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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인과 땅
[칼럼] 한국인과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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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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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 김진웅(NTN 논설위원)
   
 
 
양도소득 경과세 논쟁

얼마 전에 국내 일간지에서 미국 수도 워싱턴에 파견된 한국의 중견 공무원(그 후 곧 퇴직)이 세금에 관하여 기고한 글을 보았다. 미국은 부동산 거래에 대하여 경과세를 하여 납세자에게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터에, 한국은 미국과 반대로 중과세를 하고 있어 이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요지의 글이었다. 이는 정부가 열심히 불을 끄려고 노력하는 부동산 과열에 대하여 현직 공무원이 일간지에다가 부동산을 중과세하지 말라고 반론을 제기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이채로운 주장이었다.

땅에 대한 집착

한국인은 원래 농경민족이었다. 농경민족에게 있어 땅은 곧 생명이요 생존의 터전이었다. 농경사회에서 땅이 없이는 먹고 살 도리가 없으니 땅에 대한 욕구는 필사적인 것이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어린 아이들조차 보다 넓은 땅을 확보하려는 땅 따먹기 놀이를 하며 자랐다. 수 천 년을 농경 사회에서 살아 온 한국인의 핏속에는 생명 같은 땅을 보다 더 원하는 유전자가 용해되어 있을 법도 하다. 그래서인지 유독 한국인은 집도 내 집이어야 하고, 여유 자금이 있으면 부지런히 부동산에 투자한다. 집은 거주 개념이 아니라 소유개념으로 인식되고, 땅은 투자자를 배반하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의 신념과 집착이 이 땅에 견고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

언제 서울을 벗어났나?

땅 이야기를 하자면 미국은 정말 광활한 땅의 나라이다. 아마도 자동차로 여행을 해 본 이는 모두 동감할 것이다. 동부에서 서부로 횡단하는데 날만 새면 일삼아 차를 종일 달리건만 무려 1주일이나 걸린다. 가도 가도 인적이 없는 광활한 들과 산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직선 도로 운전이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 없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기업인이 한국에 온 바이어를 대동하여 수원을 갔다고 한다. 수원 공장에 다 왔다고 하니 언제 서울을 벗어났느냐고 되묻더란다. 다른 도시를 가려면 인적 없는 들과 산을 정처 없이 지나는 것에 익숙한 외국인은 서울에서 수원까지 그런 들과 산은커녕 집과 공장, 회사들이 계속 이어지는 것만 보았기 때문이었다. 도시들이 서로 계속 자라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동산 세제

미국의 경우 개인이 부동산을 사고 팔아 얻는 양도소득은 일반 소득보다 경과세하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법인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그 배경에는 미국의 특수성이 반영되어 있다. 미국은 땅이 충분히 있고 미개발지가 많아 개인들이 부동산을 개발하거나 사고 파는 것을 환영한다는 사회적 함의가 세제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법인의 경우에는 영리기업에게까지 사업소득을 구성하는 부동산 양도차익을 경과세할 이유는 없다고 본 것이다.

부동산의 한류

그렇다고 한국 사람이 양도소득에 어찌하여 경과세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한다면 이는 정말 생뚱맞은 이야기이다. 늘 사람은 자기 기준으로 이야기하게 마련이므로 미국이 경과세하는 부동산을 한국은 왜 반대로 중과세하느냐고 묻는 질문은 외국인이나 할 질문이다. 기본적으로 땅도 작고, 도시와 도시간에 경계가 없어질 만큼 부동산 개발이 한계에 달한 한국 상황에서 부동산 개발에 경과세의 영양주사까지 놓아 준다면 그 날로 주식시장은 풍지박산나고 부동산의 일진광풍이 반도를 휘감을 것이 눈에 보는 듯하다.

한국의 경우 점증적인 외환 자유화로 외국의 알만한 곳들은 Lee, Kim, Park 들의 왕성한 매수세로 부동산 활황에 톡톡히 일조를 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의 한류가 시작된 것이다. 중국 대도시의 아파트, 미국의 주유소, 모텔들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도 한류 자금의 기여가 지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땅덩어리 작은 한국에서 복닥거리면서 서로 부동산에 돈을 쏟아 붇느니 외국에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정책이다.

해외투자의 활성화

투자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 주식시장은 투자자들끼리의 제로섬 게임이 된다. 서민들이 손해 볼 일이 상대적으로 적다. 게다가 기업의 자본조달이 활성화되어 기업활동이 원활하여진다. 반대로 투자자들이 땅에 투자하면 이는 더 이상 부자들끼리 벌이는 게임이 아니라 비투자자 전체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공해성 투자가 된다. 부동산이 뛰면 우리의 자녀들인 젊은이들이 결혼하여도 집 장만하기가 어려워진다.

부동산 가격이 앙등하면 생산의 3요소 중에 지대가 오르는 것이므로 제품 가격과 물가를 직접적으로 앙등시킨다. 물가 상승은 바로 소비주체인 대중의 지갑을 털게 된다. 부동산 과열의 폐해는 막대하다. 그러나 거대한 부동자금은 지각 아래에서 뜨거운 용암처럼 꿈틀대고 있다.

돌파구를 찾아 주지 않으면 언제가 분화구는 터진다. 국내 부동산 투자를 억제하고 외환 자유화와 해외 투자를 적극 장려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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