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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 이름은 어디까지나 LEE H.S.
[칼럼] 내 이름은 어디까지나 LEE 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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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2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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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 이형수(NTN 상임논설위원)
   
 
 
남북한 여자축구 선수들의 등 표기

팔월 초 열대야 중 하나였던 어느 토요일 새벽 4시경 잠이 깨어 갈증이 나서 물 한잔 마시고 목침을 베고 마루에 다시 누워 잠을 청했으나 잠자기는 틀린 것 같았다. 케이블 TV를 틀었다. 여기 저기 돌려보니 녹화된 것이겠지만 마침 남북한 여자 축구 팀이 아시안 컵 대회에서 만나 경기가 막 시작되었다. 남자축구와 달리 관중석은 텅 비어있었지만 보다 페어플레이였고 넘어져도 바로 털고 일어나 경기가 끊기지 않아 좋았다. 의자에서 보다 잠이 들어 끝까지 보진 못했지만 내용면에서는 남한이 약간 밀리고 있었다.

그런데 유심히 보니 등판에 붙인 영문 이름 표기 방법에 남북한이 달랐다. 예를 들어 “김주희” 같으면 남한에서는 JOOHEE라고 이름만을 표기하고 북한에서는 KIM.J.H.라고 표기하고 있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둘 다 옳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JOOHEE KIM이나 J.H. KIM이라고 한국 이름을 서양 사람 방식에 뜯어 맞추는 데는 찬동하기 어렵다.

영어 이름 때문에 고생한 20여년

외국 사람과 자주 e-mail 등으로 교신하는 많은 사람들이 한 두 번쯤 고심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필자의 경우도 수 차례 이름 표기 방법을 바꾸어 보았고 그때마다 만족스럽질 못했다. 그러나 결국 나는 Lee Hyung-soo이고 약자로는 Lee H.S.라고 못 박고 명함이나 e-mail에서도 그렇게 사용하게 되었다. 구두로 자신을 소개할 때도 Lee를 힘주어 말하고 반 박자 쉰 다음 Hyung-soo라고 한다. 20여년간 고심한 결실이며 고집이다.

처음엔 서양 사람들과 많은 선배들을 따라서 My name is Hyung-soo Lee이거나 H.S.Lee였다. 그러나 분명히 내 이름은 그것이 아니었고 간혹 서양 사람들이 나를 친근하게 부른다고 H.S.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더욱이 아니었다.

이제 마음고생을 끝내고

그러다가 15~16년 전 어느 날 영자신문 Korea Times와 Korea Herald에서 홍길동을 Hong Gil-dong식으로 표기하는 것이 눈에 띄었고 그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어 영문 명함을 Lee Hyung-soo로 고쳐 지금껏 쓰고 있다.

또 어느 영문 잡지에서 보니 중국의 모택동을 Mao Tae-tung, 장개석을 Chiang Kai-shek이라고 표기하고 있어 더욱 안심이 되었다. 그래 중국 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하군. 그러면 그렇지.

그런데 남아 있는 문제는 이름을 약자로 쓸 때였다. 수시로 업무연락이 있는 미국인 변호사에게 항상 full name을 쓰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e-mail 맨 밑줄에 그냥 Lee라고 표기해 보았다. 그런데 “이”씨가 너무 많아 혼동될 우려도 있어 H.S.로 고쳐 보았지만 한국에서 어느 누구도 나를 H.S.로 부르지는 않는다.

나는 그를 Tom이라고 부르지만 그는 한국 사람들이 주로 성으로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를 언제나 Mr.Lee라고 부른다. 궁리끝에 Lee H.S.로 고쳤다. 성도 분명히 살리면서 나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어서 괜찮은 것 같았다. 더구나 어느 영자 신문에 보니 제목에 김대중 대통령을 Kim D.J. 김영삼 대통령을 Kim Y.S.이라고 표기하고 있었다. 그래 맞다, 맞아.

그러던 중 북한 여자 축구 선수 표기에서 같은 방식을 보고 나는 더욱 마음을 굳혔다. 아 그래 내 이름은 약자로 Lee H.S.야. 어디까지나.

일본 사람 방식과 천주교 방식

이러한 점에서는 받침이 없는 일본 사람 이름은 편리한 것 같다. 그냥 발음 나오는 대로 예컨대 Watanabe나 Matsushita라고 해 버리면 되니까.

또 천주교도들은 Antonio등 세례명이 있으므로 한국 이름 앞에 붙여 놓고 세례명을 부르면 되니까 자연스러울 것이다. 천주교도가 아니라도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해외 교포들처럼 영어 이름을 만들어 어릴 때부터 쓰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어떤 경우에든 자신의 한글 성과 이름 순서를 어색하게 바꿔 쓰는 것이 국제화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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