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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대전' 입지·명분이 운명 갈랐다
'면세점 대전' 입지·명분이 운명 갈랐다
  • 日刊 NTN
  • 승인 2015.11.1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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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여전히 서울 도심에 '북적'…'경영권 분쟁' 여론 악화도 작용

치열했던 '면세점 대전'은 신세계와 두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롯데는 소공점은 지켰지만 월드타워점을 잃었고, SK는 워커힐점을 닫게 됐다. 대신 신세계가 남대문에서, 두산이 동대문에서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다.

면세점 업계에 대대적인 판도 변화를 몰고 올 이번 심사는 각 사업자가 내세운 입지와 명분에 따라 결과가 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 서울 면세점, 동대문·남대문 시대 개막

이번 특허권 심사 결과로 '동대문-남대문 면세점' 시대가 열리게 됐다.

두산은 면세점 사업 경험이 전혀 없지만 동대문이라는 입지를 내세워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거머쥐게 됐다.

서울 중구 백화점에 들어설 신세계 면세점은 '도심관광 활성화' 카드로 '20년 숙원'을 이뤘다.

여기에 롯데가 지킨 소공점까지 고려하면, 결국 서울 도심과 동대문 등 가장 외국인이 많이 찾는 지역에 면세점이 집중적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심사위원들이 서울을 대표하는 상권인 명동과 남대문·동대문시장을 끼고 있는 '동대문-남대문' 라인에 면세점을 두는 것이 외국인 유치를 통한 관광 활성화와 상생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명동과 동대문은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 1, 2위이다.

신세계도 바로 이 점을 노리고, "도심에 또 하나의 새로운 면세점이 필요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도쿄의 긴자, 홍콩 침사추이, 뉴욕 맨해튼 등 관광 콘텐츠가 몰린 세계 주요 도시의 도심 관광권과 달리 서울 도심 관광 경쟁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신세계는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을 리뉴얼해 한국판 '트레비 분수'로 만들고 남대문 전통시장 활성화 등 도심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는 다양한 계획도 발표했다.

'다크호스'로 꼽혔던 두산의 승리 역시 동대문이라는 입지 조건에 기댄 결과로 볼 수 있다.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은 서울 도심(롯데 소공점, 동화면세점), 용산(HDC신라), 여의도(한화갤러리아), 장충동(호텔신라) 등에 분포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명동 다음으로 많이 몰리는 동대문에는 면세점이 하나도 없었다.

때문에 동대문 투자에 면세점을 세워 '서울 제2의 허브 관광지'로 성장시키겠다는 두산의 전략이 심사위원들로부터 공감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동대문 지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연간 710만명으로 1위인 명동 지역의 80% 수준이다. 하지만 지출 규모는 명동 지역의 약 30%에 불과하다.

두산은 면세점이 들어서면 '낙수효과'가 나타나 2020년 외국인 관광객 지출 규모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고, 면세점 입점 이후 5년간 면세점을 통해 동대문 지역으로 신규 유치되는 관광객이 1천3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 롯데·SK, 경영권 분쟁과 취약한 접근성에 '고배'

반면 가장 오랜 서울 면세점 운영 역사를 자랑했던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는 동시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롯데는 월드타워점, SK는 워커힐점은 잃은 것이다.

우선 두 곳 모두 애초부터 입지 측면에서 불리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여전히 중국인 관광객이 서울 도심에 주로 몰리기 때문에, 잠실(롯데 월드타워점)이나 광진구(SK 워커힐)가 관광 수요 증대에 기여할 여지가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월드타워점은 1989년 1월 잠실 롯데월드에 자리를 잡았다가 지난해 10월 지금의 제2롯데월드로 자리를 옮겼다. 영업면적은 소공점의 80% 수준이지만, 매출은 소공점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를 만회하고자 롯데는 5년간 1조2천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고 월드타워가 완공되는 시점에 맞춰 매장 규모를 국내 최대인 3만6천㎡로 확대해 소공점을 뛰어넘는 1위 매장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석촌호수에 세계 2위 규모의 음악분수를 만드는 등 강남권 관광 활성화를 위한 '강남관광벨트' 조성 계획도 내놨다.

떨어지는 접근성을 보완하기 위해 '관광' 잠재력을 충분히 키웠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경영권 분쟁'이라는 내부 악재에 결정타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은 4820억원으로 소공점과 신라면세점에 이어 서울 시내 3위에 해당한다. 최첨단 시설과 롯데의 운영 능력을 고려해도 롯데가 월드타워점 면허를 쉽게 뺐길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형제의 경영권 집안 다툼에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면세점 특허 재승인에 악재가 됐다.

일부 업체에만 허용되는 면세험 특허가 '특권'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국이 국민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면세점 워커힐점도 23년 업력을 통한 운영 능력을 내세우며 재승인에 나섰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SK는 동대문 지역에서도 신규 면세점을 신청했지만 두산에 밀렸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과 동대문을 거점으로 서울-경기-강원을 연계해 연간 187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이스트 서울·이스트 코리아'(East Seoul·East korea) 관광벨트 조성 계획을 내놨지만 면세점 한 곳도 건지지 못했다.

워커힐점은 서울 동쪽 끝에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돼왔다. 카지노 고객 중심으로 고객을 유치하지만 매출 면에서 다른 면세점에 비해 취약하다.

워커힐 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2747억원으로 중소중견 면세점인 동화면세점(2919억원)에도 못 미쳤다. 면세점 운영 경력이 비슷한 월드타워점과 비교했을 때에도 워커힐점의 1㎡당 매출이 1천만원이나 적다.

SK는 워커힐의 매출 성장률(46%)이 다른 시내 면세점 성장률(23%)의 두 배에 이르며, 현재 진행 중인 새단장 작업이 끝나면 올해 말께 면적이 1만2383㎡(3천746평)까지 늘어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결국 심사위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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