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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짜이야기] 금년으로 세 번의 을미년(乙未年-1895, 1955, 2015년)
[세짜이야기] 금년으로 세 번의 을미년(乙未年-1895, 1955, 2015년)
  • 日刊 NTN
  • 승인 2015.01.2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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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상세일회계법인 대표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을미년 새해가 밝은지도 한 달이 되어 간다.

간지(干支) 갑 을 병…(甲 乙 丙…) 열 천간과 자 축 인…(子丑寅…) 열두 지지로 이뤄지는 경우(境遇)의 수(數), 즉 수학의 최소공배수(最小公倍數)가 60이어서 60년마다 똑같은 이름의 해(年)가 돌아온다. 개인에게는 12년마다 같은 동물의 해가 되고 특히, 환갑(環甲)이라고 하여 새삼스럽기도 하며, 모두가 그 해 동물(띠)의 특성을 가지고 분석하고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올해는 양의 해로 착하고 온순한 양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좋은 이야기(德談)들을 하면서 새로운 희망과 기대에 젖어본다. 그러나 근세 우리 역사를 생각하면, 을미년에는 큰 전쟁 혹은 격변이 그리도 많았던지 오히려 겁이 나기도 한다.

1895년 을미년은 국모(國母)가 암살되고 외세(外勢)에 시달리던 해
 
120년 전, 1895년 을미년에는 일본 낭인 등이 궁궐을 습격하여, 우리의 국모 명성황후(明成皇后. 1851-1895)를 암살한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틀어 전무후무(前無後無)의 참담한 사건(乙未事變)이 발생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고종(재위 1863-1907)이 즉위한 이래 근대화시기를 놓치고, 대원군과 민비 등의 권력 다툼과 호시탐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일본, 청나라, 러시아 등 외세의 각축장 틈바구니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바로 전 해에 발생한 동학교도들의 봉기 진압을 명분으로 대규모 병력을 투입했던 일본과 이미 상당히 진출해 있던 청나라와의 충돌이 청일전쟁으로 비화하였는데, 의외로 일본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육·해상전투에서 일본이 완벽한 승리를 거두어, 그 대가로 요동, 타이완 등을 획득하였지만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이 반대하여 반환하게 되었다. 이런 국제정세 속에서, 조선 왕실이 러시아 쪽으로 기울자 그 중심인물인 민비를 암살한 것이다.

또 이보다 꼭 300년 전 을미년(1595년)에는 바로 그 3년 전에 임진왜란(1592년)이 발발하여 국토와 백성들이 한참 유린당하는 처참한 전란의 와중이었다.

1895년 을미사변을 계기로 조선은 10년 후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완전히 빼앗기고, 그 5년 후인 1910년에는 일제에 강점당하는 치욕의 역사로 이어졌다.

1955년 을미년은 한국전쟁의 상처 위에서 출발한 쌍팔년도(4288년)

지금부터 60년 전인 1955년 을미년에는 두 해 전(1953년)까지 민족상잔의 한국전쟁으로 몇백 만의 인명피해, 1천만 내외의 이산가족, 황폐된 국토, 경제 또한 초토화된 상황에서 휴전이 성립되어, 이제 무엇을 시작하든지 어려운 시기였다.

수많은 희생을 치른 전쟁이었지만, 분단 상태는 여전했고 평화도 이루지 못했으니, 요즘 유행하는 미생(未生)의 상태에 놓여 진 을미(乙未)년이었다. 또 그해는 극심한 보리흉년으로 무엇 하나 자급자족이 안 되는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현재 인기리에 상영되는 영화 ‘국제시장’에서 힘들었던 당시 상황을 실감나게 그렸다.

이 시기를 4288년, 그러니까 ‘쌍팔년도’라고 부르면서, 여러 가지 체제가 안 잡혀 혼란스럽던 시절을 상징하고 있다. 우리 년도를 단기(檀紀)로 환산하자면, 서기(西紀)년도에 2333년을 더하는데, 다만 우리가 긍지를 가진 고조선 건국년도(BC2333)의 고증문제와 국제화 추세를 고려하여 1962년부터는 서기로만 표기하게 되었다.  

이 을미년(1955년)을 기준으로 돌이켜 보면, 꼭 720년 전 1235년 을미년은 당시 세계 최강의 군대, 몽골제국의 공격을 받아 강화도를 중심으로 30년을 항전하였고, 또 그 중간인 360년 전 1595년은 임진왜란을 치르고 있었다. 이렇게 을미년 12번을 사이에 두고 우리 역사상 가장 큰 전쟁이 세 번이나 벌어졌으니 우리 민족에게는 모진 시련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경우 2차 세계대전(1945년), 한국전쟁(1953년)을 끝내고, 1955년에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대로 본격적인 경제부흥이 시작되었다. 큰 대륙에 거미줄 같은 고속도로 등을 건설하면서, 맥도날드가 창업되고, 디즈니랜드가 개장되는 등 이제 즐기는 행복대국으로 발전해 나가는 시기였다.

360년 간격을 두고 을미년을 전후하여, 우리 민족을 괴롭힌 일본은 오히려 한국전쟁을 계기로 1950년대부터 경제호황이 시작되는 행복한 시기였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올해(2015)는 행복하고 여유 있는 을미년이기를 기원하면서

지난 60년 전 을미년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몇 번의 상전벽해(桑田碧海)를 거처서 국토는 푸르고, 선진국형 산업화, 문화국가로 바뀌었다.

국민소득은 60년 전 통계가 좀 불확실하지만, 50달러 정도에서 이제 3만달러에 이르고 있으니 600배, 수출실적은 5천억달러를 훌쩍 넘어 1만 배가 넘는다.

다만, 아직 남북 간 대치는 꼼짝도 않고 있지만, 지금까지 을미년들의 끔찍한 전쟁 냄새가 완전히 걷혀서 완생(完生)하는 통일 대박으로 나가기를 기대한다.

경제·문화·스포츠 등의 분야까지 전 세계 OECD국가 등과 견주어도 손색없으나, 정치 분야, 그리고 지역·계층·세대 등의 갈등과 대립도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을미년에도 과거 역사적 과오를 하나도 인정하지 않는 아베 수상을 중심으로 한 일본과 대립각이 날카롭다.

한국 전쟁 이후 그 을미년을 지나면서,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가 각 분야에서 어른이 되어 있다. 이들이 중심이 되어 여러 분야에서 대화와 소통으로 선도하여, 이해와 화합의 장이 넓어졌으면 한다.

지난 60년(해방으로부터는 70년) 동안,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은 세계의 유례없는 기적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것이니 이제 후퇴할 수는 없다.

금년, 을미년은 부디 순하고, 착하며, 순조로운 해이기를 우리 모두가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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