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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기업인 호통 치는 게 재벌개혁 아니다
[특별기고] 기업인 호통 치는 게 재벌개혁 아니다
  • 日刊 NTN
  • 승인 2015.09.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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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재벌 총수들을 포함한 90명이 넘는 기업인들이 불려나온다. 여야 정치권이 정기국회 개원 대표연설에서 재벌개혁론을 들고 나왔다.

롯데사태는 우리 사회의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데 한몫 보탰다. 재벌의 불법·탈법과 황당한 ‘땅콩 회항’사건을 비롯한 재벌 2~3세의 몰지각행태는 엽기소설이 아닌 우리 사회의 생생한 이야기다. 영화 ‘베테랑’은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연상시켰고 재벌에 대한 반감이 영화에 투영됐다. 이런 일들이 어우러져 우리 사회의 반(反)재벌·반기업 정서는 확산된다.

롯데사태의 본질은 경영권 분쟁이었다. 따라서 롯데 주주가 풀어야 할 문제였고 결국 그렇게 됐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왜 야단이었나. 롯데 분쟁과정을 언론에서 중계방송 하듯이 보도한데다가 우리의 대일감정이 나빠진 시기에 롯데가(家) 아들들의 언어문제까지 겹쳐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일부에서 롯데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제품과 서비스에 문제가 있거나 잘못된 행태를 보이는 기업을 응징하는 건 소비자의 자유다. 하지만 기업의 국적을 따져 불매운동을 벌인 것이라면 이는 글로벌시대에 맞지 않는 일이다.

롯데사태는 가족경영 자체 때문에, 다시 말해 가족기업이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다. 창업자의 시대착오적 황제경영과 경영승계의 기준이나 원칙이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합리적인 승계 프로그램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이런 사태는 언제 어느 기업에서든 벌어질 수 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 중에 가족기업이 많다. 자동차 메이커 폭스바겐·BMW·포드·벤츠, 금융업의 베어링은행·로스차일드, 유통업의 월마트 등이 가족경영체제를 제대로 갖춘 기업이다. 세계적으로 이름이 있는 가족기업의 비중은 미국이 33%,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40%, 동남아는 56%에 이른다.

롯데사태에서 보듯이 기업의 전근대적 소유·지배구조는 바뀌어야한다. 경영권 방어와 소액주주 보호, 투명경영, 투명한 지배구조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대기업의 횡포와 부당한 갑질도 뿌리뽑아야한다. 그러나 정치권이 기업인을 불러 호통 치고 망신 주고 반성문을 억지로 받아내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기업은 기수가 채찍을 때리면 달리는 경주 말이 아니고 정치인은 기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감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이권을 챙긴다는 소문 등 국감을 빙자한 국회의원들의 횡포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걸 보면 기업의 비리와 부정행태는 정치인의 비리와 부정, 검은 정치자금과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도 큰소리치는 국회의원을 증인으로 불러 따지고 싶은 국민의 심정을 국회의원은 알까.

기업가정신과 혁신을 강조하는 분위기 없이 경제를 활성화시킬 길은 없다. 기업을 때리고 기업인들을 죄인으로 취급하는 사이에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는 확산되고 기업가정신은 사라진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그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래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반기업 정서를 없애는 책임은 기업인에게 달려있다. 누구를 탓하랴.

기업의 탈법과 불법은 예외 없이 법과 제도를 통해 다스려야한다. 국감에서 호통 치는 것으로 될 일이 아니다. 재벌의 통렬한 반성과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기업을 마음껏 뛸 수 있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한다. 우리가 먹고살아갈 길이 왕성한 기업 활동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맞는 현실세계는 정글이다. 정글돌파에 필요한 건 앞을 보는 통찰력과 신념, 추진력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위해서도,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도, 사회정의를 위해서도 기업과 기업인의 새로운 각오가 절실하다. 힘이 있고 그 힘이 클수록 책임을 더 많이 느끼고 져야하는 건 세상의 이치가 아닌가.

류동길(yoodk99@hanmail.net)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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