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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금 거두기 참 어렵게 됐다
[칼럼] 세금 거두기 참 어렵게 됐다
  • 日刊 NTN
  • 승인 2014.12.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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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본지 주필

  Ⅰ

“참 한심하지도 않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그러게, 난 아예 기대도 안했다” “살다 살다 이제 이런 싸움까지 국민이 심판해야 하나?” “에이 정말, 이런 정부에 세금 내야하나?”

박근혜 정부 ‘실세들의 전횡’이 회자된 지난 주말 이른 송년 모임에 참석한 중소 기업인들의 대화 중 한 대목이다.

지금 이들이 느끼는 우리경제는 말 그대로 풍전등화다. 이 경기에 하루하루를 견디는 중소기업 사장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데, 세월 좋게 대통령 주변의 권력다툼이 뜬금없이 이슈로 부각하자 이들은 결국 ‘세금 내야 하나?’로 결론을 맺었다. 이도 저도 싫다는 뜻이다.

실제로 연말 경기는 소비 자체가 아예 자취를 감췄다. 길거리 현수막에도, 신문광고에도 ‘70% 세일’이 기본으로 등장하는 상황이다. 남기자고 하는 장사는 아예 엄두도 못 내고 ‘혹시 살 수 있을까’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오늘 대한민국 경제의 현실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도 간단치가 않다. 정부가 매사 초보적인 명분에 매달리며 ‘멍 때리기’를 하는 사이에 우리경제는 골든타임을 지나 사단으로 가고 있고, 국민들이 눈뜨고 이 참혹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이 정부가 세월호’라는 말에도 크게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다.

가라앉는 배를 보고 허둥대는 선장이나, 나라 경제가 추락하는 것을 ‘방관’하며 엉뚱한 곳에 헛심 쓰는 정부나 뭐가 다르냐는 것이 국민들의 심정이다. 국민들은 지금 실종된 경기와 실망한 정부를 모시고 있다. 과연 세금 내고 싶을까?

더 이상 어수선할 수가 없다. 연말 차분한 마무리는 물 건너갔고, 혼란 속에서 ‘고집싸움’에 ‘설(說)’만 나라를 흔들고 있다.

국민은 먹고 살기가 힘에 부치는데 이제 불안하기까지 하다. 도대체 뭐 하는 나라인지, 이 꼴 보자고 세금 내는 것인지 한심하기만 하다. ‘콩가루 정부’라는 신문제목에도 눈살 찌푸리는 국민이 드물다.

입에서 나오면 불만이고,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고개를 돌리는 지경으로 민심은 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나 정치권은 위기감은 고사하고 너무할 정도로 태연하다. 오직 ‘내가 맞다’식 정쟁에만 몰입해 주변이 보이지 않는 풍경이다.

이유를 떠나 원인은 정부가 제공했고, 일은 정치권이 확대해 만들고 있다. 문제는 국민이 식상할 정도를 넘어 이제 토할 지경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또 민심이 들끓어도 제대로 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다 일은 점점 더 꼬여가고 있다.

급기야 국민들이 정부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

최근 연세대 중앙도서관과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등장해 관심을 끌었던 한 대자보는 내용을 떠나 국민들이 정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대변해 주고 있다.

“최경환 아저씨, 저는 좀 화가 나있습니다”로 시작한 이 대자보는 최 경제부총리에게 계급장 떼고 포장마차에서 만났다고 상상하자며 작성된 것으로 지난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연상케 했다.

40대 이상 장년층은 속이 곯아 암으로 죽고, 20대는 애쓰다가 자살로 죽는다는 처절함을 호소하면서 이 땅의 젊은이들이 오늘을 살면서 겪는 좌절을 젊은이 특유의 저항으로 표출했다.

비록 단적인 사례로 볼 수 있지만 이 대자보에 대한 대학생들의 반응은 뜨겁게 나타났다. 그만큼 절실하고, ‘먹고 사는 탈출구’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나 정치가 딛고 서 있는 기반의 생생한 현실은 더도 덜도 아니고 이런데 아무도 제대로 된 답을 해주지 않고 있다.

정부가 신의 경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세계적으로 어려운 경제를 어쩌란 말이냐고 되물을 수도 있지만 문제는 국민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배고픈 것과 배 아픈 것은 분명 다르지만 국민은 참을 수도 있고, 분노할 수도 있다. 지금은 그 차이에 대한 절실한 인식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세금 거두기가 정말 어렵게 됐다.

세금의 원천인 경제가 마르고, 경기가 실종된 데다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정말로 소중한 ‘믿음’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가 떠난 정부에 누가 곱게 세금을 내겠는가?

국민을 화나고 짜증나게 하는 이번 ‘박근혜 정부 실세’ 파동의 경우도 내용의 진위를 떠나 ‘왜 생겼나’에 대해 생각한다면 자유롭지 못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하는 곳이 어디일까? 국민들은 벌써 그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불을 끄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정말 믿을 만한 소방관인지, 국민 가슴에 더 불을 지르는 것은 아닌지 담담한 모습으로.

세금은 국가가 반대급부 없이 강제적으로 징수할 수 있다는 ‘조세의 사전적 개념’을 순진하게 그대로 믿고 있는 정부가 아직도 있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이다. 적어도 세금은 강제징수에 앞서 국민적 합의가 우선이고, 그 합의에는 국민의 신뢰가 전제돼 있다. 결국 세금은 국민과의 믿음에 의한 약속이 실천되는 결과인 셈이다.

경제가 어려워 국민들의 삶이 팍팍하고 모두가 예민해져 있다. 국세청도 가로 뛰고 세로 뛰며 세수를 챙기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은 정도라 아니라 아주 냉랭하다.

경제를 살리고 민심을 꽃 피우려면, 국민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일을 풀어갈 주변 여건부터 조성해야 한다. 작은 원칙에 매여 불통을 이어가고, 피곤한 명분을 내세워 대결하려는 자세로는 민심도 잃고, 경제도 놓치고, 세금도 날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상황을 안일하게 보는 측에서 만약 ‘세금은 시스템으로 징수한다’는 소위 과학적 논리를 내세운다면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착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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