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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우리 사회에 관용정신이 필요하다
[특별기고]우리 사회에 관용정신이 필요하다
  • 日刊 NTN
  • 승인 2015.01.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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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전) 한국마사회 회장
(전)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 기획재정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

소위 “땅콩회항 사건”은 “세월호 사건” 못지않게 우리 사회의 수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는 단초가 되었다. 사소한 일로 사무장을 내리라 하여 출발한 비행기를 되돌린 대한항공의 조현아 부사장은 분명 잘못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항공기 항로변경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으로 구속 기소되었다. 사회적으로도 재벌자녀의 대표로 질타를 받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조 부사장은 기내 식음료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책임자이다. 승무원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관련된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더 나아가 총체적인 기내 서비스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전화위복의 좋은 기회를 가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급하게 칼을 뽑아 들고 내가 누군데 나에게 이런 짓을 해? 너희들 혼나봐라 하는 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혔다. 업무상 상급자이지만 자신과 관계된 일로 사적 감정이 앞선 행위를 하였다. 조 부사장은 사무장을 내리라 할 권한도 없었다. 그녀는 자기에게 주어진 권한 밖의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였다. 그러나 내리라고 큰 소리쳤을 때, 즉시 이를 실현하기 위해 비행기는 되돌아갔다. 기장은 자기에게 부여된 권한을 무기력하게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는데 이것이 우리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 운영이 아직도 규율과 원칙에 의해 운영되는 것 보다는 사적 지배에 의해 운영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사구분이 미숙하고, 규율과 원칙도 없는 후진적 시스템운영이라 하겠다. 그 결과 대한항공은 엄청난 이미지 손상과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공무원의 불법행위에 직권남용이라는 것이 있다. 물론 대한항공의 조 부사장은 민간인이므로 이 법의 적용은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핵심은 유사 직권남용 행위이다. 이러한 유사 직권남용이 어디 재벌가족들만의 처사이겠는가.

사실 우리 사회에는 월권행위가 만연하고 있다.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권한남용, 월권, 강요행위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중소기업이라도 그 하청기업에 대해서 마찬가지이다. 중간관리자들이라 하더라도 하급자에 대하여 마찬가지이다. 백화점의 고객이 되면 고운 여성이라도 점원에 대하여 폭력자가 된다.

누구나 자기 권한을 자제하며 80~90%만 쓰면 좋은데, 120% 이상으로 휘두르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힘이 강할수록 남용의 정도도 커진다. 참음과 배려와 양보가 부족하다. 이로 인한 경제적 비효율과 사회적 부조리가 이번 대한항공이 입은 피해처럼 우리의 경쟁력을 갉아 먹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갑의 우월적 전횡을 없애고 법과 원칙의 지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시민교육이 필요하다. 상급자일수록 지도층일수록 자제력과 관용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설사 조 부사장이 그런 부당한 지시를 했더라도 기장이 책임 있게 적절한 중재역할을 했어야 했다.

선진사회가 되려면 누구나 자기 직분에 대한 책임감을 확실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자와 후자 모두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이 필요하고, 사회의 윤리기준과 분위기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

여기 좋은 예가 프랑스 사회에 확립된 똘레랑스라는 말이다. 나와 다른 사상이나 표현과 행동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지만,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자유와 평등이 동시에 확보될 수 있고, 그것이 프랑스 국민성의 근본을 이루고 있다.

그들은 지위나 신분이 다르더라도 의견을 경청한다. 똘레랑스는 관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상대방에 대한 관용이 전제되어 있다. 상대방이 옳지 않더라도 다른 점을 인정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실수에도 한두 번 눈을 감을 수 있으되 나의 실수에는 늘 부끄러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 경합이 될 때 상대방에게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 조급하고 살벌하기 까지 한 우리 사회에 이런 관용정신이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교육하고 행동에 배이게 하여야 한다. 이것이 길게 보면,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확립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을 다루는 언론과 검찰도 이런 관용의 정신이 적용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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