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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의 덫'에 빠진 세계경제 '내셔널리즘 속으로'
'저성장의 덫'에 빠진 세계경제 '내셔널리즘 속으로'
  • 일간NTN
  • 승인 2015.07.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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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논리 보다는 자국이익 우선…양적완화 통해 '제 살길' 모색하기 안간힘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의 덫에 빠진 세계 경제가 내셔널리즘(nationalism)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려고 내수와 수출 살리기에 나선 각국은 양적완화를 통해 '제 살길'을 찾아나섰다.

기준금리 인하, 국채 매입 등을 통한 양적완화로 환율 전쟁은 불이 붙었고 세계 경제의 경고음이 켜진 올해 전쟁의 양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됐다.

수출 확대를 위해 많은 나라는 통화 약세를 무기로 내세웠고 그 과정에서 명암도 엇갈렸다.

기업 간 경제논리가 주로 작용하는 인수합병(M&A)에도 자국 이익 침해는 눈뜨고 보지 못한다는 기조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 패권주의에 도전하는 중국이 성장하면서 M&A 분야에서 시장 영역을 넘어선 양국 간 신경전도 심화되는 분위기다.'

◇ 끝나지 않은 환율 전쟁…"수출 치킨게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환율 전쟁으로 번졌다.

세계 각국은 내수 부양과 수출 확대를 위해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지하고자 힘썼다.

통화 약세는 수출 제품 가격의 경쟁력을 높여 매출 확대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에서 상대국의 수출을 갉아먹고 자국의 경기를 부양한다는 면에서 통화 약세 추구는 피 말리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환율 전쟁은 올해 들어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올해 기준금리는 내리거나 국채 매입 등의 양적완화를 실시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30여곳에 이른다.

환율을 무기로 전쟁을 하는 과정에서 나라별 명암도 엇갈렸다.

지금까지는 일본과 유로존이 환율 전쟁에서 승자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일본은 2013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는 30% 가까이 떨어지고 수출도 호조를 보여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경기후퇴로 고전하던 유로존도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완화에 힘입어 환율전쟁의 강자로 떠올랐다.

반면, 한국은 경제 대국들의 환율전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자동차·철강 등 국내 산업이 엔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 일본 기업에 밀리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올해 1분기 이어진 강(强)달러 현상에 수출 기업들이 죽을 쒔다.

환율이 수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각국의 날카로운 신경전도 펼쳐졌다.

올해 5월 달러화의 강세가 주춤하면서 유로화 강세 조짐이 나타나자 유럽중앙은행(ECB) 한 이사의 '구두 개입'이 뒷말을 낳았다.

여름철 유동성 부족에 대비해 ECB가 국채를 앞당겨 추가 매입할 것이라는 발언에 유로화는 급락하는 효과를 거뒀다.

지난달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달러화 강세 발언의 진위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찾은 자리에서 여타 참가국들에 강달러가 문제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지만 미국 측은 관련 발언이 없었다며 보도를 부인했다.'

◇ M&A, 기업 간 경제논리 넘어 정치 입김 커져
기업과 기업 간 문제인 인수합병(M&A)은 경제 논리를 넘어 정치·사회적인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

특히 최근에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의 아성에 중국이 강력한 도전자로 등장하면서 M&A 영역에서 양측의 신경전도 더욱 심해졌다.

최근 중국의 칭화유니그룹(紫光集團·쯔광그룹)이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인수에 나서면서 불거진 논란도 M&A가 단순히 시장 영역에만 머무르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칭화유니그룹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인수에 나서자 시장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규모가 작은 중국의 반도체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인수를 추진한다는 것은 반도체의 해외 의존을 탈피하려는 정부의 시책에 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M&A가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산될 수도 있다는데 있다. 미국 의회의 인수 승인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무기가 컴퓨터 칩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점은 미국 의회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요인이다.

레이 핸슨의 리드 스미스 파트너는 "기술 문제가 연루됐다는 측면에서 인수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엄청난 거래로 매우 중요한 기술이 포함됐다. 솔직히 말하면 (인수를 하려는 곳이) 중국이라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미국 의회는 군사, 에너지 등 안보에 관련되는 안건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5년에는 중국 국영 석유 업체인 중국해양석유(CNOOC)의 미국 정유회사 유노칼 인수를 저지한 바 있다.

M&A와 관련해 국가의 이익을 중시하는 움직임은 최근 한국에서도 감지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며 반대한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결국 임시 주주총회에서 삼성 측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양측의 공방 과정에서 '국민기업'과 '외국계 자본'의 대결이라는 점은 공공연히 부각됐다.

의결권 자문 1·2위 업체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가 삼성물산 주주들에 합병 반대를 권고한 상황에서 영국 애버딘자산운용,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많은 외국계 투자자들은 엘리엇 편에 섰다.

반면 국민연금과 한국의 자산운용사들은 주총에서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져 삼성 측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도 한국의 주요 신문에 합병 찬성을 호소하는 광고를 내면서 '국민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삼성물산은 광고에서 "한국 대표기업으로서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의 극대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의 완승을 '애국심'의 승리로 평가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주총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삼성 측의 승리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기가 퍼지자 "(아르헨티나 정부를 디폴트에 빠트린) 엘리엇의 폴 싱어 회장은 한국 투자자들이 애국심이 얼마나 투철한지를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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