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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 폭탄 피할 수 있는 ‘자식연금’ 첫 인정
증여세 폭탄 피할 수 있는 ‘자식연금’ 첫 인정
  • 정영철 기자
  • 승인 2014.11.0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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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부모가 생활비 받는 대가로 집 물려주면 과세면제”

주택연금과 같은 개념 …“부모봉양 좋은 선례로 평가”

 대법원이 “자식이 부모를 봉양한 대가로 집을 물려받았다면 증여로 볼수 없다”는 새로운 판결을 내놓아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자식연금’을 인정한 첫 판례다.

 정부가 ‘자식연금 제도’를 새로 도입 해야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주택연금제도는 있으나, 자식연금 제도는 아직 없다. 주택연금은 2007년 도입되어 60세 이상 고령자가 소유 주택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지급받는 금융상품으로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보험설계사로 10년 넘게 일했던 허모(49·여)씨는 2012년 세무서에서 증여세 2166만여원을 부과 받았다. 부모가 살고 있는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 소유권을 2010년에 넘겨받았는데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허씨는 “어머니에게 2002년부터 10년여간 매달 120만원씩 생활비를 보내고 있고 아파트 담보 빚 6200만원도 대신 갚는 등 대가를 지급한 ‘매매’ 계약”이라며 조세심판원을 노크했다. 조세심판원은 “일상적 부양을 한 것”이라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담보 빚을 갚아준 점은 인정해 이를 제외하고 증여세를 다시 계산하도록 했다. 세무서가 증여세를 922만여원으로 줄여 다시 부과하자 법원에 행정 소송을 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허씨가 성동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과 상고 이유를 모두 살펴봤으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증여세 전부를 취소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부모가 자식에게 집을 물려주는 대가로 생활비를 받는 ‘자식연금’을 인정한 대법원의 첫 확정판결이다.

 법원은 주요 판단 근거로 실제 대가가 지급됐는지 여부를 들었다. 허씨의 경우 월 120만원씩을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받기 훨씬 전부터 매달 정해진 날짜에 어머니에게 꼬박꼬박 보냈다. 못 보냈을 때는 바로 다음달에 모아서 보낼 정도로 철저하게 지켰다.

 이 같은 송금 내역은 은행거래 등 객관적 자료로 입증됐다. 또 허씨가 아파트에 걸려 있던 담보 빚을 대신 갚아줘야 할 정도로 부모의 사정이 어려웠던 정황, 이미 부모에게 준 돈의 총액(1억3110만원)이 해당 아파트 가격(1억6100만원)에 상당한 정도인 점 등도 감안했다. 김선일 대법원 공보관은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주택연금과 비슷한 거래 형태인 만큼 증여가 아닌 매매로 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자녀에게 부양받으면서 유일한 재산인 집을 물려주는 방식의 거래에 대해선 증여세를 물지 않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주택연금 등 별도 비용을 치러야 하는 금융상품을 이용하지 않고도 자신의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노후도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주택연금 누적가입자가 올 상반기 2만 명을 돌파하는 등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노후대책에 숨통을 틔워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선희 변호사(소송대리)는 “과도한 증여세 부담과 증여 후 자식들에게 버림받을 우려 등으로 집을 물려주기를 꺼리는 요즘 부모들의 고민을 해결해 준 판결”이라며 “부모들의 노후대책을 넘어 ‘렌트 푸어(Rent poor·전세 빈곤)’ 자녀들이 겪는 주택난 해결에도 도움이 되는 선례 판결이 됐다”고 말했다.

 증여세 분야 전문 김성호 세무사(세무법인 예람대표)는 “집 뿐 만 아니라 부모로부터 물려 받는 모든 재산의 경우 증여세를 감면 받으려면 생활비 보조 등 평소 부모를 보살펴온 금전문제의  입증자료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번 사건에서 허씨가 승소한 이유는 입증자료의 힘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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