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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 칼럼]씨받이와 씨내리
[稅政 칼럼]씨받이와 씨내리
  • kukse
  • 승인 2012.03.2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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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鎭雄 本紙 論說委員
   
 
 
조선시대에 정실부인이 아들을 낳지 못하면 가문을 잇고자 씨받이 여성을 구했다. 일종의 대리모다. 뿌리 깊은 가문의식과 아들 선호의 결과였다. 요즈음엔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화려하다 보니 초등학교는 여선생님의 왕국이 되었다. 판검사의 여성비율도 성비에 맞게 증가하여 이혼소송이나 성범죄 판결에서 남성들은 점점 더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흥미로운 건 요즈음 씨받이 말고도 ‘씨내리’라는 게 있단다. 자신의 정자를 파는 남성들을 칭하는 것이라 한다. 씨받이가 있으니 씨내리도 있을 법하다. 대리모(代理母)라는 말에 비추어 대리부(代理父)라고나 할까.

자신의 정자를 팔겠다는 대리부는 육아전문 인터넷 카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데 하루에도 수십 명씩 자신의 씨앗(정자)을 팔겠다는 글이 올라오며, 놀랍게도 출신학교와 직업, 나이, 신체 특징은 물론 가족 사진까지 거침없이 공개한다고 한다.

이런 세태를 접하고 모 TV 프로그램에서는 사람 씨앗이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실태를 취재 방영하였다. 돈이 오고 가는 지하거래인데 세원포착도 세원관리 기준도 정립되지 않은 신종거래인 셈이다.

식물의 씨앗은 부가가치세법상 면세다. 달걀도 면세다. 대표적인 농축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씨앗은 부가가치세법상 과세일까, 면세일까? 인간은 가축이 아니니 사람의 씨앗을 축산물이라고 보긴 어렵겠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심각한 인구감소 추세를 감안할 때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부디 Satire로 이해하시길 희망한다.) 그 방송에 따르면 명문 대학생의 씨앗은 호가가 1천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보통 대학생도 500만원을 부른다고 하는데 대학생부터 회사원, 학원 원장, 현직 교사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돈벌이와 재미를 보러 나선다고 보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부부 가운데 불임의 고통을 안고 사는 부부는 100쌍 가운데 14쌍인데 그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현대판 씨내리가 성업한다는 거다. 이런 일은 비단 한국에서만의 별난 이야기는 아니다. 외국에서는 정자 거래가 이미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종자를 팔듯이 사람 씨앗을 판다. 인종, 키, 피부색, 눈 색깔, 학력, 신체적 특징 등 수십 가지 명세를 담은 판매 리스트를 작성하여 판다. 판매자는 어엿한 기업이다. 이들은 대개 Bank라는 이름을 쓴다. 정자은행이다. 그냥 이름만 보아서는 그럴 듯한 은행 같다. 양질의 고학력자 정자가 고작(?) 미화 500∼700불에 팔린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정자는 수십 배 비싸게 팔리는 셈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이 생긴다. 캐나다의 스타벅이라는 인기 코미디 프로에서는 한 남성이 돈이 필요해서 자신의 정자를 팔아왔는데 무려 533명의 아기가 태어난 기막힌 이야기가 다루어졌다.

미국의 스타일 네트워크 TV 역시 최근 ‘정자 제공자'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시리즈를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벤 사이슬러(33세)라는 남자가 정자 등록부를 통해 약 70명의 아이 아빠가 된 사실을 확인 방영하였다 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인은 연간 백만 명 이상이 정자를 제공받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불임부부의 불가피한 사정도 있지만 여성의 사회적 성공과 경제적 독립이 두드러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독립적인 여성들은 극단적으로는 남자는 필요 없지만 아이는 갖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정자 절도죄 소송도 벌어졌다. 젊은 여성이 직장내 잘 생기고 학력 좋은 동료와 데이트를 하다가 멀어졌는데 그 남성은 그 여성이 왜 자신을 떠났는지 이유를 몰랐다가 세월이 흐른 뒤 알게 되었다.

옛 데이트 여성이 예쁜 딸을 데리고 나타났는데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는 분노하여 소송을 걸은 것이다. 과연 씨앗 절도죄가 성립할 것인지 아니면 데이트 빙자 사기죄가 될 것인지 흥미진진한 소송이 벌어졌는데 틀림없이 법률가들간에 창의적(?)인 논리 공방이 벌어졌으리라 믿는다.

문제는 익명의 정자거래가 수많은 부작용을 잉태한다는 점이다. 유전병의 전파나 기형아 출산 등의 의학적 우려는 물론 가장 심각한 일은 매년 정자은행을 통하여 태어나고 있는 아빠가 같은 수 많은 이복 형제와 자매들이 성장하면 근친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나 영국은 정자 기증자 한 명이 제공하는 정자로 낳을 수 있는 아이 수를 20명 안팎으로 제한하는 한편 정자 기증이 투명하게 관리되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도 최근 정자 기증자의 신원 확인을 허용하는 법 개정을 하였다. 그러자 정자 기증이 급감하여 불임시술병원들이 미국인 기증자들을 찾아나서는 엉뚱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한다.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는 호주에서 정자 제공으로 태어난 아이가 18세가 되면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향으로 관계법 개정이 이뤄진 이후 호주 현지의 정자 기증자들이 무려 90%나 줄었다고 보도하였다.

그나 저나 이런 문제를 외국에서나 있는 일로 치부하여 강 건너 불로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우리도 법제화를 통하여 정자 제공자의 유전적 결함 테스트를 의무화하고, 신원 확인 및 정자거래 등록제를 통하여 근친혼을 사전 방지하는 등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보인다.

과세당국 역시 정자은행과 정자 판매 남성들을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로 보아야 할지 과세사업자로 보아야 할지 고민(!)하여야 할 때가 오는 것 같다. 특히 불임부부에게는 나라 인구 늘리기에 기여하는 제반 잉태 비용을 전액 소득공제하거나 세액공제를 해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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