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7:10 (목)
'취임 1주년' 임환수 청장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취임 1주년' 임환수 청장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고승주 기자
  • 승인 2015.08.21 0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격 행보와 희망사다리 등으로 국세청 위기 극복 및 직원들 사기 고조
21일로 취임 1주년을 맞게된 임환수 국세청장.

균공애민(均貢愛民).

조선 21대왕 영조는 호조 청사 벽 한켠에 균공애민, 세금을 고르게 하여 백성을 사랑하라라고 쓰고 항상 그 뜻을 되새겼다. 호조는 지금으로 치면 기획재정부로 국가의 재정과 세금을 관장하는 곳이다.

조선시대의 국세행정의 금과옥조로 지켜져 온 이 말은 임환수 국세청장에 이르러서 다시 언급되기 시작했다.

임환수 국세청장이 8월 21일자로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취임하자마자 심각한 경기부진으로 10조원에 달하는 세수부족이 발생했고, 탈세와 불복청구가 발생하면서 조세소송대응력이 시급했다.

임 청장의 가장 큰 대외적인 정책은 현안에 맞는 내부 개편이었다.

근로장려세제 확대를 앞두고 부가와 소득으로 나뉜 개인납세부분을 하나로 통폐합해 아무리 큰 일이 발생해도 대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었으며, 조세불복에 대응하기 위해 송무부문을 송무국으로 격상했다.

국세통계, 감찰(현 청렴세정)부문의 개편과 국제조세부문의 확대, 본지방청의 슬림화를 통한 일선 강화해 현장중심의 세정 체제를 갖추었다.

그 결과 지난 5월 근로장려세제, 연말정산 재정산, 종부세 신고가 동시에 발생하는 사상초유의 업무대란이 발생했을 때조차 무난하게 상황을 넘겼다. 송무는 아직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기에 시기적으로 이르지만, 내부적으로 송무에 대한 경험을 축적하고, 서로 소통을 통해 전문지식을 공유하는 등 전체적인 역량향상이 이뤄지고 있다.

만일 조직만 개편했다면, 그저 명칭 변경 수준에 머물렀지만, 소속과 지역에 무관한 실력주의 인사인 ‘희망사다리’ 인사를 추진하면서 개편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 
 
국세청 차장으로 7급 출신 인사를 과감히 발탁하고, 사상 첫 세무대 출신 1급 청장도 탄생시켰다. 일선서 출신의 부이사관과 서기관, 상대적으로 승진 소외부분인 개인납세와 여성의 승진도 두드러졌다.

송무부문 강화를 위해 올해만도 40여명의 민간변호사를 채용하고 국장급 인사로 부장판사 출신인 최진수 변호사를 기용하기도 했다.

그가 30년 공직생활동안 국세청에 대해 담아왔던 고민 중 또 다른 하나는 소통이었다.

국세청은 여타 행정조직 가운데에서도 위아래가 뚜렷하고 ‘지시와 이행’의 상명하복식 수직적인 소통 방식 등 다소 폐쇄적인 구조로 돼 있어 자칫 잘못 길을 들어설 경우 중심에서 크게 빗나갈 수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끊임없이 타인의 의견을 물어보고 자신을 반성하는 일련의 절차가 구조적으로 내재화돼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사람에게 지시할 때도 서열보다는 충분한 논리와 설명으로 대할 때 비로소 공감과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와 관련 임환수 청장의 행보는 파격이라고 불린다. 국세청장으로서는 처음으로 6급이하 일선서 직원들과 만나 끝장토론을 통해 터울없이 목소리를 나누었고,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지난 2월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 개통을 앞두고 직원들을 직접 찾아가 격려하고, 지난 5월 업무대란 때도 “절대 위축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어떠한 상황도 슬기롭게 극복해온 국세청만의 DNA가 있다. 차분하게 준비해온 만큼 자신감있게 업무를 추진하면, 5월은 국세공무원의 저력을 대내외에 보여주자”고 직원들의 사기를 일으켜 세워 무난히 위기를 넘겼다.

6월 30일자로 신규 임용된 국세청 본·지방청 국과장 36명과 관서장 56명에게 청렴의식을 당부해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한 부단한 노력도 돋보인다.

대외적으로는 지난 3월 세무대리인, 5월 한국세무학회, 8월 조세재정연구원과의 간담회를 갖고, 취임 1주년인 21일에 열리는 기자 간담회 등 꾸준히 외부와 소통을 통해 국세현안과 외부의 평가를 진단해보는 시간을 갖았다.

납세자에 대해서도 한 달에 한 번 세무서 직원들이 직접 납세자를 찾아가 애로를 해결해주는 ‘현장소통의 날’을 갖고, 구석구석까지 세정에 대한 납세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성실신고 지원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 였다. 자진신고 세수는 전체 세수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세금이기 때문에 그동안 크게 주목하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임 청장의 생각은 달랐다.

세금의 근본은 자진신고이고, 따라서 세수 확보 방안도 무슨 묘책이 아니라 자진신고 수준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국세청은 신고 전 성실신고 도움자료 선제적 제공, 사전작성(pre-filled) 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신고서비스 확충 등 성실신고 지원에 주력했다. 그 결과 상반기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의 신고실적이 전년대비 5조 이상 크게 상승했다. 세수진도율도 전년대비 0.6%나 개선됐다.

임 청장이 이같은 행보를 지켜온 데에 대해선 현재의 상황과 국세청의 발전에 대한 냉철한 판단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 청장은 취임사에서 현 상황을 산중수복, 갈 길은 먼데 산과 물이 겹겹이 쌓여 매우 어려운 형국이라고 보았다. 세금걷기가 더욱 어려워진 만큼 공정한 세금만이 국가의 기강을 지킬 수 있다 본 것이다.

하지만 약팽소선(若烹小鮮), 생선을 구울 때 너무 뒤집으면 생선이 부서져 버리기에 소통과 공정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갔다.

점점 폐쇄적으로,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국세청을 젊고 새로운 조직으로 혁신해 나가가겠다는 굳은 의지가 조직개편의 성공과 희망사다리의 구축, 그리고 국세청 직원 및 납세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임 청장이 양보하지 않는 단 하나의 사안이 있다. 청렴 문제다. 그가 6번의 조사국장을 포함해 오랜 기간 조사 분야 근무 경험에도 불구하고 구설수에 오른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고위직 대상 반부패 연찬회를 개최하여 고위직의 청렴에 대한 실천의지를 대내외에 다짐하고, 본인부터 외부에 설명되지 않는 부적절한 사적 만남은 일절 배격하고 있다.

세무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조사팀장 위주로 운영되던 조사업무를 관리자 중심으로 개편하고, 조사심의팀을 통한 적법과세 여부 사전 검증, 세무조사 감찰팀 운영, 청렴의무 위반자 영구 퇴출(One Strike Out)제 등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비정상적 세무대리행위 규제 방안도 마련하는 등 세무대리인과의 유착관계를 통한 비리까지도 차단하려 하고 있다.

국세청은 개청한 지 반백년에 달한다. 그 중 1년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 하나 만은 분명하다. 임 청장 취임 이후 국세청은 정체와 구습에서 탈피, 점점 젊어지는, 역동적인 국세청으로 변모하는 시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