업도 국민을 위하지 않고는 지속하기 어렵다"며 "21세기를 사는 오늘의 최고경영자(CEO)가 가져야 할 덕목을 충무공은 417년 전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평소 이순신의 팬으로 알려진 조현준 효성 전략본부장(사장)은 영화 입장권과 함께 '흔들리는 마흔, 이순신을 만나다'라는 책을 사서 임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이와 별도로 직원들에게 이달에 읽을 만한 효성인의 도서로 '전쟁의 신 이순신'을 추천했다.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리더십과 강한 의지, 투철한 실행력을 회사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발판으로 삼자는 이유에서다.

SK텔레콤은 윤원형 마케팅부문장이 팀장들과 함께 영화를 단체관람하며 이순신 리더십 배우기에 나섰다.

삼성엔지니어링 한국 본사에서 근무 중인 외국인 임원 10여명은 영어 자막이 제공되는 서울의 한 극장에서 가족 동반으로 '명량'을 본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스크린에서 그려지는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보고 한국적인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 한국인의 깊은 정서가 어떤지를 배우고 공감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각 기업이 운영하는 사내미디어도 이순신 장군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넘쳐났다.

삼성그룹 사내매체인 '미디어삼성'은 8일 매주 금요일마다 고전을 소개하는 섹션에서 이순신 장군의 일화를 소개했다.

미디어삼성은 중국이 저가와 대량으로 물밀듯이 시장을 잠식하고, 일본은 군국주의로 회복하며,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필두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세상을 장악하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우리나라 경제를 위협하는 외부의 위험 요소들이 많은 시기"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09년 골드만삭스는 2050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세계 2위의 나라를 대한민국으로 내다보았다"며 "이를 실현 가능케 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2m의 긴 칼에 담긴 이순신 장군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SK도 인트라넷인 '홀딩스토리'에서 격주 진행하는 '책읽는 수요일' 코너에 '명량대첩', '칼의노래', '흔들리는 마흔 이순신을 만나다' 등 이순신 리더십과 관련된 책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사내방송 코너로 '명량'을 통해 본 이순신의 위기극복 리더십을 방영했다.

효성은 오는 21일 사내방송에서 '이순신에게 배우는 리더십'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방영할 예정이다.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명량' 개봉 전부터 이순신 장군의 '선승구전(先勝求戰·이기는 군대는 미리 이겨놓고 싸운다)' 정신을 본받자고 거듭 강조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CEO 레터에서 "이순신 장군의 철저한 준비 정신을 본받아 세계와의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순신 장군의 어록을 모토로 삼는 기업도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던 한화그룹은 이듬해 초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에 남긴 '必死則生 必生則死'(필사즉생 필생즉사)라는 글귀를 액자에 넣어 그룹내 전 계열사 사무실에 게시했다.

그 아래에는 'IMF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각오'라는 문구를 넣어 주력 사업 매각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 작업을 하고 있는 한화의 정상화 의지를 반영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도 1998년 4월호 그룹 사보에 대담 형식을 빌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다 해보자고 호소합니다.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라도 하면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갑시다. 죽을 각오를 하면 살아남고 어설프게 살려고 하면 죽는다는 점을 진리로 받아들여 가슴에 새겨 나갑시다"라고 '필사즉생 필생즉사'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순신 장군의 각오를 되새기며 뛴 덕분에 한화는 당시 금융위기를 누구보다 잘 극복한 기업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본 현대중공업은 '명량'과 관련한 특별한 행사를 벌일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처한 처지가 '명량'과 별반 다름이 없는데 무슨 이벤트냐고 반문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현대중공업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의 총괄 회장으로 선임된 최길선 전 대표이사 사장과 이순신 장군을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풍부한 현장 경험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비상경영 상황에서 구원투수를 맡은 최 전 사장이 백의종군 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부임해 배 12척으로 왜적과 맞선 충무공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명량' 열풍과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별도의 행사는 없으나 앞서 지난 4월 대졸 인적성검사 시험문제로 이순신과 관련된 문제를 제출, 응시자들의 역사관과 통찰력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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