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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진단] 2011년 세법개정안
[심층 진단] 2011년 세법개정안
  • jcy
  • 승인 2011.09.0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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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大 교수(세무학과)
   
 
 
1. 우리나라 헌법은 예산과 관련하여 행정부는 예산안 편성권을 가지고(제54조 제2항) 국회는 이에 대해 심의ㆍ확정권(제54조 제1항)을 가지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영ㆍ미법 계통의 국가는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예산과 재정에 관한 일체의 권한이 입법부에 귀속된다. 어느 방법이 좋은 지는 명확하지 않다. 규정상, 행정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편성한 예산안이 국회에서 삭감되어 통과되어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반면 예산법률주의 제도라면, 위의 경우,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여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당이 국회를 지배할 경우에는 선거를 의식하여 행정부 편성안보다 국회에서 증액이 되기도 하며, 여소야대의 경우나 야당이 극렬 반대를 하는 경우,󰡐날치기󰡑통과를 하였던 사례가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2. 정부는 2011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였다. 이는 MB정부의 마지막 세입예산편성(안)이다. 종전에는 이를 세제개편안이라고 하였는데, 보다 구체화하여 세법개정(안)이라고 명칭을 바꾸었다. 어찌되었든 구체적인 세법개정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정부의 세입예산이 확정된다고 본다면, 이번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이 지니고 있는 의미는 중요하다.

MB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남은 임기동안 그 정책의 방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MB 정부의 첫 번째 세제 개편안은 감세로 출발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재도약 세제」라는 제목을 붙인 1998년 MB 정부의 제1차 세제개편은 누가 뭐래도 감세정책의 시작이었다. 당시 세제개편안을 보면 5년간 21조 3천억 원을 감세하나 38만 명을 위한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었다.

감세정책 vs 증세정책

3.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에 돌이켜 보면 감세액은 21조 원을 훨씬 뛰어넘었고 청년층의 일자리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또한 국가 재정건정성은 이전의 정부보다 훨씬 악화되었다. 무엇이 잘못되어서일까? 정책의 부재인가 아니면 국가재정에 대한 비전과 인식의 결여인가?

그동안 감세정책의 부작용에 학계 등에서 간단없이 지적을 했지만 꿈적도 하지 않던 MB 정부가 드디어 추가감세를 철회하기로 집권당과 합의가 된 모양이다. 국가 재정건정성 악화와 복지재원의 마련을 위해서는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러운 결정이라고 본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다. 바로 엊그제까지도 감세정책이야말로 국가를 살릴 길이라고 주장했던 정책당국과 이를 뒷받침한 관변 연구단체는 이와 같은 정책변경에 대해 무슨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자기들 주장이 타당했음을 입증하려고 할까 하는 점이다.

백번 양보해서 관변연구단체야 뭐 그렇다 치자. 정치와 상관이 없을 것처럼 보이던 학자들 중 감세정책을 지지했던 교수들은 MB 정부의 정책 전환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다. 차기 정부가 복지사회를 꿈꾸고 있다면, 소득세 중 일정 금액 이상은 오히려 기존 세율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여 증세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소득세 존재이유 중 가장 큰 점이 소득재분배이기 때문이다.

본질적 목적 vs 정책적 목적

4. 이번 개정안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몇 가지 개정안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고교졸업생을 위한󰡐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이다. 1인 고용 시 2천만 원 까지 세액에서 공제해주는 제도이다. 이른바 반값 등록금 등의 해결방안으로 대학진학보다는 그 인력을 산업체에서 흡수하도록 유인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보인다.

기업체에서는 급여를 지급하고 그 금액을 세금으로 공제받으니 밑질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제도만으로 대학 진학률이 낮추어질까? 해방이후 세제가 재정 목적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어 성공한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는 사실은 이 제도가 고용창출에 그쳐야 됨을 말해주고 있다고 본다.

또한 이와 유사한 임시투자세액공제 및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가 이미 MB 정부출범이후 세법체계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자 및 고용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살펴보면 세제가 실물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한정적임을 알 수 있다. 만일 MB 정부의 감세정책의 출발이 고용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현재 어려움은 역설적으로 감세정책을 실시한 이유가 적절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공정사회 구현 vs 기업친화정책

5. 이번에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 중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이익의 증여세 과세제도」의 도입이다. 이는 재벌의 변칙적인 상속 및 증여세 회피 방지를 위해 특수관계 법인간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이익을 증여로 의제하여 수혜 법인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이 골자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MB 정부의 기업친화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이 제도는 현 정부에서 새롭게 거론된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 정권에서도 이를 검토하였으나 과세체계와 논리상 󰡐어렵고󰡑자칫 위헌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행이 유보되었는데, 정작 기업에 잘 하겠다고 하여 집권한 정부가 이를 시행하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러나 공정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뭔가를 하겠다는데 토를 달거나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사족이지만 공정사회를 하겠다는 항목에 있는 다른 항목들은 그저 매년 반복되어 나타나는 일상적인 것을 시정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성실납세자 vs 불성실 납세자

6. 해방이후 어느 정부이든 성실한 납세자에 대한 우대조치 보다는 불성실한 납세자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했던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성실한 납세자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껴왔다. 대표적인 것이 자영사업자와 근로소득자 사이의 상대적인 세부담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근로소득자와 자영사업자를 합치면 납세자가 2천 만 명이 넘어선다.

그런데도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는 이를 시정하는 조치를 담은 내용이 빈약하다. 오히려 불성실 납세자에 대한 가산세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산세 부담은 미국 등에 비해서 높은 편이 아니고 오히려 50~60%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우리나라 납세의식으로 보아서 현행 가산세부담이 높다는 지적은 수긍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산세 부담을 낮추는 것은 2011 세제 개편안의 제목인 󰡐공생발전󰡑과 궤를 같이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차라리 가산세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성실한 납세자에 대해서는 1~2회 󰡐실수󰡑에 대해 과감히 면제를 하되, 악의의 불성실한 납세자에 대해서는 현행보다 가산세를 엄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좋은 나무 vs 좋은 열매

7. 시쳇말로, 골프경기에서 드라이버를 잘 치는 것을󰡐쇼󰡑한다고 하고 어프로치를 잘하는 것을󰡐설거지󰡑한다고 한다. 누구든지 멀리 호쾌하게 골프공을 보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결론은 규정된 타수 안에 골프공을 홀컵에 집어넣어야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수한 골프선수는󰡐쇼󰡑보다 󰡐설거지󰡑를 더 열심히 연습한다. MB 정부의 마지막 세법개정(안)도 일을 벌이기보다는 이를 수습하고 마무리하는 정책이 담겨있어야 한다. 현행 세법 개정안에는 그와 같은 내용이 너무 적다. 국회통과 과정에서 보완되었으면 한다.

사람은 누구나󰡐좋은 열매󰡑를 원한다. 그러나 좋은 열매는 󰡐좋은 나무󰡑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MB 정부의 마지막 세법개정(안)에는 좋은 나무가 되기 위한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정책 보다는 좋은 열매만 수확하려는 내용 더 많이 담겨있어서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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