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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군사정권의 산물 '특별법'…도미노 위헌 결정
일제·군사정권의 산물 '특별법'…도미노 위헌 결정
  • 日刊 NTN
  • 승인 2015.10.1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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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불안 시기 형법 범죄에 형량만 높인 '특별법' 양산
추가 위헌 결정 여지 있어…포퓰리즘 입법 개선 목소리
헌법재판소가 형법에서 규정한 범죄와 혐의는 같은데 처벌 형량만 높게 따로 규정한 형사 특별법 조항을 최근 줄줄이 위헌 결정하면서 특별법 체계가 도미노처럼 흔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위헌으로 사라진 법 조항 외에도 현행 특별법에는 같은 구조를 가진 조항이 많아 특별법 체계를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정국 불안 시기에 등장…민심 무마용 입법도

형사 특별법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특정강력범죄처벌법(특강법),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폭처법),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등 5가지다.

5·16 이후 제정된 특가법 중 같은 혐의에 법정형만 높여 문제로 지적되는 조항은 국회해산 상황에서 과도기적 입법기구로 활동했던 국가보위입법회의가 추가한 것들이다. 대부분 민생 치안 등을 이유로 가중처벌에만 치중해 입법됐다.

원래 일본법이었던 폭처법은 해방 후 사라졌다가 5·16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를 통해 불안한 정국에 발생하기 쉬운 야간 폭력행위나 시위를 단속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1988년 노태우 정권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처벌 강도를 높이면 범죄가 줄 것이라는 계산 아래 형량을 높이는 쪽으로 개정했고, 특강법도 이와 맞물려 제정됐다.

특경법은 1980년대 대형 금융사기사건인 '장영자 어음사건' 등을 계기로 경제범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서 입법됐다.

이처럼 형사 특별법은 대부분 정치·사회적 상황을 배경으로 만들어져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고 일률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같은 범죄행위를 놓고 뚜렷한 이유 없이 법정형만 높여놓은 탓에 헌재는 일부 조항이 형벌체계의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보고 위헌을 선언했다.

헌재 결정으로 사라진 특별법은 전과가 있으면 라면 하나만 훔쳐도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한 특가법 5조의4 조항이 대표적이다.

2012년 서울 동대문 청량리역에서 취객의 가방을 훔친 A씨는 절도 전과가 있어 형법상 절도죄 대신 특가법상 절도죄로 재판을 받았다.

가방 안에는 현금 5만원이 있었고 가방과 지갑 값을 다해도 훔친 물건값은 36만원이었지만 A씨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갔다.

절도 전과 때문에 징역형 선고가 불가피했던 것이다.

7차례 절도전과가 있는 A씨는 16년간 훔친 돈이 150만원도 안되지만 15년 옥살이를 해야했다.

'장발장법'으로 불린 이 특가법 조항은 올 2월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사라졌다.

이밖에 마약 밀수사범이나 통화 위·변조 사범을 가중처벌하도록 한 특가법 조항, 특가법상 상습절도·장물취득범 처벌조항, 폭처법 3조의 폭행과 협박, 재물손괴 관련 조항 등도 헌재 결정으로 폐지됐다.

하지만 같은 특별법이라도 형법에 같은 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는 폭처법상 흉기등 상해죄 같은 경우는 합헌 결정이 났다.

◇ 추가 위헌결정 불가피…입법개선 목소리 높아

법조계에서는 이미 위헌결정이 난 조항 외에도 문제가 있는 특별법이 다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지난 9월 24일 폭처법 일부 조항의 위헌 결정문에서 법정형만 상향해놓은 문제 조항이 상당수 있고, 이런 조항의 헌법소원이 들어오면 위헌결정이 날 수 있는 만큼 입법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안 재판관이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폭처법상 상습폭행과 상습협박, 상습주거침입 등이다.

안 재판관은 상습·공동·집단·흉기휴대 폭력범죄의 가중처벌을 규정한 폭처법 2조1항과 2항, 3조1항과 3항은 형법에 흡수해 법정형을 조정하고 보복범죄나 운행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하면 가중처벌하도록 한 특가법 5조의9와 10은 폭처법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봤다.

다만 폭력범죄단체 구성원의 범행을 가중처벌하도록 한 조항은 폭처법에 존치시켜 조직폭력사범 처벌은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가 위헌결정을 한 특별법 조항은 국회가 개정안을 발의해놓았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위헌이 날 때마다 특별법을 개정할 것이 아니라 형법체계를 전반적으로 손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 형사법학회장을 지낸 오영근 한양대 법대 교수는 "특별법 조항은 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예방 조치는 하지 않고 가중처벌하는 조항만 포퓰리즘적으로 입법한 것이 많아 일부 조문을 제외하고 대부분 위헌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며 "임시방편으로 땜질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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