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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양극화 세정
[칼럼] 양극화 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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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9.1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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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N칼럼] 정창영 (NTN 편집국장)
   
 
 

‘주머니 속에서 동전을 센다’는 말이 있다. 동전은 꺼내 놓고 세면 쉽게 셀 수 있다.

그러나 주머니 속에서 그것도 갖가지 종류의 동전을 한웅큼 넣고 요리조리 감각으로 돌려가며 세다 보면 합계금액이 셀 때마다 다르게 나온다.

이걸 반복하다 보면 결국 나중에는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금액으로 결론을 착각해 버린다. 그리고 그걸 믿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손해 보는 계산을 하지 않는 버릇이 있다. 가급적 자신에게 유리한 금액으로 스스로 착각하고 만족한다. 주머니 속 동전 가치는 변함이 없는데 이를 세는 마음만 인심을 쓰고 있는 것이다.

Ⅱ>Ⅰ


국세청 당국의 세무조사 운영이 급물살을 타며, 이른바 혁신차원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세공권력이 보유한 가장 예민한 부분이자 세정 권한의 강력한 원천인 세무조사권은 흔히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로 불리며 위세와 위용을 자랑한다.

따라서 세무조사는 이를 통해 직접 조달되는 세수보다는 그 파급효과가 워낙 커 ‘성실신고 담보’라는 기본적 전제를 항상 달고 다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에 눈치 보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정설인 상황에서 구체적 통제수단이 상실된 상태에서 착실하게 납세의무를 이행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난망(難望)’일 뿐이다. 여기에 세무조사의 의미가 있다.

일반 납세기업이 국세행정에 관심을 갖는 대목은 대략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이미 마련된 제도에 의해 집행하는 행정적 절차에 대한 관심이다.

이는 세법에 의해 세금을 납부하는데 구체적으로 필요한 절차와 규정을 비롯해 실무 차원에서의 법과 규정에 대한 해석, 그리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세무당국이 진행하는 각종 실무 일정 등을 꼽을 수 있다. 쉽게 보자면 세금이야 법에 의해 이미 정해진 것이고 내는 방법과 맞는 계산을 위한 실무적 내용에 대한 관심이다.

또 하나 아주 예민하게 관심을 갖는 대목이 바로 세무조사다. 경제활동의 결과적 행위가 이미 마감된 상황에서, 또는 이와 관련된 세금신고가 마무리 된 상태에서 구체적 행위의 적법 여부와 잘잘못을 가리는 세무조사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마치 ‘도마’에 오른 기분이다.

그것도 바로 눈앞에서 날카로운 칼이 ‘휙 휙’ 날아다니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완벽한 세무처리가 ‘불가능’에 가까운 우리 경제 환경에서 세무조사 대상에 선정된 것을 두고 ‘걸렸다’는 표현이 통용되는 것도 그리 어색한 것이 아니다.



전군표 국세청장은 취임과 함께 세무조사에 대한 혁신을 강조하면서 구체적 실천방안을 내놓고 있다. 전 청장이 모토로 세운 ‘따뜻한 세정’의 핵심은 세무조사 개혁에 있다.

조사대상을 줄이고 조사기간도 단축하는 등 일단 납세자들이 ‘아프게’ 느끼는 부분에 대해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는 것이 전 청장의 생각이다. 달라지는 세무조사 운영에 대한 대강의 청사진도 나왔고, 규모가 작기는 했지만 조사조직의 개편도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혁신에 대해 가장 반겨야 할 재계는 오히려 시큰둥하다. ‘따뜻한 세정’을 함께 나누려는 분위기가 전혀 형성돼 있지 않고 거꾸로 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마치 남의 집 잔치를 곁눈질로 구경하며 입을 씰룩이는 형색이다.

전군표 청장의 ‘따뜻한 세정’ 수혜가 이들에게는 남의 집 이야기다. 조사대상을 줄인다는 것도 영세 중소기업에 한정된 것이고, 각종 ‘따뜻함’의 온기는 모두 이들에게로 ‘올인’하다시피 집중된다.

반면 세금 많이 내고, 고용 창출하고, 경제 · 경기 주도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혜택이 없다. 한쪽(영세 중소기업)에 혜택이 가는 만큼 여력을 이들 규모 있는 기업 쪽에 집중시켜 오히려 ‘엄정한 조사’를 강조하고 “진정 세무조사가 두렵다는 것을 보여 주라”고 전 청장 자신이 직접 지시할 정도로 ‘서늘한 세정’을 예고하고 있다.

영세 중소기업이 현실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성실도 검증마저 선심성으로 대체하면서 조사도 컨설팅으로 하고, 중간예납 분납도 모르면 찾아서 챙겨줄 정도의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세정의 흐름에 대해 대기업의 한 고위 임원은 “처음부터 뭘 바라고 기대한 것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따듯한 세정이 강조되고 연일 뭐가 나오길래 관심 있게 봤더니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기업 큰 것은 ‘죄’ 진 것과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고 시니컬하게 웃었다.

이 같은 세정의 극단적 흐름에 대해 일부에서는 “참여정부 마무리 세정이 너무 정권의 코드에 맞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탈 정치색을 선언한 국세행정의 근본적 흐름이 너무 ‘폴리티컬’한 경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정에도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양극화 코드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고, 결국 국세청의 ‘따뜻한 세정’은 양극화 세정이라는 곱지않은 시각도 있다.
아무래도 전군표 청장이 주머니 속에서 여러 종류의 동전을 꼼꼼히 가려가며 세고 있는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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