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8:00 (화)
인사권 둘러싼 국민연금 내홍…500조 노후자금 흔들
인사권 둘러싼 국민연금 내홍…500조 노후자금 흔들
  • 日刊 NTN
  • 승인 2015.10.27 14: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적 배경 다른 1인자와 2인자의 싸움
'낙하산' 막을 제도적 장치 필요…복지부 "공단과 관계 정비"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7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인사권을 둘러싼 최 이사장과 보건복지부 사이의 갈등이 봉합됐다.

이번 갈등은 최 이사장이 지난 12일 복지부의 반대에도 11월 3일까지가 임기인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해 '비연임' 결정을 하면서 시작됐다.

각자 다른 정치적 배경을 가진 공단의 1인자인 이사장과 2인자 기금운용본부장 사이의 다툼이 근본 원인이었지만, 국민연금공단과 복지부 사이의 인사권 관련 규정에 대한 해석 차이가 갈등의 표면적인 모습이었다.

여기에 이면에는 향후 논란이 뜨거워질 국민연금 기금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견해 차이도 자리하고 있어 사태의 뒤처리 과정에서 또다른 논란이 튀어나올 가능성이 크다.

◇ 국민의 '쌈짓돈' 보름간 우왕좌왕…'낙하산' 인사 배제토록 제도개선 해야

최 이사장이 홍 본부장을 연임시키지 않기로 한 표면적인 이유는 홍 본부장 재임 중 국민연금 기금 수익성이 부진했다는 것이지만, 그 바탕에는 보고 체계 등을 둘러싼 두 인사간 힘겨루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홍 본부장이 중요 사안에 대해 최 이사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복지부와 상의했고,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서로 다른 배경도 힘겨루기의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이사장은 현정부 초대 비서실장인 허태열 전 실장과 부산고 동문이며 정·재계에 인맥이 널리 퍼진 미국 위스콘신대 출신이기도 하다. 김영삼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던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는 대선 후보 캠프에 있었던 인연이 있다.

이에 비해 홍 본부장은 최경환 부총리의 대구고 동기다. 하나대투증권 부사장, 하나은행 부행장 출신인 그는 2013년 11월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최 부총리는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다.

문제는 500조원의 국민 노후 자금운용을 총괄하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이 이른바 '낙하산' 논란과 무관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갈등의 재발을 막으려면 차제에 이사장과 본부장 선임 절차에 정치권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은 모두 10여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이사장과 본부장이 됐다. 현재 이사장은 국민연금공단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의 후보를 복지부에 추천하면 복지부가 이 중 한명을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선임된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추천위원회의 선정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추천을 거쳐 복지부가 임명한다.

◇ 국민연금공단-복지부 관계 재정립 논의 활발할 듯

이번 갈등 사태의 핵심 원인 중 하나가 공단 이사의 인사권 등에 관한 국민연금공단과 복지부 사이의 불명확한 관계에 있었던 만큼 추후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사이의 관계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역시 26일 이번 갈등과 관련해 국민연금공단의 운영 실태를 점검해 재발방지와 개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과 국민연금법 등 관련 법률의 정비를 추진할 전망이다.

국민연금법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임면권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공운법은 반대로 '임면권자(공공기관의 장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가 공기업의 임원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고 돼 있다.

여기에 공운법은 '공공기관에 대하여 다른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으면 이 법(공운법)을 우선해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공운법의 규정이 국민연금법에 우선한다.

하지만, 같은 공운법이 한편으로는 '상임이사(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별도의 추천위원회를 둘 때에는 복지부 장관이 승인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적고 있어 기금운영본부장의 연임여부를 결정할 때 어떤 규정을 따라야 할지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공단 정관의 인사와 업무분담 관련 부분도 손을 봐 공단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 사이의 관계도 명확하게 규정하기로 했다.

의사 결정과 보고의 체계를 정비해 이사장과 본부장 사이의 갈등을 애초에 막겠다는 것이지만, 공단과 기금의 운영에 있어서 누가 주도권을 갖는 것이 기금의 효율적이고 공정한 운용과 관리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7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사이의 합병안에 대해 찬반을 결정할 때만 해도 이사장과 본부장 사이에 찬성과 반대가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 국민연금 기금 지배구조 개편 둘러싼 논란 격화될 듯

한편으로는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 사이의 갈등에는 정부의 국민연금 기금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이견이 자리하고 있다는 관측도 많다.

복지부는 기금운용본부를 복지부 산하의 독립 공사로 떼어내고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의 전문성을 강화해 기금의 수익성을 높이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개편안을 가지고 있다.

최 이사장은 그동안 이 개편안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홍 본부장은 찬성 입장을 밝혀왔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개편안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과 찬성하는 여당 의원들의 반응 사이에 온도차가 감지되기도 했다.

지난 2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만 해도 야당 의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복지부의 책임론을 제기했고 반면 여당 의원들은 최 이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두 인사간의 다툼을 향후 정치권에서 뜨겁게 전개될 국민연금 기금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논쟁의 전초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20일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켜 특수법인 형태로 공사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개편 추진을 공식화했으며, 다음날인 21일에는 최경환 부총리가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