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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부지 시가보다 3배 높은 베팅은 과욕?
한전부지 시가보다 3배 높은 베팅은 과욕?
  • 정영철 기자
  • 승인 2014.09.1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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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낙찰가 10조원에 국민들 어리둥절
전국 1위땅값 명동보다 80%높아 ‘신기록’

 “컨소시엄3사 30조원 유보액은 투자자 공동지분

100년 대계 좋지만 돈의 위력 지나친 과시 아닌가“

 현대차그룹이 100년을 내다보고 통 큰 베팅을 한 일에 대해 투자자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 기아차를 애용하고 현대차그룹을 사랑하는 국민들까지도 감정가(3조3346억원)보다 3배(10조5500억원)가 높은 가격에 한국전력 본사부지를 매입한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18일 주식시장에서 나타난 반응에서 읽을 수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낙찰가격에 충격을 받은 사외 일반주주 및 외국인 투자자들은 무차별 투매로 돌아서 현대차그룹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이 통에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9.17%, 기아차는 7.8%, 현대모비스는 7.89%가 떨어 졌다. 무리한 투자를 우려한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을 사랑하는 국민들의 사고는 “잘했다”와 “돈의 위력을 지나치게 과시했다”로 엇갈렸다. 잘했다는 반응은 “향후 100년 대계를 내다보고 이곳에 ‘글로벌비즈니스 센터’를 지어 독일의 폴크스바겐의 본사처럼 ‘아우토슈타트’나 BMW가 뮌헨에 만든 ‘BMW벨트’를 본뜬 자동차 메카를 건설한다는 구상은 미래를 내다보는 전향적인 가치창출로 평가한다”는 분위기다.

 ‘돈의 위력 지나친 과시’로 보는 시각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강남대학의 모 교수는 “현대자동차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의 유보액이 30조원을 상회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유보액을 회사가 마음대로 전용할 수 있느냐”며 “ 그 유보액은 투자자들을 위한 재투자,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비, 고객의 아프트서비스 개선, 위기관리를 위한 비상자금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시세보다 3배나 높은 가격에 낙찰 받은 처사는 제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뱅크 관계자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땅은 명동8길52(충무로 1가24-2) 명동 네이처리퍼블릭으로 11년째 연속으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한전부지 낙찰가가 이를 깨고 신기록을 세웠다”며 “이곳의 땅값이 평당 2억5410만원(국토부 공시지가)인데 비해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낙찰가는 평당 4억867만원으로 무려 최고가 경신을 1억5454만원이나 높였다. 이는 땅값 신기록 경신에서 8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땅값의 지각변동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증권사들 역시 현대차그룹의 한국전력 부지 매입에 대해 10조5500억원의 매입가격은 과도하다며 주주 가치 훼손과 배당 기대감 축소 등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혹평했다.

일부 증권사는 투자심리 악화를 고려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반면 한전은 막대한 매각차익으로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배당 기대감이 커진 것을 고려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상당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올렸다.

김형민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한 것은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현대차 목표주가를 29만원에서 25만원으로, 현대모비스 목표주가를 35만원에서 31만원으로 각각 낮췄다.

김 연구원은 "감정가 대비 3배 이상의 입찰가를 제시한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한전이 부지매각 금액의 상당 부분을 특별배당으로 지급하면 현대차그룹 순현금이 한전 주주인 정부(51.1%)와 한전 기타주주(48.9%)에 흘러가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도 "인수금액 산정에 대한 설명 부족, 향후 개발비용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주가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며 "현금 흐름이 부족한 기아차, 배당 기대감이 낮아진 현대차 2우B가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신규 사옥에 입주할 현대차 그룹사들이 연간 부담하는 임대료가 약 2400억원으로 연이율 3%를 고려해도 자산가치는 8조원에 그친다"며 "부지 매입대금 외에도 수조원의 사옥건립 비용이 추가될 것을 고려하면 입찰가는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최 연구원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고가의 부지 매입이 주주가치 제고에 비효율적이고 배당이 기존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줄었으며 유보현금 활용에 대한 효율도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가적인 주가 하락은 제한적이겠지만 배당확대, 설비투자 기대 등이 부족해 문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지 매입에 따른 재무적 부담은 제한적이나 배당확대, 설비투자 기대감이 희석됐다"며 "추가적인 주가 하락은 제한적이겠지만 명확한 주주 환원정책이 없으면 상승 탄력은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연화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차가 신차 상품성 개선, 환율 문제, 중국 신공장 추진 등 현안이 산적한데 통합 비즈니스센터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물적, 인적 역량이 분산돼 펀더멘털(기초여건) 훼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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