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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인오락실’
[칼럼] ‘성인오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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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2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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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면서] 임채룡 세무사 (세무사회 총무이사)
   
 
 
지식을 통하여 신의 경지를 넘보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파우스트에게 악마인 메피스토펠러스가 살며시 다가왔다.

그리고 속삭인다. ‘내가 노예로서 너에게 봉사하여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체험하게 해주는 대신, 만일 네가 어느 한 순간에 대하여 멈추어라, 너는 너무도 아름답다라고 말하며 휴식을 원하게 되면, 너는 너의 영혼을 악마에게 내주어야 한다.’라고 은밀하게 제의한다.

욕심에 눈이 먼 파우스트는 달콤한 유혹에 가슴 설레이며 이를 승낙하는 증서로 혈판을 찍어준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것을 탐닉 할수록 학문의 미혹은 안개처럼 짙어지며 그처럼 아름답던 사랑과 예술은 서리 내린 빈들처럼 공허하였다. 세월이 갈수록 악마와의 계약을 후회하게 된다. 괴테가 쓴 ‘파우스트’의 내용이다.

요즈음 신문 마다 성인 오락실인 ‘바다이야기’가 지면을 가득 채운다. 바다이야기는 밤의 예시와 연타기능으로 대박이 나온다며 은근히 서민들을 유혹한다.

릴이 돌아가면서 문어 조개 등 바다 생물이 나오다가 화면이 짙은 밤으로 바뀌면서 해파리가 두둥실 떠오른 후에 상어가 지나가고 고래가 느릿하게 헤엄쳐 나오기만 하면 대박이 터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래를 기다리며 심지어 삼사일을 게임기 앞에 앉아있지만 고래는 오지 않고 허탈감으로 마음만 황폐해 진다고 한다. 밤이 왔는가 싶으면 어느덧 화면이 밝은 낮으로 변해간다.

이상하게도 게임기에 투입된 돈이 다 없어지면 화면이 서서히 어두운 색깔로 변해간다.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혹시나 하여 만원권 지폐를 꺼내서 기계에다 투입하지만 역시나 아니다.

결국 게임기에 중독되어 서서히 자신도 모르게 책임감을 상실한 인격 장애가 오며 심한 경우에는 십중팔구 직장에서 퇴출당한 후에 가정도 어렵게 된다.

이렇게 서민들을 도박 중독증에 빠뜨린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도서상품권을 발행하는 것이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우선 경품으로 도서상품권을 증정하므로 건전한 게임의 인상을 심었다.

심지어 처음 도입단계에서 문화 도서 상품권 관계자들이 게임경품으로 주는 상품권이 도서, 영화 등 문화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들의 예측과는 다르게 경품으로 주는 상품권이 도서나 영화 등에 사용되지 않고 오락실 인근에서 즉시 현금화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도서상품권은 성인오락실 사업자의 세금에 대한 방패가 되기도 했다.

현재 투전기나 도박장은 특별소비세가 과세되지만 거의 유사한 형태인 성인오락실은 경품으로 돈이 아닌 도서상품권을 지급하므로 특별소비세가 과세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상품권 교환 수수료 10%에 해당하는 금액도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전국적으로 15,000개 정도의 성인 오락실이 성업 중에 있다고 한다. 과히 신문에서 대서특필한 것처럼 도박공화국이다. 그리고 세금까지 사각지대이다. 왜냐하면 장소에 따라 단시간에 수 억원을 벌어 드리지만 그에 상응하는 각종 조세를 납부한 실적은 별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들에게 여러 가지 해악을 끼치는 성인오락실을 당장 규제할 수 없다면 세원관리라도 철저하게 했으면 한다. 우선 무늬만 도서상품권이지 즉시 현금화하므로 사행성게임기처럼 특별소비세라도 부과해야한다.
성인 오락실은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열심히 일해야 할 사람들이 오락기 앞에서 대박의 환상에 젖어있다. 그것이 악마의 은밀한 유혹인줄 모르고 말이다.
화면속의 바다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그곳에는 실제 고래가 살지 않는다. 고래가 사는 바다는 때로 폭풍과 높은 파도가 일렁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라도 대박보다는 열심히 일하면서 흘리는 땀 한 방울이 소중하다.

2006. 8

한국세무사회 총무이사 임채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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