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삼양사 등 밀가루 생산업체들이 가격을 담합함으로 인해 밀가루를 비싸게 산 제빵·제과업체인 삼립식품에 14억여원을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중간 소비자’(원료를 사는 입장에서는 소비자지만 일반인이나 다른 업체에는 제품을 생산해 파는 입장인 경우)에 대해 담합업체들이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대법원의 첫 확정 판결이라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세무적으로는 이들 담합업체들이 물게 될 손해배상금이 법령위반으로 인한 세금과 공과에 해당되기 때문에 손금불산입되며 국세청도 이런 업체들이 수정신고를 제대로 하는 지 면밀히 들여다 보고 있다.
배상금을 받는 삼양사 입장에선 회계기준상 영업외수익으로, 세법상으로는 익금산입 처리하면 될 것으로 조세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번 판결로 CJ제일제당은 12억4000여만원, 삼양사는 2억3000여만원을 삼립식품에 물어야 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국내 밀가루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회사들이 공동으로 밀가루 생산량(판매량)을 제한하고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며 “CJ제일제당, 삼양사 등이 도매상 공급가격을 담합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때문에 삼립식품과 같은 대량 수요처에도 가격 인상의 영향이 갔다”고 설시했다.
재판부는 또 “CJ제일제당과 삼양사가 장려금을 지급했다 해서 손해배상 책임까지 면책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삼립식품이 빵 등 제품가격을 인상, 손해를 최종소비자에게 넘겼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제품가격 인상 여부는 삼립식품이 별도로 판단할 사안”이라며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장려금 지급 사실과 최종가격 인상분을 참작해 삼립식품이 원래 주장한 총액인 37억여원 중 절반 이하만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