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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세심판원의 한계, 넘어야 한다
[칼럼] 조세심판원의 한계, 넘어야 한다
  • 日刊 NTN
  • 승인 2014.11.2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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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본지 주필

세금 걷히는 속도는 더디기만 한데 정작 세금을 두고 다투는 조세심판원은 ‘불난 집’이다. 밀려드는 세금 불복청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청구인인 납세자들의 아우성이 높다.

현실적으로 심판종사 직원을 크게 늘이기가 어려운 조세심판원이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급기야 ‘민간 조사관’을 공모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국가가 부과한 세금의 적법 여부를 다루는 중요한 업무에 ‘알바’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이번에 공모하는 민간조사관의 신분이 비록 채용기간 2년 계약직(5년까지 연장 가능)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국가공무원법상 ‘국무조정실 전문임기제공무원(나급)’에 속한다.

또 채용조건에 조세와 관련된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고, 각종 경력과 자격을 검증하는 한편 전형과정에서도 심판사건 조사와 관련된 능력을 꼼꼼히 살펴본다는 조건도 달고 있어 결과를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을 둘러싼 문제는 단지 계약직 심판조사관 채용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조세심판 업무가 납세자와 대리인의 이해와 직결되는 특성이 있어 언제나 ‘말’이 많은 특성은 있지만 조세불복 절차의 핵심적 단계를 전담하는 조세심판원은 최근 몇 년 사이 정말 많은 ‘말’을 들었다.

심판결정의 신중함은 이해를 하지만 조세심판의 눈동자가 정면을 주시하지 않고 불안하게 측면을 자주 살피는 이른바 ‘눈치’를 너무 본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끝난 사건’을 다시 올려 조사하고 심의하는 현상에 이르러서는 “도대체 조세심판원이 왜 있는 것이냐”며 핏대를 세우는 세무사가 많았다.
 

실제로 조세심판원에 제기되는 심판청구건수는 매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접수된 청구 건수만 봐도 지난 2011년 8150건에서 2012년 8278건으로 매년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9717건을 기록했다. 올해도 10월 말 기준으로 이미 9730건을 기록했다.

이에 대응하는 심판원의 연간 처리 건수도 매년 급증세다. 2010년 5373건을 처리했고, 지난해는 7314건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만 3658건을 처리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약 8200 여건에 처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청구건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인력충원은 따르지 못해 2012년 기준으로 상임심판관 한 사람이 연간 처리한 조세심판 사건 수가 1074건에 달했다. 서울행정법원 판사가 평균 175.3건을 처리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실무를 담당하는 조세심판원 조사담당자의 연간 처리 건수도 122건으로 감사원 22.3건, 국세청심사 52.6건에 비해 월등하게 많았다. 

이처럼 조세불복 청구가 급증하는 것을 두고 심판원 내부에서조차 ‘국세청의 부실과세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국세청이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지하경제 양성화를 적극 밀고 나가면서 특정분야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했고, 그 여파로 조세불복이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무조사를 세게 밀고 나간 만큼 조세불복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본다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강화해 조세불복이 늘어나는 것과 청구인들이 심판원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것과는 원천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불복 건수가 늘어나 사건처리가 지연되는 등 불편의 소지는 있겠지만 청구인들의 진정한 불만은 사건을 접하는 심판원의 ‘공정한 잣대’에 있다.

또 국무총리실 소속 조세심판원이 부과 받은 세금이 억울하다며 ‘신문고’를 울린 납세자의 ‘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는지에 더 예민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국세청이 무리한 과세를 많이 해서 조세불복이 늘어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설명이다. 이 때문에 심판원은 한정된 인력으로 늘어난 사건처리를 하느라 ‘등’이 터진다는 것 역시 일반적인 설명이다. 이 같은 사이클이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는 않다.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인 국세청의 무리한 과세를 막을 방법에 당연히 초점이 모아진다.

국세청도 자체적으로 부실과세 방지를 위해 대내외적으로 공표까지 하며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임무 속성상 ‘무리한 과세’의 해석을 좁게 할 수 밖에 없다. 국세청에 대해 ‘웬만하면 과세하지 마세요’라고 재량권을 줄 수 없는 이치와 같다.

따라서 무리한 과세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최상의 방법으로 조세심판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세금 거두는 국세청 입장에서는 가급적 과세를 하려고 유리하게 세법을 해석하지만 조세심판원이 정확한 위치에서 소신 있게 올바른 ‘결정’을 내려준다면 국세청의 ‘무리한 과세’는 설 곳이 없어지게 된다.

의욕만 앞세워 과세해 봤자 심판원에서 다 떨어질 텐데 어느 미련한 조사공무원이 ‘해놓고 보자 식 과세’를 하겠는가? 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르는 체제가 제대로 구축된다면 문제는 훨씬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조세심판원은 이런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인력 모자란다며 집안소란만 떨 그런 위치가 아니다.


반칙 많이 하는 파이터 복서가 있다면 심판이 눈을 부릅뜨고 구석구석 집어내 공정한 판정을 내리면 일이 해결된다. 심판이 “저 선수는 왜 저리 더티한 줄 모르겠어!”라고 선수 탓만하고 우물거리면 링은 볼 것도 없이 ‘반칙의 천국’이 된다. 조세심판이야말로 ‘세금 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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