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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칼럼]탈세제보 포상금이 돈벼락이라고?
[세상칼럼]탈세제보 포상금이 돈벼락이라고?
  • 日刊 NTN
  • 승인 2015.12.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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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본사 논설위원

한 은행원이 자신이 일하던 은행과 고객의 탈세 정보를 과세당국에 제공하였다. 깍고 또 깍아도 그 남자에게 줄 포상금이 1,144억원이었다. 포상금을 주자, 말자로 온 나라가 들끓었다. 당연히(?) 과세당국은 그렇게 많이는 ‘못 주겠다’였고 여론과 국회는 ‘주어라’였다. 결론은 입법 취지상 주자로 끝났다.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그럼 미국 정부는 얼마의 이득을 보았을까? 놀라지 말자. 한 건의 제보가 가져온 세수는 자그마치 5조 5천억원 이상이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은행이 가지고 있는 전세계의 미국인 탈세 정보를 고스란히 넘겨 받았다. 게다가 그 은행의 본국(스위스)에서는 비밀주의를 깨고 모든 금융정보를 국가간에 교환하기로 하였다. 제보 하나가 세계의 금융역사를 바꾸어 놓은 거였다.

오리무중의 살인사건에서부터 탈세와 지하세계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제보가 가져오는 결정력과 폭발력은 이렇게 크다. 미 의회와 여론의 압력은 결국 과세관청의 저항을 넘어섰고 포상금은 지급되었다.

현 정부는 대선 때부터 지하경제를 지상으로 끌어올려 세수를 확충하겠다고 공약을 하였다. 탈세 제보에 대한 포상금액이 2012년 10억원, 2013년 20억원, 2014년 30억원으로 매년 10억씩 올랐다. 예상대로 제보는 풍성해지고 세수는 더 들어왔다.

꼭꼭 숨은 부자들의 지하경제를 파헤치는데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세상이 다양하다 보니 이에 대하여 반대하는 분들도 있는 모양이다. 한 중진 조세 전문가는 ‘조세행정이 무슨 영업이라도 되는 것인가?’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해마다 포상금을 인상하여 법적 안정성과 법적 예측성을 심히 해쳤고 포상금이 로또가 되었다는 거였다. 따라서 포상금 인상은 단견이며 철학이 없다고 맵게(?) 질타하였다.

그러나 정책의 타당성을 지지하는 분들은 이렇게 반론한다. “포상금을 매년 인상함으로써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에서 피해를 입는 자는 지하경제에 숨은 탈세범들이다. 그들의 법적 안정성과 법적 예측성을 지켜 주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 무슨 주장을 그리하나?” 그렇다. 우리는 선량한 국민이 피해를 입는 양 동원되는 어려운 법률 용어에 현혹되면 곤란하다.

그리고 포상금이 로또인가에 대하여도 반론한다. “정책 구사는 다양하다. 탈세범에게는 채찍을, 지하경제를 노출시켜 주는 이에겐 당근을 주어야 하는 당위성을 굳이 부인하여야 하는 숨은 이유라도 있는가? 정책의 타당성은 사회 공익적 측면에서 포섭하여야 하므로 포상금 지급 수준도 그 효용이나 효과를 고려하여야 하는 것이지 절대 지급액에만 매달리는 관점은 편협하다.”

한 사람의 제보로 5조 5천억의 세수와 수만 명의 비밀계좌가 정부의 통제권으로 들어오는 사례처럼 제보의 지하경제 파괴력은 그 유용성 측면에서 인정할 수 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없다면 오히려 지하경제의 주체들이 제보자들을 쉽게 매수할 것이라는 걱정들을 한다.

그래서 보상체계는 일개 개인에게 주어지는 소비성 지출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의 유지 및 개선을 위한 사회적 투자행위로 보아야 한다. 투자는 반대급부를 가져온다. 지난 해 지급된 포상금은 87억원이었는데 그로 유발된 추징액은 1조 5301억원이었다. 징세비용 0.56%로 99.4%를 얻어 낸 셈이다. 조사인력비용은 매몰비용(sunk cost)이다.

포상금 제도에 대하여 ‘제보를 조장하여 사회를 모럴 해저드로 이끈다’는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매우 난해한(!) 주장까지 하시는 분들을 보면 혹시 고객이나 자신의 발이 저린 게 아닐까 궁금해진다.

지하경제나 탈세는 거악이다. 이를 일소하는 데는 투자가 필요하다. 제보로 받을 포상이 크냐, 비밀을 지켜주고 탈세범에게서 받을 뇌물(kickback)이 크냐, 제보자는 손익계산을 할 것이다. (원래 합리적 인간은 손익계산을 한다고 한다.) 현행 탈세제보 포상금 제도는 지하경제와 싸울 매력적인 동인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가 고민하여야 한다.

비교차 미국의 경우를 보면 ‘추징세금과 벌과금’ 합계의 30%까지 포상금을 주도록 운용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오로지 ‘탈루세액’만 대상으로 하여 0.56% 선에서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으니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다. 과연 이래 가지고도 숨은 세금을 찾을 수 있는 후한 보상체계라 할 수 있는 것일까.

게다가 신고포상금을 받을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 귀를 통과하기와 같다는 평이다. 탈세를 입증할 만한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 자에 한하여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니 과세당국이 보아 중요하지 않은 자료라 하면 제보자는 할 말이 없다는 거다. 확실히 포상을 받으려면 탈세 장부를 싸다 주어야 할 판이다.

탈루세액을 체납하여도 포상금은 없다. 조사 중에 자진신고납부한 세액도 제외된다.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아니 된다. 이를 두고 조세전문가들의 표현을 빌리면 현행 보상규정은 ‘난수표 책과 무전기를 가져와야 스파이 신고 포상금을 주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시민은 ‘이러 저러한’ 납득할 만한 정황(혹은 혐의자로부터 직접 들은 정보)으로 간첩으로 보이니 수사해 달라까지로 족한 것이고, 당국은 수사하여 정말 간첩이면 시민을 포상하면 될 일이지 어찌 시민에게 난수표까지 사진 찍어오라 할 수 있는가 되묻는다.

눈 앞에 보이는 쉬운 세원개발도 한낱 포상금이 아까워 포기할 것인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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