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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 침묵은 금이 아니다
[세정칼럼] 침묵은 금이 아니다
  • kukse
  • 승인 2012.04.26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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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鎭雄 본지 논설위원
   
 
 
올 해 칠월부터는 이자나 배당, 그리고 로열티를 해외 송금시 국내기업들은 새로운 원천징수제도에 주의를 기울여야 될 것 같다. 비거주자나 외국법인에 송금시 ‘제한세율 적용 신청서’라는 새로운 서류를 상대방으로부터 받아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로 송금되는 이들 이자, 배당, 로열티의 공통점은 조세협약상 제한세율이라는 낮은 세율로 원천징수될 수 있는 소득이라는 점이다. 세법상 22%(지방세 포함)로 원천징수하여야 하나 협약에서는 그 반절 정도로 세금을 줄여 주도록 되어 있다.

그럼 외국의 소득자가 이 신청서를 국내의 원천징수의무자인 송금자에게 제출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국내세법대로 22%를 원천징수하여야 한다. 이러다 보니 국제거래가 빈번한 우리 기업들은 해외 거래처에 이러한 사정을 미리 알려주어야 하게 되었다.

상반기라야 오월과 유월 두 달뿐이니 지금쯤은 국내 기업들이 이런 내용을 거래처에 안내해 줄 표준적인 영문 안내문과 영문 서식이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발 빠른 로펌이나 대형 회계법인 정도에서나 비공식적인 영문 버전 안내문과 서식들을 준비하여 놓고 있는 정도이고 일반 세무사들로서는 외국어 서비스까지는 쉽지 않은 듯 싶다.

과세당국이 나서지 않고 내버려 두면 아마도 영문 버전이라는 것이 대리인마다 표현이 구구해질 듯싶다. 물론 과세관청은 기업들이 이메일로 해외 거래처에 바로 보낼 수 있을 정도의 표준적인 영문 안내문과 영문 서식을 조만간 신속하게 내놓을 거라고 믿는다.

이런 새로운 절차가 신설된 배경에는 과거 십여 년간 ‘수익적 소유자’ 에 관한 많은 세무조사와 논쟁이 있어 왔던 사연이 있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과세관청은 해외로 송금되는 이자나 배당 그리고 사용료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진정한 소득의 실질귀속자가 누구냐를 밝히고자 애써왔다. 제한세율을 남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이다.

가령 이자소득세가 없는 아일랜드에 지급한 이자에 대하여 아일랜드의 이자 수취자가 세법상 실질귀속자가 아니라는 판정을 조사반이 내리게 되면 국내송금자는 아일랜드 기업에 송금한 이자에 대한 이자소득세와 원천징수 불이행 가산세(10%)를 부과 받게 되는데 이런 경우 국제조세 전문가가 아닌 국내기업들은 아닌 밤 중에 홍두깨가 아닐 수 없다.

조사권도 없는 개별 기업이 해외에 있는 거래 상대방이 세법에서 말하는 실질 소득자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기란 세무적 능력으로나 현실적인 제약상 그야말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추징은 원천징수의무자인 국내기업에 하게 되므로 세금은 국내기업이 일단 내고 나서, 해외 거래처에 구상권을 행사해보지만 해외 기업들은 이에 순순히 응할 리가 없다.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기업들은 해외 거래처와 계약을 체결할 때는 반드시 조세부담 면제조항(Indemnity clause)을 넣어 놓아야 한다. 즉 한국의 제반 원천징수 관련 세액에 대하여 해외의 소득자가 (납세자이므로) 부담하겠다는 보험조항을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런 부분까지 미리 고려할 정도의 기업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그러다 보니 과세관청은 국내기업들의 이런 애로를 고려하여 ‘제한세율 적용 신청서’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세무전문가들은 대환영이다. 기업들의 애로를 덜어 주기 위한 배려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 제도를 통하여 국내기업들은 해외 거래처에 대하여 자세한 정보제공 요청권한이 생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하여야 원천징수의무자들이 본의 아닌 추징을 피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되었다. 따라서 기업들은 새로운 이 제도를 귀찮아 할 이유가 없다.

국제거래에서 이런 일로 추징되는 규모는 생각 외로 크다. 경험상 수십억에서 기 천억에 이르고 있는데, 그런 경우 현금 동원이 되지 않는 원천징수의무자는 본의 아니게 체납자가 되기도 한다.

그리 되면 꽤 엉뚱한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정작 세금의 최종 납세자인 외국 거래처는 한국을 제 집 드나들 듯 하는데 한국의 원천징수의무자는 과세관청의 조력자임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체납자 신세가 되어 임원들이 해외에 사업차 나가려 해도 공항에서 출국이 금지되는 억울한 일도 벌어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차제에 함께 생각해보자면 과세관청의 협력자인 원천징수의무자에게 보다 폭넓은 과세관청의 배려가 필요하다. ‘제한세율 신청서’를 잘 받아 둔 원천징수의무자에게는 적어도 원천징수 불이행 가산세 만이라도 면제해주는 적극적인 세제운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경우 가산세의 면제가 매우 폭넓게 허용되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세법의 ‘무지’로 잘못 이행된 원천징수에는 가산세가 없다. 모른 죄는 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세무대리인이나 과세관청의 안내를 받아서 그에 터잡아 세무처리를 하였는데 오류가 있어 추징을 당하더라도 가산세는 면제 받는다. 고의가 아니기 때문이란다.

미국 과세당국은 납세자가 세법 전문가가 아니므로 ‘보통사람’으로서 상식적으로 신의성실했다는 점이 입증되면 가산세 면제의 정당한 사유로 보아준다. 우리는 어떠한가? 국세청 상담센터에 상의한 내용도 여전히 추징은 된다고 한다.

조세법은 납세자의 권리를 신장하는 방향으로 해석되거나 입법되어야 하는 것이 헌법상 ‘국민주권’의 원리에 부합하는 일이다. 우리 세법은 가산세 면제가 허용되는 ‘정당한 사유’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는데 납세자들에게는 그런 침묵은 금으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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