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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 칼럼] ‘세무사회 50년사’ 재음미
[稅政 칼럼] ‘세무사회 50년사’ 재음미
  • kukse
  • 승인 2012.04.13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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沈 載 亨 顧問
   
 
 
# 요즘도 한국세무사회관 1층 로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보내준 대형 축하화환이 내방객들의 시선을 끈다. 이 화환은 지난 4월 30일 세무사회 창립 50주년 기념식장에 놓여 졌다가 회관으로 옮겨온 것으로 세무사회의 사회적 위상을 말없이 대변해 주고 있다. 세무사회 50년 역사가 이룩한 광영(光榮)의 흔적이기에 두 달여가 지난 오늘까지도 전시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장기 보존을 위해서인지 생화(生花)가 조화(造花)로 ‘속 갈이’된 것 같아 마음 짠한(?) 감이 든다.

# 세무사회의 오늘의 발전상을 보면서, 오래 전 어느 세무사가 그들의 단체장(세무사회장)에게 보냈던 한 통의 서한(書翰)이 생각난다. “…(中略)…1년에 한번 우리의 축제요 잔칫날인 정기총회에 국세청장님이 참석하셔야 합니다. 국사에, 세정에 바쁘심을 잘 압니다만 우리가 얼마나 하찮으면 단 몇 시간의 틈을 낼 수가 없단 말입니까.…(中略)…대부분 우리회원의 친정이고 젊음을 바친 그곳 고향 큰 어른을 그리도 뵐 수가 없는 우리들입니까.…(中略)…그분이 단 30분만 단상에 앉았다 가셨다면 이리 서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 세무사계 내부의 ‘집안편지’라고는 하지만 이 글에는 가슴 찡한 세무사들의 한(恨)이 담겨있다. 해마다 총회장에는 수많은 회원들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꼭 오셔야 될 분이 안 오심으로 해서 허전해 하는 세무사들의 상심(傷心)이 묻어있다. 진정한 세정파트너들을 끌어안지는 못할망정 하대(下待)를 하는듯한 당국의 무관심을 원망하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사실 국세청은 세무대리인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 오면서도 그들이 마치 자신들의 보조자인양 취급해온 감이 없지 않았다.

겉으로는 세무대리인들의 역할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감사한다면서도 내심 그들을 세정파트너로 인정하는 데는 무척이나 인색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일 년에 한번 있는 세무사 총회만큼은 국세청장이 한번쯤 얼굴을 내밀어 줄만도 한데 그마저 외면했다.

# 이 땅에 세무사제도의 씨앗이 뿌려지던 초창기, 세무사회 집행부는 자장면으로 허기를 달래가며 정성스레 싹을 키워 갔다. 세무사 직종을 백안시하는 주변 환경에 맞서 다리를 놓고 길을 내는 심정으로 한 걸음 두 걸음 개척을 해 나갔다. 이처럼 갖은 풍상을 겪어 오는 동안 세무사계에도 봄은 오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국세청장은 물론 정치인들이 정기총회장 단골손님으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면서 세무사회의 위상은 일취월장한다.

세제·세정당국과의 업무적 관계에 있어서도 진정한 세정협조자로서의 대등관계가 정립되는가 하면 한때 체면 깎이는 것으로 인식됐던 국세청 고위직들의 세무사 변신도 당연한 코스가 된지 오래다. 여기에는 창립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무사회 회직자들의 불굴의 개척정신과 열정, 그리고 봉사와 희생정신이 녹아 있다. 특히 초창기 회직자들의 업계 발전을 위한 집념은 감동 그 자체였다.

# ‘SINCE 1962~2012'―
지난 4월 30일 세무사회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급기야 국무총리가 참석을 하기에 이른다. 세무사계로서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지만 너무나 감성에 치우친 점이 못내 아쉬운 행사였다. 마치 이날의 하이라이트가 ‘총리 참석’인양 대외에 필요이상의 과시를 해 댔다. 세무사계의 현 위치를 감안할 때 당연한 손님쯤으로 맞이하는 성숙한 면모를 기대했지만 집행부 생각은 너무나 달랐다. 누군가 정구정 회장이 제작-연출한 한편의 드라마였다고 했듯이 마치 뿌리 없는 어느 신생 회사의 ‘빅 이벤트’를 보는 듯 했다. 그날 단상에는 ‘세무사회 역사의 주인공’들이 표정 없이 앉아있을 뿐, 굳이 따진다면 김황식 국무총리가 이날의 주인이었다. 자리에 참석했던 많은 정관계 인사들- “세무사회의 진정한 ‘50년 뿌리’를 보았을까"하는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 하지만 정구정 회장에게도 말 못할 숨은 고민이 있음직하다. 통상적으로 총리가 참석하는 외부행사는 ‘매우 간략’하게 회의 진행을 끝내 주도록 주최 측에 사전 협조를 요청한다. 정 회장도 이날의 집안 잔치를 세무사회 발전상을 만천하에 알리는, 자랑스럽고 의미 있는 장(場)으로 만들고 싶었을 게다. 역대 회장은 물론 공로회원들에게 존경심과 함께 푸짐한 감사의 표시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도 갖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저런 제약으로 본의 아니게 역사가 실종되고 뿌리가 잘리는 행사가 돼버린 것 같다. 오히려 식구들끼리 모여 50년 역사를 자축(自祝)하는 한편의 ‘장엄한 드라마'를 쓰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할지 모른다. 공연히 총리 모시느라 자랑스러운 역사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체 집안 불화만 불러드린 것 같다. ‘세무사회 창립 50주년’ 행사의 손익계산을 튕겨 본 세무사회 집행부 사람들, 지금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대통령 축하화환 위에 세무사회가 걸어온 역사의 파노라마가 오버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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